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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원순 시장의 성급한 개발 계획이 집값 폭등 불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 100일 동안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대책을 8번이나 발표했다. 이 중 지난해 11·29 주거복지로드맵만 공급 대책일 뿐 나머지는 규제 대책이다. 그러나 정부 의도와 달리 주택 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해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이 집값 올리는 대책으로 변했다. 주택 가격 상승은 이제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2016년부터 강남의 재건축사업 단지를 중심으로 촉발된 주택가격의 상승은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규제 대책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싶었다. 그러나 3선 도전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10일 만에 싱가포르를 방문, 여의도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와 같이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며, 여의도를 포함한 마포구와 영등포구·동작구·양천구 목동의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이튿날 서울역에서 용산역까지 철도를 지하화하겠다고 발표해 인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시장 매물이 감소해 하루 사이 호가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19일에는 강남·북 균형발전계획에서 강북 경전철 노선 증설 등을 발표해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냈다. 박 시장은 서울 집값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26일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정부와 서울시가 손발을 맞추지 못하는 사이 8월 중순 서초구 반포동 전용면적 59㎡(24평형)의 아파트 중층이 2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18억7000만원에 거래된 걸 고려하면 6개월 사이 매매가가 5억8000만원 올라 3.3㎡(평)당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섰다. 은평구를 비롯한 강북구와 노원구·관악구·구로구도 다른 지역의 상승세에 편승하여 갭 메우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론 8/27

시론 8/27

정부가 규제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데는 박 시장에게 큰 책임이 있다. 박 시장은 3선 당선 전만 해도 대형 개발 사업보다 지역 특성을 살리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소규모 도시 재생을 추진해왔다. 그래서 뉴타운 등 대부분의 재개발사업구역을 해제하고 대신 도시재생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 당선 이후 박 시장은 여의도 통합 개발, 용산지역 개발 마스터플랜계획, 그리고 강남·북 균형발전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발표는 부동산시장 과열을 억제하려는 국토교통부와 사전 조율도 되지 않았다. 최근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은 수요 과다 또는 공급 부족의 시장 상황과 함께 박 시장의 성급한 부동산 개발 정책이 원인이다. 서울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8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정부의 개발 계획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지 않도록 사전 대비하고 발표돼야 한다. 서울~용산역 지하화 사업 등은 중장기 사업인 만큼 사전에 가격 상승을 차단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했어야 한다. 둘째, 가격 상승이 높은 지역은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과 투기과열 및 투기지역(주택 및 토지투기지역)지정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와 서울시는 재건축시장을 규제하기보다 오히려 25개 구를 대상으로 재건축 총량제(세대수별·면적별)를 도입해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최소한의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임대주택정책을 재도입해야 한다. 넷째, 신혼부부 희망타운 등 정부나 서울시가 공급하는 주택은 당분간 영구 임대주택으로 공급돼야 한다.
 
다섯째, 지난해 12월 13일 정부가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 따라 다주택자의 상당수가 임대주택으로 등록했으나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많은 다주택자를 위해 임대주택 등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주택 담보 대출을 고정 금리 장기대출상환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일곱째, 지역별·물건별·계층별 주택 공급 시나리오를 재작성하고 주택 공급 부족 지역은 공급을 늘리고 과잉 지역은 주택 구매자에게 혜택을 주거나 정부가 매입해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돼야 한다. 여덟째,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이 아닌  산업 현장이나 증권시장 등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 서민들은 이사 걱정을 하게 된다. 집 없는 사람들의 걱정은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정책의 정답은 없다. 규제는 또 다른 시장 왜곡 현상으로 나타나 규제 강도를 더하게 한다. 그것은 결국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한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 정부와 서울시는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기 바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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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