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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예술에서 회화로 … 중국작가 마류밍 ‘몸으로 대들다’

중국 행위예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 마류밍은 2000년대 중반부터 과거의 퍼포먼스 현장의 자신과 관람객을 화폭에 담고 있다. [사진 학고재]

중국 행위예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 마류밍은 2000년대 중반부터 과거의 퍼포먼스 현장의 자신과 관람객을 화폭에 담고 있다. [사진 학고재]

그의 청춘은 격렬했다. 스무 살 때인 1989년 생애 처음으로 행위예술을 펼쳤다. 자신의 몸을 랩으로 둘둘 감싸고 그 안에서 고통을 온몸으로 느꼈다. 당시 중국 우한의 후베이미술학원 유화과 학생이었던 그는 서슬 퍼런 중국의 정국에도 아랑곳없이 세상에 하고 싶은 얘기를 거침없이 ‘몸으로’ 해댔다.
 
94년 벌거벗은 채 냄비에 감자를 그린 그림을 삶는 ‘펀·마류밍의 런치’ 퍼포먼스를 벌였고(결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2개월 옥살이를 했다), 95년엔 벌거벗은 동료 작가 8명과 함께 산 정상에 올라가 엎드린 상태로 몸을 겹쳐 산의 해발고도를 높이는 ‘이름 없는 산 1m 높이기’를 했다. 98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긴 머리를 펄럭이며 위풍당당하게 만리장성을 걸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행위예술가 마류밍(馬六明·49) 얘기다.
 
마류밍

마류밍

수면제를 복용해 몽롱한 상태에서 벌이는 여장 나체 퍼포먼스 ‘펀·마류밍’은 아예 국경을 넘어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도 펼쳐졌다. 여자처럼 화장하고 수면제에 취한 채 벌거벗은 몸으로 의자에 앉아 낯선 사람들이 사진을 찍도록 한 뒤 그 여정을 기록한 행위 예술이다. 그리고 그는 나체 퍼포먼스를 벌인 작품 속 등장인물을 가리켜 그녀, ‘펀·마류밍’이라고 불렀다. 펀·마류밍은 작가의 분신이며 예술적 자아였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마류밍의 개인전 ‘행위의 축적’전이 열리고 있다. 2014년 이후 4년 만의 전시다.  2004년 여장 나체 퍼포먼스를 중단하고 이후 본래 전공인 회화 작업으로 돌아간 마류밍은 이번에 2014~2016년 그린 19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당시 온몸으로 시대에 대들던 마류밍의 흔적을 안은 그림들이다.
 
마류밍이 균열화법으로 완성한 작품. [사진 학고재]

마류밍이 균열화법으로 완성한 작품. [사진 학고재]

흥미로운 것은 지금의 마류밍이 지난 기억을 끌어안고, 곱씹고, 토해내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법이다. 그는 과거 자신의 퍼포먼스를 화폭에 다시 불러냈다. 2004년 그는 “젊고 아름답고 당돌했던” 자신의 분신 ‘펀·마류밍’을 떠나 보냈지만, ‘그녀’와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흔적을 반추하고 있다. 이른바 ‘기억의 재구성’이다. 조각나고, 흩어지고, 있는 듯 없는 듯 아스라이 멀어진 기억들이 그의 화폭 안에서 유령처럼 서성인다.
 
‘몸’은 그가 던지고 싶은 질문 그 자체이자, 맘껏 부릴 수 있는 저항의 도구였다. 여자와 남자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물었고, 우리 몸이 온전히 개인의 것이 될 수 있는가도 물었다.
 
마류밍이 누화법으로 그린 회화 작품. 과거 퍼포먼스에 참여했던 관람객의 모습이다. [사진 학고재]

마류밍이 누화법으로 그린 회화 작품. 과거 퍼포먼스에 참여했던 관람객의 모습이다. [사진 학고재]

마류밍이 소환한 기억에서 마류밍은 보이는 것 같기도,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몸은 대개 일부만 보인다. 이런 조각난 기억을 그는 거친 질감을 살리는 기법으로 독특하게 표현했다. 나이프를 이용해 덧바르는 작업으로 화면에 흔적과 균열을 남겼는가 하면(균열화법), 성긴 캔버스 뒷면에서 앞으로 색을 밀어냈다(누화법). 마류밍의 화폭 안에 매끄럽고 온전한 형상은 없다. 스무살 미대생 마류밍이 자기 몸을 랩으로 감싼 채 괴로워하던 모습도 그림에서는 무채색 덩어리로 보인다.
 
지 샤오펑 후베이미술관 관장은 최근 쓴 글에서 “마류밍이 (회화로) 복원한 기억의 파편들은 부유하는 듯하고, 섬세하고, 고독하고, 모호하다. 이 같은 시각적 묘사에서 환상과 허구, 은폐 등과 같은 사회 현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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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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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