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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발치에 웬 의자? 다리 끼는 시트 벗겨도 될까?

호텔리어J의 호텔에서 생긴 일 
호텔은 잠을 자는 곳이다. 호텔에서 놀기도 하고 먹기도 하지만, 호텔에서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공간은 누가 뭐래도 침대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을 상상해 보시라. 객실 가운데 놓인 하얗고 반듯한 침대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만 봐도 안락한 기분이 든다. 빳빳한 침대에 처음 몸을 뉘는 순간은 아무도 밟지 않는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가슴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침대는 사실 호텔 서비스의 시작이자 끝이다. 호텔 직원의 친절도, 화려한 음식도 잠자리가 불편하면 만사 도루묵이다. 반면에 숙면 하나로 두고두고 기억되는 호텔도 많다. 투숙객을 대상으로 자체 제작한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호텔도 있다. 고급 호텔일수록 침대에 공을 들인다.
 
매트리스가 비싸다고 꼭 잠자리가 편한 것은 아니다. 세심한 관리가 받쳐줘야 한다. 호텔의 평균 하우스키핑(Housekeeping) 시간은 객실 하나에 1시간 안쪽이다. 이 중에서 침대를 정리하는 베딩(Bedding) 작업에만 15∼20분 걸린다. 이부자리 만지는 일이 뭐 그리 대수냐 궁금하시면 다음 구절을 읽어보시라. ‘매트리스 위에 토퍼를 장착하고 토퍼 위에 매트리스 패드를 고정한 뒤 다시 시트로 잡아준 다음 듀벳을 올리고 베개를 놓는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시는가. 
 
호텔이 제공하는 잠자리의 비밀을 공개한다. 특급호텔의 베드 개념도를 그리고, 하나하나 설명을 달았다. 호텔리어라고 다 아는 내용이 아니어서 하우스키핑팀 베테랑 메이드들의 도움을 받았다. 호텔 침대에는 의외로 쓰임새가 궁금한 물건이 꽤 있다.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① 매트리스(Mattress)
잠자리의 편안함은 매트리스의 성능이 좌우한다. 특급호텔은 보통 1피트(30.48㎝) 두께의 매트리스를 사용한다. 객실 등급이 높을수록 매트리스 두께도 두껍다.
 
특급호텔마다 자기네 베드가 최고라고 홍보하는데, 매트리스는 사실 S사 제품이 대부분이다. 같은 S사 제품이라도 매트리스 등급이 다르다. S사의 경우 매트리스 종류가 60개가 넘는다. 이를테면 시그니엘 서울 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은 S사 최상의 매트리스 컬렉션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급호텔은 대부분 S사와 제휴해 별도 브랜드의 매트리스를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웨스틴 조선 호텔의 ‘헤븐리 베드’는 코일 900개를 설치한 S사의 매트리스를 가리키며, 롯데호텔의 ‘해온’은 모서리 부분의 강도를 높인 S사의 매트리스를 의미한다. 특급호텔이 자체 생산한 매트리스를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다. A사나 또 다른 S사의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국내 특급호텔도 있다. 
 
② 토퍼(Topper) 
두꺼운 매트리스 위에 놓인 얇은 매트리스. 토퍼를 별도로 깔지 않는 호텔도 있으나, 토퍼를 적절히 활용하는 호텔도 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강도가 다른 세 종류의 토퍼를 갖춰 투숙객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③ 매트리스 패드(Mattress Pad) 
매트리스를 덮는 얇은 깔개. 매트리스, 토퍼 그리고 매트리스 패드까지 넓은 의미의 매트리스에 속한다. 
 
④ 보텀 시트(Bottom Sheet)  ⑤ 톱 시트(Top Sheet) 
베드에 깔리는 시트는 보통 2장이다. 시트 2장 모두 매트리스에 고정돼 있다. 장판처럼 매트리스와 완전히 붙어 있는 시트를 보텀 시트라고 하고, 약간 헐겁게 고정된 보텀 시트 위의 시트를 톱 시트라고 한다. 보텀 시트와 톱 시트를 아울러 매트리스 시트라고 부른다. 
 
보텀 시트와 톱 시트는 매우 중요하다. 투숙객이 잠을 잘 때 신체가 이 시트 2장과 직접 닿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투숙객은 보텀 시트와 톱 시트 사이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 그래서 호텔마다 시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매트리스나 토퍼가 푹신함과 관계가 있다면, 시트는 쾌적함과 관계가 있어서이다. 특급호텔의 시트는 대부분 200TC(가로세로 1인치 안에 포개진 실 가닥 숫자) 이상의 면 제품을 사용한다. 신라호텔이 400TC의 최고급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톱 시트가 요물이다. 이걸 덮고 자야 하는지, 깔고 자야 하는지 영 헷갈린다. 덮어야 할 것 같아서 잡아당겼는데, 매트리스에서 도무지 빠지지 않아서다. 특히 발 부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매트리스를 움직여야 겨우 빠질 정도로 단단히 고정돼 있다. 힘이 딸려 그냥 깔고 잔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톱 시트는 덮고 자는 것이다. 발 부분을 고정한 것은 시트가 시트 위의 이불(듀벳)과 엉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불편하면 빼도 되지만, 익숙해지면 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되레 숙면에 도움이 된다. 하우스키핑 시간에 시트를 교체한다는 건, 이 시트 2장을 새 시트로 바꾼다는 뜻이다. 
 
⑥ 듀벳(Duvet)
덮고 자는 이불. 솜이나 털이 들어간 이불을 가리킨다. 특급호텔은 대부분 거위털이나 오리털을 사용한다. 
 
⑦ 베개
보통 베드 1개에 베개 4개가 놓인다. 갯털 베개 2개와 솜 베개 2개, 큰 베개 2개와 작은 베개 2개 등 세트로 구성된다. 특급호텔 대부분에 ‘필로우 메뉴(Pillow Menu)’가 있다. 침대에 놓인 베개 말고 다른 유형의 베개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프런트 데스크에 문의하면 된다. 목침을 구비한 호텔도 있다. 
 
⑧ 전신 베개(Body Pillow) 
기다란 원통 같은 쿠션이 베드에 놓여 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이것도 베개다. 전신 베개. 껴안고 자는 베개다. 옆으로 잠을 자는 사람이나 임신부에 유용한 베개다. 뚱뚱하고 네모난 것은 베개가 아니라 등받이 쿠션이다. 
 
⑨ 베드 벤치(Bed Bench) 
베드 발 아래에 놓인 의자. 국내 호텔보다는 유럽 호텔에 많이 있다. 이 의자의 용도가 내내 궁금했다. 정답은 서양인의 생활 습관과 관계가 있다. 객실 안에서도 신발을 벗지 않는 서양인이 여기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고 베드에 들어간다. 참고로 일본은 비즈니스 호텔이어도 대부분 잠옷을 제공한다. 일본인의 80.9%가 잠옷을 입고 잔다는 통계가 있다. 국내에선 최고급 호텔도 잠옷이 없다. 나라마다 다른 수면 문화가 호텔의 베드 풍경도 바꾼다. 
 
 내 침대를 호텔 침대처럼 바꾸려면?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내 침대를 호텔 침대처럼 뽀송뽀송하게 할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호텔 침대 특유의 기분 좋은 상태를 내 침실에서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선 실내 온도가 다르다. 호텔 객실은 늘 일정한 온도에 맞춰져 있다. 하여 베드도 눅눅해질 일이 없다. 호텔 베드가 늘 쾌적한 건 사실 객실 온도 때문이다. 
 
세탁 방법도 차원이 다르다. 특급 호텔은 침구류를 빨 때 전용 세제와 전용 세탁기를 사용한다. 호텔마다 시트 세척제의 배합이 다르다. 풀 먹인 것처럼 빳빳한 상태의 시트는 높이 2m가 넘는 침대 시트 프레싱 기계의 힘을 빌린 결과다. 이 거대한 다리미는 1대에 2억원이 넘는다. 
 
그래도 메이드들이 몇 가지 조언은 해줬다. 관리하는 입장에선 화이트 시트가 더 편하다고 한다. 색깔이 들어간 시트는 뜨거운 물로 삶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시트에 묻은 얼룩도 화이트 시트가 더 잘 보인다. 마지막에 찬물로 행구면 시트 결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환기도 중요하다. 습기가 곰팡이의 원흉이기 때문이다. 특급호텔처럼 면수가 높은 시트를 사용하거나, 매트리스에 토퍼만 얹어도 잠자리가 한결 안락해진다. 
 
최근 부쩍 인기가 높아진 호텔 베딩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베딩 서비스는 내 침대를 특급호텔 침대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직원이 정기적으로 내 침대를 특급호텔에서 사용하는 제품과 같은 등급의 제품으로 교체해준다. 
 
호텔리어J talktohotelierJ@gmail.com    
특급호텔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호텔리어. 호텔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일화를 쏠쏠한 정보와 함께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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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