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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와인, 다양한 반찬 오르는 한국 식탁엔 딱이죠

기자
조인호 사진 조인호
[더,오래] 조인호의 알면 약 모르면 술 (13)
주로 레드 와인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상징하고, 화이트 와인은 그 반대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중앙포토]

주로 레드 와인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상징하고, 화이트 와인은 그 반대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중앙포토]

 
어릴 적 가위바위보 게임을 할 때면 ‘남자는 주먹’이라며 요란하게 교란 작전을 펴던 친구가 꼭 한둘은 있었다. 와인을 즐겨 마시다 보니 좋아하는 와인 스타일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 경우엔 남성적인 이미지를 상징하는 묵직한 레드 와인이 답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산도가 강조된 날카로운 화이트 와인은 그 반대일 것이다. 
 
회색지대에 놓인 존재 같은 로제 와인 
로제와인은 레드와인을 만드는 적포도로 만들되 껍질을 덜 사용해 발효시킨 일종의 '옅은 레드와인'이다. [중앙포토]

로제와인은 레드와인을 만드는 적포도로 만들되 껍질을 덜 사용해 발효시킨 일종의 '옅은 레드와인'이다. [중앙포토]

 
로제 와인은 어떨까. 레드도 아니고 화이트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여서인지 주위에서 딱히 로제 와인을 좋아한다는 이를 본 기억이 없다. 마찬가지로 식당 등에서 로제 와인을 골라 주문해서 마시는 이를 본 적도 많지 않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이들이 마시는 달달한 음료쯤으로 취급하거나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섞어 만든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로제 와인은 청포도와 적포도를 함께 넣어 만들지 않는다. 레드 와인을 만드는 적포도로 만들되 껍질을 덜 사용해 발효시킨 일종의 ‘옅은 레드와인’이다(그렇지만 로제 샴페인은 예외다). 
 
이도 저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인 존재 같지만, 본래의 스타일을 인정받아 지역 대표 와인이 된 로제 와인도 많다.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로제당주 (Rose d'Anjou), 론 지방의 따벨 로제(Tavel Rose), 프로방스 지방의 방돌 로제(Bandol Rose)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레드 와인은 남성적이고 화이트 와인은 여성적이며 로제 와인은 모호한 중성의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일까.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말해준다는 말이 있듯 내가 마시는 와인의 종류로 나의 성향을 추측할 수 있다는 연구 자료가 있어 흥미롭다.
 
혼술 잦은 사람은 화이트 와인 즐겨  
2012년 ‘마스터 오브 와인(최고 등급의 와인 전문가)’인 영국인 제라르 바셋이 ‘프렌치 와인 위드 스타일’이란 단체의 지원 아래 영국의 와인 애호가 2만명을 조사한 결과다. 레드 와인을 즐겨 마시는 이들은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았다.
 
그리고 대인 관계 및 사회적인 성취에 적극적이었다. 와인을 마시는 빈도도 1주일에 4잔으로 가장 잦았다.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이들은 보다 실용적이고 보수적이었다. 해외여행보다는 국내 여행을 선호하며 휴일은 집에서 보내며 혼술도 많았다. 그리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였다. 로제 와인을 마시는 이들은 어땠을까? 가장 쾌활하고 자신을 표현하는데 개방적인 이들이었다.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한 교류도 활발했다.
 
젊고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가진 이들이 찾는 와인은 로제 와인이었다. 그래서일까. 헐리웃 스타나 감독, 유명 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인 브랜드를 설립할 때 유독 많은 것이 로제 와인이다.
 
 
[헐리웃 배우 드류 베리모어가 자신의 이름으로 와인을 출시하는 ‘베리모어 와인즈’]
 
 
[브래드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이 프랑스 프로방스의 와이너리를 인수해 만드는 ‘샤또 미라발’]
 
로제 와인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가격  
굳이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추려고 로제 와인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것 말고도 로제 와인이 갖고 있는 실질적인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발효와 숙성을 짧게 해 만드는 와인이므로 레드 와인이 갖는 항산화 효과는 덜 하겠지만 대신 알코올과 칼로리가 낮아 숙취에 의한 두통이나 부작용이 적다.
 
두 번째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성질을 다 갖추고 있어 거의 모든 종류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순서대로 음식이 나오는 서양 요리와 달리 한 밥상에 여러 요리와 반찬을 동시에 올려놓고 먹는 한국식 식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 중 하나가 로제 와인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르크 마개가 아닌 돌려서 따는 스크류 캡이 대부분이므로 햇볕 좋은 날 어디든 나가 돗자리 펴고 마시기에 로제 와인만 한 게 없다. 차갑게 마실 때 신선한 산미와 과일 맛을 잘 느낄 수 있기에 미리 냉장고에 20분 정도 넣어둘 것을 추천한다.
 
조인호 약사·와인 파워블로거 inho3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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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