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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벗고 치른 풀과의 전쟁, 산막에 찾아온 평화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10)
여름 한 철은 풀과의 전쟁이다. 다른 일은 잘 못 해도 풀 하나는 귀신처럼 잘 깎는 나이지만 숨이 턱에 차오르는 여름날의 잔디와 풀 베기는 가히 전쟁이라 할만하다. 거기에 여름 풀은 베고 나면 또 난다는 말도 있듯이 베고 또 베어도 끝이 없다. 풀이 너무 길면 깎기도 쉽지 않다. 일정상 3주는 지나야 산막에 다시 올 것 같아 오늘 팔을 걷어붙인다. 내가 풀과 전쟁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전쟁이니 전략도 있어야 하고 장비도 있어야 한다. 전장에 나가는 장수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전투복을 챙긴다. 속옷을 완전히 벗고 아래위 긴 팔, 긴바지에 여름용 등산화, 장갑에 밀짚모자 쓰고 잔디를 깎는다.
 
잔디 깎기는 풀이 마른 오후나 저녁 시간에  
잔디 깎기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다. 긴팔상의,긴바지에 등산화,장갑,밀짚모자를 챙긴다.[사진 권대욱]

잔디 깎기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다. 긴팔상의,긴바지에 등산화,장갑,밀짚모자를 챙긴다.[사진 권대욱]

 
먼저 잔디 깎기다. 잔디 깎는 기계가 두 대가 있다. 내 성급한 성미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 탓에 한 대면 될 것이 두 대나 생겼다. 신선한 휘발유로 채운 기계에 고무로 된 시동 주유 펌프를 세 번 꾹꾹 눌러준 후 시동줄을 세게 잡아당긴다. 엣지있게 세게 잡아채듯 당기는 게 요령이다.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쓴다. 페트병에 물을 얼려 지참하고 연료통도 작업 반경 내 적절한 위치에 둔다. 잔디깎이를 가동한다. 깎는 것도 나름 요령과 순서가 있어 윗 데크를 기준으로 위쪽, 아래쪽, 입구 및 우물 쪽으로 크게 대상지를 삼등분한다. 위부터 시작해 아래와 외곽으로 가거나 아래 → 외곽 → 윗데크 쪽으로 가거나 한다. 
 
어떤 경우든 대상 지역의 외곽으로부터 원형의 형태로 길게 확실히 돌려 점차 중심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무난하다. 이층집 앞쪽부터 시작해 아랫집 앞쪽 뒤쪽을 꼼꼼히 깎는다. 이른 새벽 시간이 덥지 않아 좋지만, 이슬로 젖어있어 기계에 무리가 간다. 좀 더워도 풀 바싹 마른 오후 시간 또는 해거름 한 저녁 시간이 좋다. 평지보다 비탈이 많은 지형과 노후한 기계 탓에 작업은 자주 중단되고 땀은 비 오듯 한다.
 
이럴 땐 얼음물을 마시고 호스로 머리부터 찬물을 들이부어 온몸의 열기를 식힌다. 아래쪽 집 주위가 끝나면 우물과 도로 진입로 쪽으로 작업장을 옮겨 계속한다. 대략 두어 시간 걸린다. 이젠 독서당 쪽과 도장, 곡우 초당 쪽이다. 원래는 구역을 나누어 깎지만, 주민봉사 차원으로 내가 다 깎는다. 그러면 왠지 기분이 좋다.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잔디깎이(좌)와 예초기(우).예초기는 잔디깎이로 하지못하는 곳을 꼼꼼하게 깎을 수 있다. [사진 권대욱]

잔디깎이(좌)와 예초기(우).예초기는 잔디깎이로 하지못하는 곳을 꼼꼼하게 깎을 수 있다. [사진 권대욱]

 
이젠 예초기를 준비하고 풀을 깎는다. 보호경과 안면 보호대 역시 필수다. 돌 같은 것이 튀어 실명할 수도 있다. 경사면과 돌이 있는 지역은 운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땅벌 집이나 뱀도 주의해야 한다. 휘발유와 엔진오일을 50대 1비율로 섞고 연료통에 적당량을 채운다. 작업 후 잔여 연료가 남지 않도록 채우는 게 요령이다. 연료밸브를 열고 초크를 조절한 후 시동줄을 당긴다.
 
당기는 요령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엣지있고 힘차게 잡아채듯 단번에 당긴다. 잔디깎이로 깎지 못한 부분과 오른쪽 진입로 부근, 단지 외곽부근을 철저하고 꼼꼼히 깎아나간다. 폭염 속에 땀 비 오듯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움직여주는 게 좋다. 대략 두어 시간 걸린다.
 
장비를 정비하고 원위치시킨 후 샤워를 한다. 열 받은 뜨거운 몸에 오싹한 찬물의 감촉을 느끼며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원두막에 누워 복숭아를 통으로 먹는다. 석양에 비친 파란 잔디를 바라보며 저녁을 기다리는 시간은 행복하다.
 
온몸은 쑤시지만, 마음은 천국  
아름다운 석양으로 물든 산막. [사진 권대욱]

아름다운 석양으로 물든 산막. [사진 권대욱]

 
온몸은 녹초가 되고 구석구석 쑤시지만, 마음은 천국이다. 역시 몸을 써야 해! 생각만 많다 보면 머리만 아프고 마음은 늘 불안하고 충일(充溢)하지 않다. 이럴 땐 걷거나 운동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정 할 것 없으면 잔디를 깎는다. 신기하게도 머리가 맑아진다. “너는 오늘 무엇을 했느냐”는 물음에 “나는 열심히 잔디를 깎았습니다”고 대답할 수 있는 당당함. 그 느낌이 좋아 이 고생을 사서 하는지도 모른다.
 
권대욱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사장 totwkwon@amba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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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