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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의 심스틸러] 애기씨는 내가 지킨다 '함블리'의 마력

'미스터 션샤인'에서 함안댁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정은. '함블리'가 탄생한 장면이다. [사진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함안댁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정은. '함블리'가 탄생한 장면이다. [사진 tvN]

‘함블리’. 배우 이정은(48)이 새롭게 얻게 된 연관 검색어다.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애기씨김태리를 보좌하는 함안댁 역할을 사랑스럽게 소화하면서 얻게 된 별명이다. 어디 ‘*블리’가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식어던가. 로맨틱 코미디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공효진이나 근육질 상남자의 반전 매력을 보여준 마동석 정도 돼야 ‘공블리’ ‘마블리’로 통용될 수 있다. 한데 이름에서 따온 ‘이블리’도 아닌 극 중 캐릭터에서 온 ‘함블리’라니 그가 얼마나 이 역할을 다부지게 소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함안댁은 단순한 유모가 아니다. 어릴 적 부모를 잃은 고애신을 살뜰히 보살펴온 엄마이자 가장 친근한 친구요 든든한 동지에 가깝다. 비록 애신이 공자나 맹자 필사를 할 때는 먹을 갈다 졸지언정 제빵소에 빙수를 먹으러 갈 때는 학당 친구마냥함박미소를 피우고, 거사를 치르다 총을 맞아 돌아오면 직접 실과 바늘을 들고 나서 상처를 봉합하는 만능 조력자이기 때문이다. 애신 역시 함안댁을 두고 “내 오른팔”이라며 무한 신뢰를 표했다. 
 
극 중 이정은은 김태리의 유모로 출연하지만 친구와 동지를 오가며 오른팔 역할을 수행한다. [사진 tvN]

극 중 이정은은 김태리의 유모로 출연하지만 친구와 동지를 오가며 오른팔 역할을 수행한다. [사진 tvN]

이는 조연 중에서는 흔치 않은 캐릭터다. 제한된 분량 안에 모성애와 우정을 동시에 보여줘야 할뿐더러 코미디 역할을 부여받았으므로 등장할 때마다 엔도르핀을 뿜어내야 하는 탓이다. 거기다 함안댁은 왼팔인 행랑아범과 러브라인도 있다. 여기에 애기씨의 남자들, 정혼자 변요한, 미군 양반 이병헌, 백정의 자식 유연석까지 고루 오가며 메신저 역할을 하려면 여간 바쁜 것이 아니다. 한데도 이정은은 화면 한 컷, 대사 한 줄을 귀히 쓰며 이 모든 일을 해내고 있다. 
 
'아는 와이프'에서는 치매에 걸린 역할을 맡아 보살피기보다는 보살핌을 받는 쪽이다. [사진 tvN]

'아는 와이프'에서는 치매에 걸린 역할을 맡아 보살피기보다는 보살핌을 받는 쪽이다. [사진 tvN]

이 같은 매력은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극 중 서우진(한지민 분)의 엄마 역할을 맡고 있기에 분량은 ‘미스터 션샤인’보다 더 적음에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차주혁(지성 분)이 과거로 돌아가 와이프를 바꾸는 선택을 했음에도 여전히 “차 서방~”을 기억하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려 걸핏하면 집을 뛰쳐나가는 바람에 딸에게는 골치 아픈 엄마지만 사위에게는 만날 때마다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얼핏 보면 비슷한 역할 같지만 이정은은 이를 전혀 다르게 풀어낸다. 함안댁이 믿고 의지할 만한 포근함이 있다면, 우진 엄마는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이 있다. 같은 엄마, 그중에서도 친구 같은 엄마라 해도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두 캐릭터가 겹쳐 보일 때는 빙수 혹은 아이스크림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표정 정도밖에 없다. 같은 시기 방송되는 드라마에 출연 배우로서 보기 드문 모습이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성비고 보살 역할로 귀신 잡는 추격신과 액션신을 선보인다. [사진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성비고 보살 역할로 귀신 잡는 추격신과 액션신을 선보인다. [사진 tvN]

‘오 나의 귀신님’(2015)에서 맡았던 서빙고 보살 역할도 비슷한 맥락이다. 분명 귀신 잡는 무속인 역할임에도 애증 관계인 처녀 귀신 서순애(김슬기 분)를 마치 엄마처럼 다독였다. 미혼인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장사로 바쁘셔서 할머니 손에 컸다. 그래서인지 옛날 사람들의 표현방식이 몸에 밴 것 같다”며 웃기면서도 슬픈 감정 연기의 비결을 밝혔다. 육아에 대한 직접 경험이 없는 편이 그에게는 되려 ‘엄마’의 모습을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 셈이다.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한계를 두지 않는 것 역시 그녀가 가진 장점이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200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한 그는 ‘지하철 1호선’ ‘빨래’ 등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다 2013년 브라운관과 스크린으로 진출했음에도 역할의 경중을 가리지 않았다. 지난해만 해도 영화 ‘옥자’에서는 돼지와 하마, 코끼리를 뒤섞어 만든 옥자의 목소리를 연기했고, 연극 ‘에덴 미용실’에서는 미용실 성원장을 맡아 갱년기 여인들의 성적 담론을 펼쳐놓기도 했다. 다음은 또 어디로 튈지 전혀 예측이 안 되는 행보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행랑아범(신정근 분)과 러브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행랑아범(신정근 분)과 러브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tvN]

바라기는 그녀가 ‘함블리’로 뛰놀 수 있는 판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를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역할로 가둬두기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이정은은 라미란과 우스갯소리로 “스파이물을 함께 해보면 너무 재밌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아저씨 탐정도 있고 플러스 사이즈 히어로도 있는데 안될 게 뭔가. 물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절친 황석정이나 ‘마스터’와 ‘베테랑’ 등에서 활약한 진경 정도면 전혀 다른 스파이물을 탄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또 한 번, 아니 여러 차례의 반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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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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