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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과 국정농단 특검 사이, ISD 대응 놓고 고민스런 법무부

엘리엇, 부당 합병 이유로 한국 정부에 8600억 소송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실무를 맡고 있는 법무부가 진퇴 양난에 빠졌다. 
지난 4월 엘리엇은 박영수 특검팀의 공소사실 상당수를 인용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불공정한 행위로 주주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 중재 신청을 냈다. 엘리엇이 주장한 손해배상 청구 금액만 7억7000만 달러(약 8600억원) 규모다.  

 
법무부 입장에선 엘리엇에 맞서려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상당수를 인용해야 한다. 지난 2월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와 관련,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삼성물산 합병)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를 인용하는 것은 곧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이 제기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하는 일이다. 

 
엘리엇에 이기려면 박영수 특검 수사 결과 부정해야  
실제로 엘리엇 측에 보낸 ISD 답변서에 법무부는 “하급심 판결에 따르더라도 한국 정부의 위법한 조치로 인해 문제 되는 합병이 제안됐다거나 그 합병안이 통과되기에 충분한 주주의 찬성을 받게 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어준·주진우 "삼성의 주장이 법무부의 주장 돼" 비판
하지만 김어준씨는 지난 22일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삼성 변론을 맡았던 태평양의 아주 젊은 변호사가 ISD를 담당하는 법무부의 과장으로 특채됐다. 그 이후 삼성의 주장이 그냥 법무부의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법무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같은 방송에서 주진우 기자는 “법무부가 ‘검찰이 잘못했다. 정형식 판사(※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장)가 옳았다’고 아예 썼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13일 법무부가 엘리엇을 상대로 보낸 ISD 답변서를 ‘수상한 답변서’라고 타이틀을 붙였다.  
 
김씨가 방송에서 문제 삼은 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5월 법무부 ‘탈 검찰화’ 정책의 일환으로 국제법무과장으로 특채된 한창완(38ㆍ사법연수원 35기) 과장이다. ISD ‘정부 분쟁대응단’ 실무를 맡고 있는 한 과장은 태평양에서 통상분쟁 등을 담당하는 국제중재팀에서 활동했다. 부산공고와 한국해양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9년 개업 후 주로 해상관련 소송 업무를 맡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7월 군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저서『나쁜 사마리아인들』등 도서 23권을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반자본주의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불온서적으로 지정했을 당시 동료 군법무관 4명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무부 "엘리엇 주장 근거 없다 보이려 나열"
이런 비판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엘리엇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필요한 근거들을 나열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국가소송과 적폐청산 사이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한 국제분쟁 분야 전문 변호사는 “국익과 정치 논리 가운데 법무부가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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