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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사상 최고치에 ‘나홀로 달리는 코끼리’ 인도경제...이유가 뭘까?

신흥국 위기. 인도에서만큼은 말 그대로 ‘다른 나라 얘기’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센섹스지수는 3만8336.76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3만8429.50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외환위기 가능성에 떨고 있는 다른 신흥국과 달리 인도 경제는 나 홀로 활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인도 봄베이 증권거래소(BSE)에 위치한 황소상. [연합=EPA)

외환위기 가능성에 떨고 있는 다른 신흥국과 달리 인도 경제는 나 홀로 활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인도 봄베이 증권거래소(BSE)에 위치한 황소상. [연합=EPA]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고조된 올해 3~4월 이후 대부분 신흥국 주가가 내리막을 걷기 시작할 때 인도 주가만 반대로 뛰었다. 4월 2일 3만3255.36으로 출발한 주가지수는 넉달여 만에 15.6% 상승했다. 터키,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물론 한국, 중국까지. 추락을 거듭하는 다른 신흥국 주가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신흥국 위기 속에서도 ‘나 홀로 달리는 코끼리’ 인도의 저력은 무엇일까.  
 
우선 외국인 투자의 기준이 되는 경제지표 자체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차이가 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전망한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은 7.4%다. OECD에서 성장률 전망을 하는 45개국 가운데 1위다. 같은 신흥국인 중국(6.7%)과 인도네시아(5.3%), 터키(5.1%)를 앞선다. 한국(2.9%), 멕시코(2.5%), 브라질(2.0%)과의 격차도 크다.
 
재정지표도 나아지는 추세다. 2014년 3198억 달러(약 5조944억원)이었던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들어 4000억 달러를 돌파해 7월 기준 4051억4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인도 정부의 강력한 재정 개혁도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6.5%였던 국내총생산(GDP) 정부 부채(중앙ㆍ지방정부 부채 합산) 비율은 올해 6.3%로 하락했다.
 
터키ㆍ아르헨티나 같은 벼랑 끝에 몰린 신흥국에선 외환보유액 급감, 부채 비율 급등을 걱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신흥국이 위기를 겪는 사이 인도는 이런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을 무기로 외국인 자금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인도로선 ‘남의 위기가 기회’인 상황이다.  
 
인도 증시가 다른 신흥 시장과 달리 뜨거운 이유는 또 있다. 남다른 정치적 안정성이다. 인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연임 가능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 충돌을 거듭하고 있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오는 10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브라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있는 아르헨티나 등 다른 신흥국은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다. 중국 역시 장기전으로 들어간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투자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인도는 반대로 모디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살아나는 경기와 맞물려 더 단단해지는 모습이다.
 
인도 경제일간지 이코노믹타임스는 “이달 1~16일 240억 루피(3조8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는데 지난달 1~31일 226억 루피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미ㆍ중 무역 분쟁과 신흥국 불안 속에 인도는 ‘피난처(a safe haven)’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모디 총리가 연이어 펼치고 있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도 인도 금융시장 활황에 한몫한다. 모디 총리는 제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펼치고 있다.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 완화, 기업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인도 내수 시장도 연이은 경기 부양책이 살아나고 있다.
 
인도 주가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톱5’ 종목의 면면을 보면 모디표(標) 경기 부양책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타타그룹 산하의 정보기술(IT) 아웃소싱 기업인 타타컨설턴시서비스, 통신회사인 릴라이언스 산업, 생활화학기업인 힌두스탄 유니레버, HDFC은행 등이다. 내수 기업 중심으로 수혜를 보는 중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도 주가지수가 오르면서 관련 펀드의 실적도 다른 신흥국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 중인 인도 주식형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공모펀드 기준)의 최근 3개월(24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6.44%다.  
 
같은 기간 손실만 낸 중국(-14.22%), 브라질(-13.47%), 러시아(-7.59%), 베트남(-1.68%) 등 다른 신흥국 펀드와 격차가 크다. 북미(5.35%)도 앞선다.  
 
투자자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인도 투자에 지금이라도 뛰어들어야 하나. 신흥국 투자를 고민한다면 인도가 당분간 나쁘지 않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디 정부의 정책 효과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고 기업 이익이 상승함에 따라 자국 투자자의 주식시장 참여도가 높아졌다”며 “인도 상장지수펀드(ETF)가 좋은 투자 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2월 인도 봄베이 증권거래소(BSE)에 들어서고 있는 투자자들[EPA=연합뉴스]

올해 2월 인도 봄베이 증권거래소(BSE)에 들어서고 있는 투자자들[EPA=연합뉴스]

그러나 위험 요소는 분명히 있다. 지나친 쏠림이다. 신흥국 투자 수요가 인도에 과도하게 몰리면서 불안감도 함께 커졌다. 실질 기업 가치와 견줘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것 아니냐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적정 주가) 논란, 외국인 투자자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이탈 가능성이다. 최근 인도 증시에서 인도 내 투자자 비중은 늘어난 반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흐름이 나타나면서 이런 불안은 점점 커지는 중이다. 이달 중순 외국인의 순매도세로 미국 달러화 대비 인도 루피화 가치가 갑자기 추락하는 일도 있었다. 
 
모디 총리가 강력한 제조업 부흥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효과가 나타난 것도 아니다. 인도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2016년 0.7%에서 지난해 1.8%, 올해 2.5%(전망)로 늘어나는 흐름이다. ‘제조업 부흥책→수출 확대→경상수지 흑자 전환’이란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기까진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신흥국 위기가 더 확산한다면 인도마저도 더는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부적으로 성장 기대감이 높은 인도의 경우 타 신흥국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지만 내년 선거 일정이 예정돼 있다는 점 밸류에이션이 다른 신흥국 대비 낮지 않다는 점, 신흥국 우려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은 인도 증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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