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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배우고 싶거든 누구든 오너라" 새 둥지 찾은 전주 샛별야학

전주 샛별야학 고등반 김병초(67)씨가 변상경(41) 교장에게서 졸업장을 받고 있다. [사진 샛별야학]

전주 샛별야학 고등반 김병초(67)씨가 변상경(41) 교장에게서 졸업장을 받고 있다. [사진 샛별야학]

전주시 금암동 '전주 샛별야학'. 다음 달 전라중으로 이사 간다. 전주=김준희 기자

전주시 금암동 '전주 샛별야학'. 다음 달 전라중으로 이사 간다. 전주=김준희 기자

"배우고 싶거든 누구든 오너라."

20일 오후 3시 전북 전주시 금암동 새마을금고 빌딩. '샛별야간학교' 간판에는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 나오는 이 글귀가 적혀 있다. 『상록수』는 1930년대 초 일어난 브나로드 운동(민중계몽 운동)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농촌에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판 아래 철문을 지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미니 학교'가 나왔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늦깎이 학생들이 학구열을 불태우는 곳이다. 이날 학교는 텅 비었다. 지난 8일 검정고시를 치른 뒤 2주간 방학에 들어가서다.  
 
전주 샛별야학 수업 장면. [사진 샛별야학]전주 샛별야학 수업 장면. [사진 샛별야학]전주 샛별야학 수업 장면. [사진 샛별야학]전주 샛별야학 수업 장면. [사진 샛별야학]
전주 샛별야학은 1981년 새마을금고 측의 배려로 100㎡ 공간에 문을 연 뒤 38년째 만학도들의 배움터 구실을 하고 있다. 변상경(41) 샛별야학 교장은 "이곳은 누구나 원하면 무료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그는 2010년 야학과 인연을 맺은 뒤 3년 전 교장을 맡았다. 국어·도덕·사회를 가르치는 변 교장은 "전임 (샛별야학) 교장이 '교사가 부족하다'며 도와달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여태 못 떠나고 있다"고 했다.  
 
샛별야학에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작은별반'과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큰별반'이 있다. 학생은 모두 16명이다. 48세부터 74세까지 중·장년층으로 50~60대가 제일 많다. 남학생은 2명뿐이고, 나머지 14명은 여학생이다. 남녀 학생 모두 낮에는 청소부·요양보호사 등으로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 학구파다. 변 교장은 "여학생들은 1960~1970년대 딸은 안 가르치려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초등학교만 마친 분들"이라며 "학생 대부분이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야학에 왔다"고 말했다.

 
전주 샛별야학 벽에 걸린 교훈 '사랑하며 노력하며'. 전주=김준희 기자

전주 샛별야학 벽에 걸린 교훈 '사랑하며 노력하며'. 전주=김준희 기자

김병초(67)씨는 지난 4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데 이어 고교 검정고시 합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샛별야학 문을 두드린 지 1년 만이다. 1965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52년 만에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1남4녀 자식을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막내딸 빼고 시집·장가를 보낸 뒤다.  
 
김씨는 "가정 형편상 공부를 못한 게 후회스러웠는데 우연히 TV에서 (샛별야학) 교장 선생님 나오는 방송을 보고 큰맘 먹고 찾아갔다"고 했다. 그는 주차관리요원을 하면서도 1년간 한 번도 수업을 안 빼먹고 개근했다. "중·고등부를 1년 만에 마쳤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그는 "대학에 가서 저 같은 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노인상담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전주 샛별야학 교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샛별야학]

전주 샛별야학 교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샛별야학]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20~28세 남녀 젊은이 10명이다. 전주 지역 대학생과 대학원생 등이 무보수로 일한다. 교사들은 하루에 3~4시간씩 일주일에 사흘을 야학에 쏟지만 "보람이 훨씬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 학교처럼 교사들은 교무부장과 연구부장, 중·고등학교 담임 등 보직을 맡는다.  

 
올해 1월부터 샛별야학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이철광(25)씨는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이다. 지난해 회사 면접에서 연거푸 떨어진 뒤 누군가 돕고 싶어 야학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도서관에서 취업 공부를 하지만, 밤에는 할머니·할아버지뻘인 제자들에게 어려운 화학 공식과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공부의 신'이 된다. 이씨는 이달 초 교감직도 맡았다. 변 교장을 도와 동료 교사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게 반대로 저한테 더 큰 힘이 된다"며 "취업을 바로 했으면 이런 경험을 못했을 텐데 앞으로 직장을 구해도 봉사 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샛별야학 교무실에 있는 교사들 자료. 전주=김준희 기자

전주 샛별야학 교무실에 있는 교사들 자료. 전주=김준희 기자

과거 독재정권 시절 야학은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거점이었다. 정권의 감시 탓에 현황 파악조차 안 됐다. 2014년에야 전국야학협회가 조사한 전국의 야학 수는 62곳이다. 1980년대 서울에만 300곳이 넘던 야학은 정규 교육이 정착하면서 숫자가 줄었다. 여기에 교사 모집과 운영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야학들이 문을 닫고 있다.  

 
전주에는 샛별야학을 포함해 7곳의 '문해교육기관'이 문을 열고 있다. 문해(文解)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샛별야학은 교육부의 '성인문해교육기관 지원 사업'에서 제외됐다. 지원 기준인 학생 수 30명에 미치지 못해서다. 변 교장은 "기준이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야학 대부분이 영세해 정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 소외 계층을 돕는 야학이 또다시 제도권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전주 샛별야학 신입 교사 임명식 모습. [사진 샛별야학]

전주 샛별야학 신입 교사 임명식 모습. [사진 샛별야학]

살림이 쪼들리는 건 샛별야학도 마찬가지다. 한 학기(4개월) 운영비는 300만원이다. 공과금과 수련회·졸업식 등에 드는 비용이다. 현재 정기 후원자 25명이 매달 1~2만원씩 기부한 돈을 모아 충당한다. 매달 50만원이 모이지만 늘 모자란다고 한다. 변 교장은 "학교 재정을 책임지니 사람들을 만나면 후원해 달라고 해야 하는데 말이 쉽게 안 나온다. 후원자 대부분이 지인들이다. 모자라는 돈은 사비로 메운다"고 했다. '집에서 잔소리 안 하느냐'고 묻자 그는 "다행히 결혼을 안 해서…"라고 멋쩍게 웃었다.  

 
샛별야학은 최근 새마을금고 측이 낡은 건물 지하를 리모델링하기로 해 문 닫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열악한 재정 탓에 마땅한 장소를 못 찾아 속만 태웠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세 군데 기관에서 "돕겠다"고 나섰다.  
 
전주 샛별야학 교실 벽에 걸린 졸업생 오점순씨의 시 '학교 가는 길'. 전주=김준희 기자

전주 샛별야학 교실 벽에 걸린 졸업생 오점순씨의 시 '학교 가는 길'. 전주=김준희 기자

전북도교육청 주선으로 변 교장이 전주시교육지원청 이항근 교육장을 만났고, 전라중 길영균 교장이 결단을 내렸다. 결국 샛별야학은 다음 달 셋째 주에 전라중으로 이사 간다. 전라중 부설 방송통신중학교가 쓰는 교실 2개와 휴게 공간(교무실)이 새 보금자리다. 방송중이 매달 짝수 주 토요일만 수업을 해 야학 수업 시간과 겹치지 않아 '공생(共生)'이 가능했다.  
 
이날 찾은 샛별야학 교실 벽에는 졸업생 오점순씨가 지은 시 '학교 가는 길'이 걸려 있었다. 야학에 다니는 모든 만학도의 심정을 압축적으로 담았다.  

 
<학교 가는 길> 
잠을 자며 꿈을 꾼다

공부하며 꿈을 꾼다

내 맘속에(의) 행복

내 맘속의 발전을 위해

늦은 나이

늦은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오늘도 학교로 집으로

발 동동 구르며

쉬지 않고 나의 꿈을 향하여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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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