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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중앙일보 국방부 출입기자

북한군 한가운데 낙하산만 메고 뛰어들까

 
제2차 세계대전 후반기인 1944년 9월 17일 네덜란드. 당시 연합군은 석 달 전인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뒤 유럽 대륙에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독일의 심장인 베를린을 향해 진격하던 중이었다. 이날 네덜란드의 하늘은 수많은 하얀색 눈송이로 가득했다. 미군과 영국군, 폴란드군의 공수부대원 3만5000여 명이 낙하산과 글라이더를 타고 당시 나치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던 네덜란드로 강하하는 장면이었다. 당시 연합군은 늘어난 보급선 때문에 독일 본토를 눈앞에 두고 발이 묶였다.

 
1944년 마켓가든 작전에 투입된 공수부대가 낙하산으로 지상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1944년 마켓가든 작전에 투입된 공수부대가 낙하산으로 지상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80% 성공했다고 하지만 1만7000여 명 전사
 
그래서 영국군의 버나드 몽고메리 원수는 대규모 공수작전을 감행해 진로를 뚫고자 했다. 네덜란드의 주요 다리 7개를 공수부대가 점거하면(마켓) 지상군이 이 다리들을 통해 라인강을 건너 단숨에 독일 본토로 돌입한다(가든)는 게 몽고메리 원수의 작전 계획이었다. 작전명은 ‘마켓 가든(Market Garden)’. 연합군은 성공을 자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일부 부대는 나치 독일군 기갑사단 한가운데 떨어졌다. 경무장의 공수부대가 중무장의 기갑부대를 대적하긴 벅찼다. 쾌속을 하리라 믿었던 지상군도 나치 독일군의 매복에 막혀 속도가 더뎠다. 결국 9월 25일 연합군은 라인강 너머의 모든 거점을 포기하면서 마켓 가든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몽고메리 원수는 “80% 이상 목적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합군은 공수부대원 1만7000여 명의 목숨을 대가로 얻은 것은 거의 없었다. 영국 제1 공수사단의 경우 2163명만 간신히 생환했다.
 
1944년 9월 23일 마켓 가든 작전 중 영국 공수부대원이 네덜란드 아른헴 근처의 시가지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1944년 9월 23일 마켓 가든 작전 중 영국 공수부대원이 네덜란드 아른헴 근처의 시가지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리처드 애튼버러가 감독을 맞고  마이클 케인ㆍ숀 코너리ㆍ로버트 레드퍼드ㆍ앤서니 홉킨스ㆍ진 해크먼 등 명배우가 총출동한 1977년 전쟁 영화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는 마켓 가든 작전을 다루고 있다. 제목인 ‘머나먼 다리’는 대사에서 나온다. 영국 제1 공수사단장(소장)인 로이 어콰트(숀 코너리)는 소수의 부하와 홤께 간신히 적진을 탈출한 뒤 사령부에서 상관(제1 공수군단장ㆍ중장)인 프레더릭 브라우닝(더크 보우가드)을 만난다.

 
▶어콰트=”몽고메리가 주장한 것처럼 작전이 잘 된 것 같습니까?(Does he think it went as well as was being claimed by Montgomery)?“

▶브라우닝=”글쎄,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가 머나먼 다리에 도달하려고 노력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Well, as you know, I’ve always thought that we tried to go a bridge too far).”

 
영화 '머나먼 다리' DVD 타이틀 커버. [사진 IMDB]

영화 '머나먼 다리' DVD 타이틀 커버. [사진 IMDB]

 
 
유사시를 대비해 공수 부대를 만드려는 한국군
 
‘머나먼 다리’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군 안팎에선 한국군도 ‘머나먼 다리’와 같은 상황을 만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입체기동 부대를 놓고서다.

 
‘입체기동 부대 창설’은 지난달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의 42개 과제 중 군구조 분야에 들어있다. 국방부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병력집약형ㆍ선형ㆍ소모전 개념을 벗어나 합동 전력에 의한 입체기동 작전 수행 개념을 적용하겠다”며 “이를 위해 작전수행 부대를 편성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부대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기존 부대를 모체로 보강ㆍ증편하겠다”고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입체기동 부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묻는 말에 대해 “비밀이라 구체적 내용은 말할 수 없다. 따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4월 26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수리온 헬기가 특공대원들을 지상으로 내려주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4월 26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수리온 헬기가 특공대원들을 지상으로 내려주고 있다. [중앙포토]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입체기동 부대는 송 장관이 주도한 공세적 작전 개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송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유사시 한국군 단독으로 공수 부대ㆍ해병대ㆍ기계화 부대를 투입해 2주 안에 북한의 핵심지역을 점령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는 “입체기동 작전은 육ㆍ해ㆍ공군 합동작전을 의미하며 향후 전력소요 도출의 기준이 되는 개념”이라며 “북한 점령이나 공세 등의 용어는 국방개혁에서 제외된 용어”라고 강조했다.

 
해병대와 기계화 부대는 지금도 있기 때문에 입체기동 부대의 완성은 공수 부대의 창설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 예하 2개 특공여단을 기반으로 공수 부대를 만들려고 한다. 특공여단은 북한의 특수부대가 후방에 침투할 경우 이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았다. 특공여단에 화력과 장비, 인력을 보강해 공수 부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또 CH-47 수송헬기를 더 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서울 국제 한공우주 및 방위산업 젓시회(ADEX 2015)에 참가한 에어버스의 A400M. [중앙포토]

2015년 서울 국제 한공우주 및 방위산업 젓시회(ADEX 2015)에 참가한 에어버스의 A400M. [중앙포토]

 
공군은 공수 부대를 북한 지역으로 실어나를 수송 전력을 보강하려고 한다. 군 소식통은 “공군은 공수 부대용으로 미국의 수송기는 C-17 글로브마스터 III를 점찍었지만, 이 기종은 생산이 단종돼 유럽제 A400M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관련 작전 계획을 짜놨다.

 
그런데 미군이 한ㆍ미연합사령부를 통해 공수 부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미군은 ‘한국군이 고려하는 작전 계획은 장기적 차원에서 이해는 한다’면서도 ‘당장 연합 작전계획에 반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육군항공 사격사대회에 참가한 AH-64E 아파치 가디언 헬기 4대가 경기도 양평 비승사격장에서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24일 육군항공 사격사대회에 참가한 AH-64E 아파치 가디언 헬기 4대가 경기도 양평 비승사격장에서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군의 반대로 창설 이전부터 곤경  
  
그러자 공수 부대는 창설 이전에 벌써 삐걱거렸다. 유사시 북한 지역으로 신속히 병력과 장비를 공수하려면 미군의 수송 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미군의 C-17는 M1 탱크도 실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한국군의 전차와 장갑차를 수송할 생각이었다”며 “미군의 사실상 반대 의사 때문에 기갑 전력의 공수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차와 장갑차 없이 북한의 핵심지역, 예컨대 평양에 공수 부대만 떨어뜨린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마켓 가든 작전과 영화 ‘머나먼 다리’가 잘 보여준다. 북한은 평양을 지키는 수도방어집단군을 따로 두고 있다. 이 집단군 아래엔 연대 규모의 기갑 부대가 있고, 이 부대는 옛 소련의 T-62를 개량한 천마 전차를 보유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러시아 공수군의 공수 장갑차인 BMD-4. 이 장갑차는 100㎜ 저압포와 30㎜ 기관포, 대전차 미사일로 무장했다. [출처 Vitaly V. Kuzmin - http://www.vitalykuzmin.net/Military/ARMY-2016-Demonstration/]

러시아 공수군의 공수 장갑차인 BMD-4. 이 장갑차는 100㎜ 저압포와 30㎜ 기관포, 대전차 미사일로 무장했다. [출처 Vitaly V. Kuzmin - http://www.vitalykuzmin.net/Military/ARMY-2016-Demonstration/]

 
 
지난 2016년 2월 북한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쌍방기동훈련을 했다. 평양을 지키는 수도방어군단 예하 부대들이 방어전투 임무를, 평양 외곽에 주둔한 제105땅크(탱크)사단ㆍ제425기계화보병사단ㆍ제815기계화보병사단 예하 부대들은 공격전투 임무를 각각 맡았다. 북한 매체는 평양을 사수하는 훈련이라고 보도했다. 제105탱크사단은 북한이 자랑하는 정예 부대다. 평양의 부대가 시간을 벌면 주변의 기갑ㆍ기계화 부대가 달려와 한국군 공수부대를 격파하겠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의 기갑 부대를 맞설 수단 없이 공수 부대를 보내는 것은 ‘호랑이 입으로 바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독일과 러시아의 공수 부대는 공수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공수 부대는 공수 장갑차인 BMD-4에 승무원을 태운 채 바로 수송기에서 투하하는 훈련도 진행한다. 공수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한국군은 비교적 가벼운 M48A5K 전차나 K21 보병전투차를 수송기에 태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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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사관학교 생도 공수강하훈련이 20일 경기도 광주시 특수전교육단에서 열렸다. 훈련에 참가한 생도들이 CH-47 헬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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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탱크에 맨주먹으로 맞설 수 있을까 
 
군 당국이 한국군 단독의 공수 작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점검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나왔다. 미군의 지원이 없다면 공군의 수송기와 육군의 헬기를 모두 동원하더라도 단번에 2개 여단 규모의 공수 부대를 모두 이동시킬 수가 없다는 점이다. 수송기와 헬기들이 최소 한 번은 남북한을 왕복해야 하는 것(2파)으로 나타났다. 육군의 헬기만으로 공수 작전을 편다면 4파(네 번의 작전)가 필요하다.

 
군 소식통은 “2파와 4파도 실제론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있다”면서 “이와 같은 계산은 왕복 과정에서 아군 수송 전력이 단 한대도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란 가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방공망이 촘촘한 국가다. 북한이 곳곳에 깔아 놓은 방공포와 지대공 미사일이 한국군 수송기와 헬기를 그냥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군은 한국군 단독의 공수 작전 초기 피해율이 40%에 도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한다.

 
2016년 2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쌍방기동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2016년 2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쌍방기동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육군은 북한의 방공망을 돌파할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공격 헬기인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1991년 1월 17일 걸프전 당시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공습하기 직전 미군의 아파치 8대가 이라크군의 방공센터를 먼저 무력화했다. 하지만 아파치로 북한의 방공망을 제압하는 것은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예비역 장성은 “이라크는 사막이 많은 평야 지대이지만 북한은 산악 지대”라며 “산에 숨겨둔 북한의 방공 부대를 하나하나씩 제거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래서 육군은 자폭용 드론으로 북한의 방공망을 상대한다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수 부대의 필요성은 있다. 미국의 랜드 연구소는 2013년 11월 ‘북한의 붕괴와 우리의 대비(Preparing for the Possibility of a North Korean Collapse)’ 보고서에서 한국군이 공수 부대를 활용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나 미사일 시설을 신속히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참으로 민망스럽다”고 인정했듯이 북한의 도로 사정은 열악하다. 또 이들 시설은 내륙 깊숙이 있다. 지상보다는 공중으로 접근하는 게 훨씬 낫다.

 
미 육군의 제25 보병사단 소속 병력이 지난 17일 앨라스카주에서 공수낙하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미 육군의 제25 보병사단 소속 병력이 지난 17일 앨라스카주에서 공수낙하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또 다른 예비역 장성은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작전만이 한국판 ‘머나먼 다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가급적 미군을 설득해 연합 작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 기울여야 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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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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