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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베네수엘라 비극이 한국에 준 교훈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차베스와 마두로는 조국 베네수엘라를 무너뜨렸다. 우고 차베스가 정권을 잡은 1999년만 해도 그 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국답게 풍요로웠다. 차베스의 실정과 그가 죽은 뒤 같은 노선으로 정권을 창출한 니콜라스 마두로의 학정이 겹쳐 베네수엘라는 살인율 1위에 북한만도 못한 최악의 빈국으로 떨어졌다. 남미의 베네치아가 처참한 거지의 나라로 거덜 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년. 세금 중독에 걸린 정부, 공짜 보조에 맛 들인 국민은 금단현상 때문에 다른 길로 가길 거부했다.
 
두 대통령이 조국에 지은 죄는 반미·자주·민족주의 열정에 취해 민생과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보지 않은 것이다. 시장을 우습게 알고 미신 비슷한 이념에 사로잡힌 민중사회주의 정권의 거친 정책은 ‘드렁큰 이코노미(음주 경제)’라고 조롱받았다. 차베스는 집권 13년간 석유를 팔아 번 돈을 지속 가능한 선순환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데 사용하지 않았다. 무상복지,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공무원 증원 같은 공공 지출에 다 써버렸다. 선심으로 날린 돈은 투자와 생산, 일자리로 연결될 수 없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결말이 이랬다.
 
2013년 권력에 오른 마두로는 저유가로 석유 수입원이 말라 더 이상 국민에게 뿌릴 돈이 없었다. 그러자 차베스에게 배운 대로 화폐를 찍어 내고 국채를 남발했다. 이로 인해 물가가 오르면 시장가격을 억누르고 민간 기업이 파산하면 국유화를 거듭했다. 예를 들면 지난 5월 국민 아침 식사의 75%를 공급해 온 미국의 시리얼 회사 켈로그가 공장 폐쇄를 선언하자 마두로는 “정부가 몰수해 노동자의 손으로 운영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를 지지하던 노조·학생·농민·원주민 세력은 반미 정치쇼에 환호했지만 시리얼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요즘 베네수엘라는 하루 평균 4만3000명이 국경을 탈출하고, 최근 일주일간 물가 상승률이 3만2000%다. 시민 몸무게는 지난해 평균 11㎏ 줄었다고 한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그런데도 마두로는 “경제 악화는 미국과 자본가, 기득권 세력의 책임”이라고 차베스 때부터 20년째 같은 얘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데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국민 염장 지르는 발언을 했다. 자신 있을 게 따로 있지 고용 참사, 분배 악화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는데 ‘최고 속도의 최저임금 상승’과 ‘소득과 성장을 모두 망가뜨린 소득주도 성장’ 노선을 계속 따르겠다는 얘기 아닌가. 문 대통령이 본디 후흑(厚黑)이 아닌데 국민 염장 지르는 말씀을 하는 걸 보면 뒤에서 대통령의 정신을 흔들어 놓는 사람이 있는 게 틀림없다. 그게 누군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미신 같은 소득주도 성장론이 혁파되면 자리를 잃어버릴 어떤 사람들일 것이다. 그 정점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있다.
 
대통령도 어찌할 수 없다면 이해찬 민주당 신임 대표가 나설 수밖에 없다. 이해찬은 문 대통령을 낳은 산파다. 원칙론자일 뿐 교조주의적 이념가는 아니다. 민주당은 정부와 청와대를 보호하는 울타리여야 한다. 그렇다면 정권을 망치고 대한민국 경제를 베네수엘라처럼 비극적으로 침몰시킬 수 있는 위험한 항해사를 갈아치워야 한다. 대통령은 이해찬 대표가 경질을 요구하면 수용할 것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정권이 앞으로 20년은 쭉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의 방향타를 지금 단계에서 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찬의 20년이나 차베스·마두로가 말아먹은 베네수엘라의 20년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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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