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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소방관, 순직 동료에 보낸 편지 “손 못 잡아줘 미안해”

고(故) 오동진 소방위와 심문규 소방장의 영결식이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김포생활체육관에서 진행됐다. 동료 소방대원이 조사를 마친후 돌아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고(故) 오동진 소방위와 심문규 소방장의 영결식이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김포생활체육관에서 진행됐다. 동료 소방대원이 조사를 마친후 돌아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12일 한강 하류에서 구조 활동 중 안타깝게 순직한 김포소방서 소속 고(故) 오동진 소방위와 심문규 소방장과 함께 현장에 있던 한 소방관이 순직한 동료들에 편지를 보냈다.
 
13일 소방동우회 산하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에서 운영하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생존한 소방관이 남긴 글이 게재됐다. 그는 형들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 구조대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편지글에 담았다.  
 
편지를 쓴 소방관은 “이번 일 있고 나서 사실 구조대원 같은 거 다신 안 하고 싶었다”며 “내가 처음부터 구조대원이 아니었다면 형들 떠나보낼 일 안 겪었을 텐데. 너무 힘들어서 구조대원이 싫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근데 참 이기적이게도 난 배운 게 구조뿐이라서,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그만둘 수도 없었다”며 “눈앞에서 형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내가 자격이 있나 싶어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다가 문득 형들을 떠나보내고 얼마 후 알게 됐다. 형들을 찾겠다고 서울에서, 인천에서, 파주, 일산, 고양, 부천, 시흥, 광명, 화성 등등. 수백명이 형들 찾겠다고 잠 안 자고 같이 달려와 줬다”며 “그래서 형들 찾았고 난 그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몰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주 나중에, 아주 먼일이라도 후에 다른 동료 대원들에게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나도 똑같이 달려가서 도와줘야겠다고. 내가 받은 만큼 도와줄 때까지 견디고 버텨서 함께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받은 만큼만 갚고 가겠다. 나 좀 지켜줘요. 미안하고 고마워”라고 전했다.
 
최인창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단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글을 쓴 소방관이 나와 의동생 같은 관계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적었기에 허락을 받고 공식 페이스북에 옮겼다”며 많은 이들이 소방관들의 노고를 알아주기를 바랐다. 
 
오 소방장과 심 소방교는 지난 12일 오후 1시 33분쯤 “민간 보트가 신곡 수중보에 걸려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수난구조대 보트가 뒤집혀 실종됐다. 이들은 모두 사고 발생 이틀째인 13일 오후 소방당국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청은 이들 소방관에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이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잠들었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동진이 형..문규 형..

 
나 오늘 술 좀 마셨어요.
 
평상시에 형들이 그렇게 좀 마시자 했을 때도 입에도 안댔는데 오늘에서야 좀 마셨네..모르겠어요..
 
그 땐 왜그렇게 형들한테 까칠한 동생이었는지.
내 까칠함 다 받아주던 동진이형도..
 
애기 보느라 대회 준비하느라 운동하고 일하면서도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안하던 문규형도..
 
그땐 내가 너무 매몰찼던 거 같아. 미안해.
 
나 이번 일 있고 나서는 사실 구조대원같은거 다신 안하고 싶었어요.
 
내가 처음부터 구조대원이 아니었다면 형들 떠나보낼 일 같은 거 안겪었을 테고..  
너무 힘들어서 구조대원이 싫었어.
 
근데 참 이기적이게도 난 배운게 구조 뿐이라서..할 줄 아는게 이것밖에 없어서 그만둘 수도 없더라..
 
구조 밖에 할 줄 모르던 놈이 눈앞에서 형들을 구조하지 못 해서..
 
내가 자격이 있나 싶어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형들을 떠나보내고 얼마 후 알게됐어.
 
형들을 잃어버렸던 날..
형들을 찾겠다고 구조대원만 수백명이..
우리 직원들이..유관기관이 천명이 가까이 왔었어..
 
서울에서..인천에서..파주,일산,고양,부천,시흥,광명,화성,,등등. 수백명이 형들 찾겠다고 잠안자고 같이 달려와 줬어.
 
그래서 형들 찾았고 난 그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 지 모르겠더라..
 
구조대원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그 사람들이 내게 왔어..
 
그러다보니 생각이 들더라..아주 나중에..아주 먼 일이라도 후에 다른 동료 대원들에게 이번 같이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그 땐 나도 똑같이 구조대원으로서 달려가서 도와줘야겠다고..내가 받은 만큼 도와줄때 까지 견디고 버텨서 함께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동료 직원들이 큰 힘이 되줬어..
 
그래서 나 구조대원으로서 좀 더 남아있을게..
형들 손 못 잡아줘서 너무 미안하지만
조금 더 이대로 남아있게 나 좀 이해해주고 도와줘요.
 
내가 받은 만큼만 갚고 갈게요.
 
보고싶고..또 보고싶다..
 
형들한테 너무 까칠한 동생이었어서 미안해. 나 좀 지켜줘요.
 
나중에 웃으면서 형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동생이었다고 말하면서 만나러 갈게.
미안하고..
 
고마워. 동진이형.문규형.
 
지00아 이번주 토요일 25일 예정된 결혼 축하한다
꼭 참석해 축하해 줄께!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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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