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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도 예술…자연, 디자인이 되다

헬싱키에서 보낸 2박 3일 아트 힐링
헬싱키 남쪽 바닷가에 2016년 문을 연 로울루 사우나. Crediting: Avanto Architects, photographer: kuvio.com

헬싱키 남쪽 바닷가에 2016년 문을 연 로울루 사우나. Crediting: Avanto Architects, photographer: kuvio.com



전세계적으로 미니멀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사실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자연친화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것을 소중히 여기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삶의 질을 무엇보다 중시하며 살아왔다. 그 삶의 한 가운데 디자인이 있다. 사용자 중심의 편리하면서도 소박한, 그러나 들여다볼수록 아름다운 디자인은 핀란드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무척 닮았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몇 년째 ‘모노클’ ‘뉴스위크’ ‘포브스’ 등 유수의 잡지 서베이에서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수위에 꼽히고 있다. 
 
‘암석 교회’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템펠리아 우키오 교회. 화강암을 깎아내며 만든 돌로 내벽을 만들고 돔 천장을 연결해 만들었다. 처음엔 반대도 많았지만 지금은 헬싱키의 관광명소가 됐다.

‘암석 교회’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템펠리아 우키오 교회. 화강암을 깎아내며 만든 돌로 내벽을 만들고 돔 천장을 연결해 만들었다. 처음엔 반대도 많았지만 지금은 헬싱키의 관광명소가 됐다.

 
북유럽의 아름다운 디자인을 생활 속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 것일까. 그들에게 디자인은 어떤 의미일까. 경험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두기 시작했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따라, 그리고 사상 초유의 폭염을 잠시라도 피하기 위해, 유네스코  2012년 세계 디자인의 수도 헬싱키로 가는 비행기에 훌쩍 몸을 실었다.
 
기내 담요와 유리잔부터 디자인 강국 분위기 물씬
핀란드 디자인 월드는 국적기인 핀에어(Finnair)를 탑승할 때부터 펼쳐진다. 대개의 비행기 안은 무채색이다. 그러나 핀에어는 달랐다. 상큼한 연두색과 파란색의 담요와 베개가 시원하고 경쾌해 보였다. 2012년 시작한 마리메꼬와의 협업 결과다. 마리메꼬(Marimekko)는 화려한 색감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60년 전통의 핀란드 대표 브랜드. 1960년대 재클린 케네디가 마리메꼬 드레스를 입으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얼마 전 유니클로와의 컬래보레이션을 기억하는 분들도 적지 않으실 터다. 비즈니스 클래스의 식기와 슬리퍼, 어메니티 키트까지 모두 마리메꼬 디자인이다. (작은 사진)
 
게다가 유리잔은 역시 핀란드 회사인 이딸라(iittala)가 빙하를 모티브 삼아 만든 ‘울티마 툴레(Ultima Thule)’. 9시간 여 비행 동안 빙하의 감촉을 음미하며 블루베리 주스를 두 잔이나 마셨다.  
 
사우나를 하다가 즐기는 바다 수영
로울루 사우나 입구

로울루 사우나 입구

 
사우나의 나라에 왔으니 사우나를 빼놓을 수 없다. 호텔에 트렁크만 던져놓고 미리 예약한 로울루(Loyly) 사우나로 향했다. 인구가 550만명인데 사우나는 300만 개가 넘을 정도로 핀란드 사람들에게 사우나는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영국 사람들이 펍을 가듯, 핀란드 사람들은 휴식의 장소이자 사람들과 어울리는 소통의 장소로 사우나를 즐겨 찾는다.  
 
로울루 사우나는 헬싱키 시민이 사랑하는 도시 남쪽 헤르나사리 바닷가에 있다. 이 지역은 예전에 공업지대였고 지금은 주거지역으로 개발 중이다. 근처에 크루즈 터미널도 있어 도심과 바다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안을 고심하던 헬싱키시는 공모전을 통해 2016년 이 근사한 건물을 완성했다. 핀란드 국토의 70%가 숲이라더니, 4000개의 열처리된 소나무 널판지를 이용해 꾸민 스타일이 눈에 확 들어왔다.  널판지 사이로 블라인드처럼 빛이 들어오고 그늘도 생겨서 에너지도 적게 쓴다.
 
 
건축설계를 맡은 아반토(Avanto)는 뜨거운 사우나와 시원한 바다 수영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바와 레스토랑이 있고 루프탑에서 전망을 즐길 수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사우나를 하는 동안 처음 보는 옆 사람에게 편하게 말을 건네고 웃고 소통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미소가 지어진다. 바다 갈매기를 벗삼아 와인과 버거(순록고기는 차마 도전하지 못했다)로 저녁을 먹었다.  
 
영화 ‘카모메 식당’의 그곳, 아카데미아 2층 카페
핀란드 대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가 1960년대 지은 아카데미아. 천장에 기하학적 창을 배치하고 시야를 넓힌 개방형 구조다. 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경이 됐던 카페 알토가 보인다.

핀란드 대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가 1960년대 지은 아카데미아. 천장에 기하학적 창을 배치하고 시야를 넓힌 개방형 구조다. 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경이 됐던 카페 알토가 보인다.

 
이튿날 쾌청한 날씨를 음미하며 우즈벤스키 성당과 헬싱키 대성당을 둘러본 후 구도심을 거쳐 서점 아카데미아를 찾았다. 아카데미아는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알바 알토(Alvar Aalto·1898~1976)가 설계한 건물로, 천정에 자연광이 비치는 기하학적 모양의 창과 탁 트인 개방형 구조가 60년대 지었음에도 아주 모던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2007)에서 무작정 집을 떠나 멀리 이곳으로 온 사치에가 미도리를 처음 만난 곳이 서점 2층 카페 알토다.  
 
알바 알토는 핀란드 국민의 자존심을 세우고 핀란드 디자인을 전세계에 알린 국민 영웅이다. 유로화가 도입되기 전 핀란드 지폐와 우표에 얼굴이 그려질 정도로 국민적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핀란드 곳곳에 공공 시설을 많이 디자인했다. 핀란드 음악가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에서 이름을 딴 핀란디아 홀은 76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완공된 대표작이다. 알바 알토의 집과 스튜디오도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패스.  


아카데미아를 돌아 스토크만 백화점 앞으로 걸어가니 작은 나무집 모델하우스가 눈에 띈다. ‘영(제로)’을 뜻하는 핀란드 말인 ‘놀라(Nolla)’라고 명명된 이 이동식 오두막은 지속 가능한 재료인 지역 소나무와 합판을 조립해 만들었고 태양열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핀란드 재생 에너지 회사인 네스트(Neste)가 제로 여행 캠페인을 위해 개발했다. 네스트는 탄소 배출량이 적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었고, 그 첫 시도가 이 놀라 오두막이다. 환경을 중시하는 핀란드 디자이너 로빈 팔크(Robin Falck)의 작품으로, 헬싱키 근처 발리사리섬에 만든 오두막은 에어비엔비를 통해 인기리에 예약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암반 파내고 만든 교회가 대표 명소로
‘침묵의 교회’라고도 불리는 캄피 채플.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이 교회 안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다.

‘침묵의 교회’라고도 불리는 캄피 채플.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이 교회 안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다.

 
핀란드의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 교회가 두 군데 있다고 해서 찾아보기로 했다. 화강암 바위에 지어 ‘암석 교회’라 불리는 템펠리아 우키오(Temppeliaukio) 교회는 세상 어디서도 보기 드문 신기한 건축물이다. 암반을 깎아내며 나온 돌로 내벽을 만들고 돔 천장을 연결해 완성했다. 공모전에서 입상한 형제 건축가 티모 & 투오모 수오말라이넨(Timo & Tuomo Suomalainen)이 설계를 맡았다. 그들이 처음 이 아이디어를 냈을 때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거대한 바윗덩이를 파내며 교회를 짓는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예산 문제로 원안의 1/4 크기로 마무리됐는데, 지금은 헬싱키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물이자 관광 명소가 됐다. 세상에 없는 창조란 늘 이런 어려움과 편견을 극복해야 나오는 것이리라. 가족의 건강을 빌며 작은 촛불을 하나 밝혔다.  
 
트램을 타고 중앙역 근처로 내려와 캄피 채플(Kampin Kappeli)로 향했다. ‘침묵의 교회’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핀란드의 나무만 이용해 지었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달걀 모양으로, 교회 안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다. 나무 제단 하나와 12개의 의자, 돌 모양 쿠션만 놓여있을 뿐이다. 천장 둘레의 틈새로 들어오는 빛이 유일한 조명이다. 이 교회는 2012년 헬싱키가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되었을 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완성됐는데, 유난히 복잡한 캄피 지구 한가운데 있는 평안한 휴식의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한 점도 인상 깊었다.  
 
발길을 쉽게 뗄 수 없는 곳,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걷다
스토크만 백화점 앞에 설치된 친환경 이동식 오두막 ‘놀라’

스토크만 백화점 앞에 설치된 친환경 이동식 오두막 ‘놀라’

 
마지막 방문지인 디자인 뮤지엄으로 가기 위해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따라 걸어갔다. 디자인 디스트릭트는 핀란드 디자인을 경험하고 쇼핑하기에 가장 적합한 동네다. 아트갤러리·디자인 숍·패션 부티크·박물관·호텔 등 디자인과 연관된 200개의 스팟이 몰려 있다. 이바나 헬싱키, 요한나 글릭센, 아르텍 세컨드 사이클 숍들을 둘러보았다.  
 
디자인 뮤지엄은 19세기 말 건축가 카를 구스타프 뉘스트롬(Carl Gustaf Nystrom·1856~1917)이 설계한 신고딕 양식 벽돌 건물에 있다. 1층은 1870년부터 현재까지 시대별 핀란드 디자인의 역사와 흐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2층에서는 핀란드 글라스 디자인의 거장, 티모 사르파네바(Timo Sarpaneva·1926~2006)의 전시가 있었는데, 투명한 유리를 이용해 다양한 색과 형태를 만든 기법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가 67년 몬트리올 엑스포 때 핀란드 파빌리온에 전시했던 팩 아이스(Pack Ice)도 보여 반가웠다.  
 
바닷가 시장을 돌아다니며 소박한 쇼핑
디자인뮤지엄 내 알바&아이노 알토 부부의 사진 앞으로 검정 파이미오 체어가 보인다.

디자인뮤지엄 내 알바&아이노 알토 부부의 사진 앞으로 검정 파이미오 체어가 보인다.

 
헬싱키는 바닷가 도시다. 항구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떠나는 날 아침, 호텔에서 5분 거리인 항구 근처 마켓 스퀘어로 갔다. 어느 도시에서나 시장을 꼭 들르는데, 시장은 사람들을 구경하고 신선한 과일을 맛보는 최적의 장소다. 밝은 색상의 텐트 노점을 거닐다가 마음에 드는 털실로 만든 목걸이를 하나 사고 디자이너와 기념사진도 찍었다. 최근 리모델링한 올드 마켓홀을 한바퀴 돌고 나와 마리메꼬·이딸라·아르텍 등 핀란드의 가장 유명한 브랜드들이 잇달아 플래그십을 오픈한 에스플라나디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스토크만 백화점을 마주보고 있는 아르텍(Artek)은 알바와 아이노 알토 부부가 35년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설립한 가구 브랜드다. 동그란 합판에 L자형 다리가 붙어있는 스툴 60을 비롯, 파이미오 체어 등 알바 알토의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헬싱키에 하루 이틀 묵는다면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호텔 중 한 곳을 골라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이용한 호텔 F6는 노마드 럭셔리를 지향하는 부티크 호텔인데, 2년 전 열었고 바닷가와 공원 근처라 위치가 그만이었다. 핀란드식 아침식사와 오감을 자극하는 데코레이션을 경험하기에도 좋았다.  
 
오는 9월 6일부터 16일까지 북유럽 최고의 디자인 페스티벌로 알려진 헬싱키 디자인 위크가 열린다. 핀란드 디자인의 멋을 한눈에 즐기고 싶다면 이 기간에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헬싱키(핀란드) 글·사진 윤경혜 JTBC PLUS 고문, 전 엘르·코스모폴리탄 발행인 kateyoonmag@gmail.com 사진 핀란드관광청·핀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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