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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늪 빠진 일본, 보육소 설립에 팔 걷어붙여

기자
이형종 사진 이형종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8)
임신 중인 회사원 A(27) 씨는 지난 5월 비어 있는 보육소를 찾는 ‘보활(보육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30개의 보육소를 견학하고, 선착순으로 입소할 수 있는 요금이 싸고 공간이 넓은 국공립 보육소에는 100번 넘게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사립 보육소에 들어갔다. 국공립 보육소로 이전하려고 지금도 계속 보활 중이다.
 
좁디 좁은 보육소 문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能美)시 인정(認定)어린이집인 사정보육원(寺井保育園). 워킹맘에게는 보육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립 보육소에 비해 국공립 보육소의 입소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국공립 보육소에 입소하려는 경쟁률은 치열해져 가기만 한다. 신인섭 기자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能美)시 인정(認定)어린이집인 사정보육원(寺井保育園). 워킹맘에게는 보육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립 보육소에 비해 국공립 보육소의 입소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국공립 보육소에 입소하려는 경쟁률은 치열해져 가기만 한다. 신인섭 기자

 
워킹맘들이 보활에 지쳐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에 보활 체험과 대기아동의 현실을 널리 알리며, 아동의 입소 대기 해소에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는 후보자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정당들은 여성의 표를 의식하며 여러 지원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보육소의 문은 좁기만 하다.
 
일본에서 ‘보육소 대기아동 해소 대책’은 출산정책 중에서 오랫동안 우선순위가 낮았다. 자녀 양육 지원에 사용할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2000년대 들어서는 아동수당, 자녀수당이라는 현금지원이 정치적으로 선호됐다. 유권자에게 바로 먹히고, 정당 입장에선 선거에 이용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현금보다 국공립 보육소 확대 등 현물지원의 저출산 정책이 시대에 맞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유럽과 미국은 이러한 보육 서비스 환경을 정비해 출생률을 2% 가까이 회복했다.
 
실제로 대기아동 해소 대책은 경제적으로 힘든 젊은 맞벌이 세대를 지원하는 효과가 높다. 자녀를 보육소에 맡기고 취업하는 여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보육 서비스의 수요도 팽창하고 있다. 
 
보육수요가 급증하면서 자녀를 맡기지 못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이에 후생노동성은 2013년 ‘대기아동 제로화 정책’을 내놓았다. 폭발적인 보육수요에 대처하고자 보육소를 대폭 늘리는 정책이다. 그러나 늘기만 하는 보육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일본 정부는 2017년 대기아동 제로화 정책을 3년 미뤘다.
 
대기아동 제로화 대책을 추진하는 데엔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취업 여성의 보육소 이용이 크게 늘면서 보유 수요가 집중된 도시에서는 보육시설을 더는 공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육원 용지 부족 문제 외에도 도시지역의 높은 임차료, 보육사 부족도 큰 과제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소음을 이유로 이웃 주민이 보육소 건설에 반대하는 새로운 문제도 생겼다. 2016년 치바현시가와시에서는 주민의 강한 반대로 보육소의 설립이 중단됐다.
 
기업의 보육소 사업 지원에 나서는 일 정부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能美)시 시청(시역소) 청사의 국민건강보험, 후기고령자의료, 국민연금, 아동복지, 보육원 등 아동위한 지원 창구. 일본 정부는 기업의 보육소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중앙포토]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能美)시 시청(시역소) 청사의 국민건강보험, 후기고령자의료, 국민연금, 아동복지, 보육원 등 아동위한 지원 창구. 일본 정부는 기업의 보육소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중앙포토]

 
이에 일본 정부는 2016년 기업의 보육소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보육사의 배치 등 일정기준을 충족하면 인가에 따른 보조금도 지급하는 제도이다. 정부가 나서서 보육시설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성인력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기업형 보육소에 관심을 가진 기업도 늘고 있다. 2017년 4월 사포로 홀딩스(HD)의 본사 빌딩 지하 1층에는 보육소 호프키즈가 생겼다. 직원들이 자택의 가까운 보육소에 입소하지 못할 때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육아 휴직의 기간연장 등으로 직장복귀가 늦어지는 여성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회사는 장소를 제공하고, 보육전문 업체 포핀즈에 보육소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여성 직원이 많은 생명보험회사도 기업형 보육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생명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여성은 23만명이다. 스미토모 생명은 2018년부터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전구 6개소에 대기아동이 많은 지역 중심으로 기업형 보육소를 개설하고 있다. 
 
보육소 이용자의 절반은 직원 외 일반인에게 허용하고 있다. 일본생명도 올해 말까지 전국에 100개소를 설립하고 대기아동의 수용기반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제일생명도 도시의 보유 부동산을 활용해 이미 996명분의 수용기반을 갖췄다. 향후 2500명 규모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보유소 설립에 팔 걷어붙인 대학들 
일본 시마네현(Shimane, 島根縣) 하마다(濱田)시에 있는 자녀육아 지원센터에서 유아 돌보는 도우미와 부모들. [중앙포토]

일본 시마네현(Shimane, 島根縣) 하마다(濱田)시에 있는 자녀육아 지원센터에서 유아 돌보는 도우미와 부모들. [중앙포토]

 
캠퍼스 내에 보육소를 설립하는 대학도 등장하고 있다. 교직원과 학생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했다. 동경공업대는 빈 회의실을 개조해 0~2세 아이가 입소하는 보육소로 사용하고 있다. 대형 보육업체인 휴먼 라이프 케어에 위탁 운영 중이다. 
 
지역기업과 제휴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테대학은 이와테은행과 제휴해 모리오카 시내의 캠퍼스에 보육소를 설립했다. 오차노미즈여자대학은 학교 부지 내에 정원 93명의 구립 보육소를 설립했다. 토베이대학도 구내 토베이대병원 인근에 정원 120명의 보육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보육소가 딸린 셰어 오피스도 수도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셰어 오피스는 재택근무 중인 부모와 대기아동 문제를 안고 있는 여성을 위한 사무공간이다. 창업준비와 자격취득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한 여성에게도 인기가 많다. 
 
오크시이㈜는 자녀(0~2세)를 데리고 일할 수 있는 마피스(Maffice)라는 셰어 오피스를 제공한다. 오크시이는 동경에 이어 ‘요코하마 모토마치’를 설립했다. 커리어 맘이라는 회사는 여성의 재취업과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셰어 오피스를 다마시에 설립할 계획이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과거에 저출산 위기를 돌파할 기회가 있었다. 1989년 출산율이 1.57(1.57쇼크)까지 떨어졌을 때 전문가들은 자녀 양육 지원에 특단의 대책을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수치로 된 낙관적인 출산율 예측을 믿고 자녀 양육 지원 대책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 떨어진 출산율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인구학자 루츠 울프강의 주장처럼 지금 일본은 저출산의 늪에 빠져들었다. 때를 놓친 일본은 지금 저출산 대책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이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이 직면한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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