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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어택] 스포츠와 혼성주도성장론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영화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원제 ‘Battle of the Sexes’, 2017년)은 스포츠계 성차별을 극복해나가는 여성 테니스 선수들 이야기를 그렸다. 같은 대회에 출전하면서도 남성보다 적은 상금을 받는 여성 선수들의 권리 쟁취 여정이 주된 스토리다. 영화의 배경은 1973년 열렸던 빌리 진 킹과 바비 리그스의 성(性) 대결이다. 이 경기에서 킹은 리그스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었다.
 
이 시합이 남녀 간에 운동 능력 차가 없다는 걸 증명한 건 아니다. 킹은 당시 29세의 여성 최강자였지만, 리그스는 55세의 시니어 선수였다. 만약 두 사람이 같은 29세였거나 55세였다면 어땠을까.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아마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육상·수영 등 기록경기의 최고기록은 남성 쪽이 더 좋다. 축구의 경우도 여자 성인팀은 주로 남자 중학교 팀과 연습경기를 한다.
 
스포츠에서 여성은 남성을 넘어설 수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그 반례를 보여줬다. 남자가 더 잘하는 종목이 많지만, 모든 종목에서 그런 건 아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종합 국제대회 사상 처음으로 혼성(混性)경기가 대거 도입됐다. 그 전에도 혼성경기는 있었다. 승마는 성 구별 없이 경쟁했고, 배드민턴·테니스·탁구에는 혼합복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영 4X100 혼계영 ▶양궁 리커브·컴파운드 단체전 ▶육상 4X400m 릴레이 ▶유도 단체전 ▶사격 10m 공기권총·공기소총 ▶철인 3종 단체 릴레이 등에 새로 혼성경기가 도입됐다.
 
지난 19일 사격 10m 공기소총 혼성경기에서 한국은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메달이 손에 잡힐 듯했는데, 결선에서 여자 선수가 연거푸 10점 이상 쏜 반면, 남자 선수는 주로 9점대를 맞혔다. 여자 선수 표정에선 안타까움이, 남자 선수 표정에선 미안함이 묻어났다. 결국 한국은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메달보다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스포츠에서 성차(性差)는 종목 특성에 따라 달라질 뿐, 전체적으로 한쪽 우위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빙상 여제’ 이상화는 이승훈·모태범 등 남자 동료와 함께 훈련해 기량을 키웠고,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다. 다른 종목도 남녀 선수가 한데 어울려 훈련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많은 종목이 혼성경기를 도입한다. 스포츠는 이제 혼성주도성장 시대다. 사회 다른 분야에서도 부디 남녀 간 반목을 거두고 함께 어울려 성장하길 기원한다.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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