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송지훈의 축구.공.감] 이란전, 0.1초의 차이가 승부 갈랐다

이란전에서 이승우(오른쪽 두 번째) 가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이란전에서 이승우(오른쪽 두 번째) 가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경기력 또는 수준 차이가 크지 않은 두 팀이 만났을 때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주로 정신적인 영역에 모아진다. 특히나 ‘패배’가 곧장 ‘도전 종료’로 이어지는 토너먼트 승부에서는 심리적ㆍ정신적 차이가 경기 흐름과 결과에 더욱 또렷하게 반영된다.
 
23일 인도네시아 치카랑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16강전의 승전보 또한 집중력의 차이가 가져온 열매였다. 우리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몸이 가벼워보였고, 움직임도 빨랐다. 팀 컨디션 조절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경기 상황에 대한 집중도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첫 경기 바레인전에서 6-0 대승을 거둔 게 조별리그 전체 흐름에 외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엔 8골쯤?’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말레이시아전(1-2패)에 나섰다가 일격을 당했고, 이로 인한 자신감 저하가 키르기스스탄전(1-0승)까지 이어졌다.
 
황의조(오른쪽)가 이란전 선제골을 터뜨리자 주장 손흥민이 함께 달려가며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황의조(오른쪽)가 이란전 선제골을 터뜨리자 주장 손흥민이 함께 달려가며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난적 이란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의 부담감이 가중되면 어쩌나 걱정했고, 같은 맥락에서 앞선 칼럼(김학범호, ‘금메달=병역 면제’ 생각부터 버려라)을 통해 ‘병역’이라는 무거운 마음의 짐을 벗고 오직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했는데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관련기사
이란전에서 우리 선수들의 상황 판단은 이란 선수들보다 0.1초쯤 빨랐다. 숫자만으로는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그라운드에서 그 찰나의 순간이 불러오는 나비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상대보다 먼저 결정하고 움직였다는 건 그만큼 더욱 집중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다행히 이란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은 심리적 안정을 찾은 모양새다. 선수들의 표정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과 키르기스스탄전을 치르는 동안 잔뜩 굳어 있던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얼굴은 이란전 내내 눈에 띄게 밝았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의 두 번째 골이 터졌을 때 모처럼만에 활짝 웃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앞선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승리를 부르는 결승골을 넣은 직후에도 손흥민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이란전 추가골을 터뜨린 이승우를 번쩍 들어올리며 축하해주는 손흥민. 이번 대회 주장을 맡은 손흥민은 동료 선수들의 집중력과 긴장감을 높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전 추가골을 터뜨린 이승우를 번쩍 들어올리며 축하해주는 손흥민. 이번 대회 주장을 맡은 손흥민은 동료 선수들의 집중력과 긴장감을 높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중력의 차이가 판단 속도의 차이를 부르고, 다시 경기 흐름과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연쇄 반응이 이란전을 통해 나타났다. 이번 대회 거의 유일하게 매 경기 높은 집중력을 보여준 황의조(감바 오사카)에 이어 조별리그 기간 내내 감기 몸살로 고전했던 이승우가 컨디션 회복과 함께 ‘킬러 본능’을 장착한 것도 반가운 뉴스다.
 
같은 맥락에서 이란전 수비 상황에서 이따금씩 나온 실수에 대해서도 짚어야 할 것 같다. 황인범(대전)은 황의조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승리에 큰 기여를 했지만, 그 이전까지 몇차례 아찔한 패스미스로 상대에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번 대회에서 황인범은 기성용(스완지시티)이나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처럼 김학범호의 경기를 조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포지션에서 실수가 나오면 팀에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수비수 황현수(서울), 미드필더 이승모(포항) 등도 이따금씩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손흥민은 이란전 종료 직후 “함께 뛰는 후배들 중에 아직 어려서 그런지 대표팀에서 뛰는 게 얼마나 좋은 기회이고,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모르는 선수들이 있다”면서 “나와 (조)현우 형이 많이 이야기한 게 경기 내용으로도 나타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손흥민이 자주 이야기하는 ‘간절함’이 심리적인 부담감을 키우지 않는 선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8강에서 만날 우즈베키스탄은 이란전보다 0.1초 더 빠른 판단을 요구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이란전을 승리로 마친 뒤 동료 선수들을 안아주며 격려하는 손흥민. [연합뉴스]

이란전을 승리로 마친 뒤 동료 선수들을 안아주며 격려하는 손흥민. [연합뉴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