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브라질 예수, 갯바위 성당 … 여기가 부산이었어?

부산의 인증샷 명소 중 하나인 '죽성성당'. 원래는 드라마 세트였는데, 지금은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 북쪽 기장의 해안에 박혀 있는데도, 인증샷을 남기려는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손민호 기자

부산의 인증샷 명소 중 하나인 '죽성성당'. 원래는 드라마 세트였는데, 지금은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 북쪽 기장의 해안에 박혀 있는데도, 인증샷을 남기려는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손민호 기자

독했던 여름도 끝나가고 있다. 한낮의 햇빛은 여전히 맵지만, 아침저녁의 바람만으로도 숨통이 틘다. “살 것 같다.” 악몽 같았던 여름을 밀어내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그래, 이제는 정말 살 것 같다.
 
최악의 폭염은 우리네 바캉스 문화도 바꿔 놓았다. 전국의 산과 바다에 인적이 뚝 끊겼다. 대신 특급호텔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는 ‘호캉스’가 유례없는 인기를 누렸다. 실은 여름 휴가를 여름 뒤로 미뤘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 
 
추억 하나 남기지 못하는 여름은 여름이 아니다. 그래서 서둘러 길을 떠났다. 여름을 마무리하기에 부산만 한 도시도 없다. 바다가 있고, 이야기가 있어서이다. 부산관광공사 심정보 사장도 “부산은 해양 레저의 메카이며 유일한 피란 수도”라고 강조했다. 부산관광공사와 함께 여름 끝자락의 여정을 짰다. 인스타그램의 인증샷 명소를 중심으로 항구 부산의 구석구석을 체험했다. 여름과 가장 비슷한 말은 어쩌면 부산이다. 
 
 저 바다에 누워
송정 해수욕장에서 파도와 노는 서퍼. 송정 바다는 국내 해양레저의 메카와 같다. 손민호 기자

송정 해수욕장에서 파도와 노는 서퍼. 송정 바다는 국내 해양레저의 메카와 같다. 손민호 기자

부산은 억울하다. 서핑 성지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요즘은 서핑 하면 강원도 양양의 죽도해변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 땅의 서핑은 원래 부산에서 기원했다. 부산의 허다한 해수욕장 중에서도 송정 해수욕장이 성지로 통한다. 
 
송정 바다에는 여전히 1년에 서퍼 30만 명이 찾아든다. 이 중에서 70%가 7, 8월에 몰린다. 그러나 베테랑 서퍼는 가을이 서핑에 더 좋다고 입을 모은다. 해운대구 서핑협회 신성재(41) 회장은 “가을 파도가 더 높다”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송정 해수욕장의 서퍼. 실제로 보드에 올라서서 파도를 즐기는 서퍼는 많지 않다. 손민호 기자

송정 해수욕장의 서퍼. 실제로 보드에 올라서서 파도를 즐기는 서퍼는 많지 않다. 손민호 기자

9월부터는 가격도 내려간다. 송정의 여름 서핑 요금은 강의료와 장비 임대료 포함해 6만5000원이다. 9월부터 판매되는 ‘부산 해양레저 시즌패스’를 이용하면 최대 20% 싼 비용으로 바다에서 놀 수 있다. 가령 20만원짜리 패스를 사면 24만원 어치 물놀이를 체험하는 식이다. 서핑·패들보트·딩기요트·카약 등 놀거리도 많다. 9월부터 홈페이지(leisurepass.kr)에서 살 수 있다. 
 
서핑? 겁먹을 필요 하나 없다. 성지 송정에서도 보드 깔고 바다에 누운, 아니 둥둥 떠다니는 초보서퍼가 허다하다. 
 
 기장 인스타 투어
현재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웨이브온 커피'. 3층 옥상에서 내려다본 해안 벤치 풍경이다. 손민호 기자

현재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웨이브온 커피'. 3층 옥상에서 내려다본 해안 벤치 풍경이다. 손민호 기자

기장군은 부산의 변두리였다. 곰장어를 짚불에 구워 먹고 멸치를 회로 먹는,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부산 북쪽의 한갓진 갯마을이었다. 더 이상은 아니다. 오늘의 기장은 부산에서 가장 힙(Hip)한 그곳이다. ‘기장 핫 플레이스’에서 찍은 인증샷으로 인스타그램은 넘쳐난다. 가장 젊고 가장 화려한 부산의 얼굴이 기장 해안을 따라 곳곳에 숨어 있다. 
 
기장 바람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카페가 있다. 기장 맨 북쪽 임랑해수욕장의 ‘웨이브온 커피’다. 인스타그램에서 20만 건이 넘는 관련 해시태그가 검색되는 명소 중의 명소다. 
'웨이브온 카페'는 스스로 랜드 마크 역할을 하는 건축물이다. 내부로 들어오려면 커피를 먼저 사야 한다. 손민호 기자

'웨이브온 카페'는 스스로 랜드 마크 역할을 하는 건축물이다. 내부로 들어오려면 커피를 먼저 사야 한다. 손민호 기자

웨이브온 커피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곽희수 건축가의 작품이다. 해안 언덕에 자리해 전망도 빼어나다. 3층 건물에 모두 130개 자리가 있다는데, 주말이면 카페 앞에 긴 줄이 선다. 커피를 사야 카페에 입장할 수 있으며,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카페 옆 산도 인증샷의 배경일 따름이다. 
'힐튼 부산 호텔'의 야외 수영장. 부산의 또 다른 인증샷 명소다. 손민호 기자

'힐튼 부산 호텔'의 야외 수영장. 부산의 또 다른 인증샷 명소다. 손민호 기자

'힐튼 부산 호텔'의 야외 수영장. 수영장 모서리를 바다와 맞닿은 것처럼 처리했다. 손민호 기자

'힐튼 부산 호텔'의 야외 수영장. 수영장 모서리를 바다와 맞닿은 것처럼 처리했다. 손민호 기자

‘힐튼 부산 호텔’은 기장 열풍의 원조로 통한다. 지난해 7월 호텔이 개장할 즈음 기장에 대한 관심도 확 올라갔다. 특히 바다와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호텔 인피니티 풀의 명성이 자자하다. 인스타그램에 관련 게시물이 6만 건쯤 올라와 있으며, 수영장 인증샷을 위해 “호캉스를 질렀다”는 고백도 수두룩하다. 호텔은 여름 시즌 투숙률이 100%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죽성드림세트장. 생긴 것과 달리 성당도 아니고 등대도 아니다. 드라마 세트였고, 지금은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예쁘면 사람은 찾아온다. 손민호 기자

죽성드림세트장. 생긴 것과 달리 성당도 아니고 등대도 아니다. 드라마 세트였고, 지금은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예쁘면 사람은 찾아온다. 손민호 기자

기장의 인증샷 명소가 하나 더 있다. SNS에서 죽성성당으로 더 알려진 ‘죽성드림세트장’이다. 죽성에 있는 TV 드라마 ‘드림’의 세트장이라는 뜻으로,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해시태그가 5만 건 이상 검색된다. 
 
죽성성당의 인기는 솔직히 난데없다. 2009년 방영된 드라마 ‘드림’이 성공을 거두진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성당 모양의 세트장은 10년 가까이 흐른 뒤에 인증샷 명소로 부활했다. 세트장은 현재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예쁘긴 예쁘다. 
 
 바다를 껴안는 예수님
부산 우암동의 동항성당. 영도 바다를 포옹하려는 듯한 자세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을 떠오르게 한다. 손민호 기자

부산 우암동의 동항성당. 영도 바다를 포옹하려는 듯한 자세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을 떠오르게 한다. 손민호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떠오르는 신예 명소가 있다. 이른바 ‘부산의 리우데자네이루’로 불리는 사진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랜드 마크인 예수상처럼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예수상이 바다 건너 영도를 바라보고 서 있다. 우암동 동항성당의 예수상이다. 
부산 동항성당의 예수상. 한국전쟁 직후 동항성당은 피란민 마을의 의원과 조산소 역할을 했다. 손민호 기자

부산 동항성당의 예수상. 한국전쟁 직후 동항성당은 피란민 마을의 의원과 조산소 역할을 했다. 손민호 기자

동항성당을 알려면 우암동부터 알아야 한다. 우암동의 다른 이름이 ‘소막마을’이다. ‘소(牛) 막사(幕舍)’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이 땅의 소도 약탈했다. 일본으로 가는 소를 실은 배가 지금은 사라진 동항(東港)에서 출발했다. 동항 주변 간척지에 대형 우사(牛舍) 19동이 들어섰다. 많을 때는 소 1만 마리가 살았다. 
소막마을 주택. 일제 강점기 소를 키우던 막사에 피란민이 들어와 살았다. 그 흔적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빈집이 많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집도 있다. 손민호 기자

소막마을 주택. 일제 강점기 소를 키우던 막사에 피란민이 들어와 살았다. 그 흔적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빈집이 많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집도 있다. 손민호 기자

시간이 흘렀고, 한국전쟁이 터졌다.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은 잠자리부터 구해야 했다. 피란민은 기꺼이 우사로 들어갔다. 우사에는 그래도 지붕이라도 있었다. 오늘에도 사람이 살았던 우사의 원형이 남아 있다. 소막마을 주택은 5월 8일 등록문화재 제715호로 지정됐다. 
 
소막마을의 유일한 성당이 동항성당이었다. 성당은 전쟁 직후 마을의 의원 역할을 했다. 박현철(55) 피란수도 문화유산 해설사는 “1950∼60년대 우암동에서 태어난 아기 대부분은 동항성당 수녀님들이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호냉면'의 물밀면. 밀면의 효시로 알려진 내호냉면에는 물밀면과 비빔밀면 두 가지 밀면을 만든다. 육수는 냉면 육수처럼 사골과 아롱사태로 내고, 면은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서 쓴다. 손민호 기자

'내호냉면'의 물밀면. 밀면의 효시로 알려진 내호냉면에는 물밀면과 비빔밀면 두 가지 밀면을 만든다. 육수는 냉면 육수처럼 사골과 아롱사태로 내고, 면은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서 쓴다. 손민호 기자

우암동시장에 전설의 냉면집 ‘내호냉면’이 있다. 1919년 함경남도 흥남에서 시작해 4대째 대물림되는 문자 그대로의 ‘백년명가’다. 피란민 음식의 대명사 밀면도 이 집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3대 대표 이춘복(68)씨의 동서 이미영(57)씨가 “요즘도 냉면과 밀면 합쳐 하루에 800그릇 정도 나간다”고 소개했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유엔군 병사가 안치된 유엔기념공원. 11개국 2300구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등록문화재 제359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다. 유엔군을 위한 공동묘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유엔이 유엔 이름으로 전쟁을 치른 유일한 전쟁이 한국전쟁이기 때문이다. 손민호 기자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유엔군 병사가 안치된 유엔기념공원. 11개국 2300구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등록문화재 제359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다. 유엔군을 위한 공동묘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유엔이 유엔 이름으로 전쟁을 치른 유일한 전쟁이 한국전쟁이기 때문이다. 손민호 기자

부산은 50년 8월 18일부터 53년 8월 15일까지 1023일 동안 대한민국의 수도였다. 유엔묘지·경무대·임시중앙청 등 피란수도 유산 8곳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부산관광공사가 피란수도 부산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1인 1만3000원). 우암동도 들르고, 밀면도 먹는다. 
 
 걷다가 놀다가 
부산 해파랑길 2코스의 대숲길. 해동용궁사 가는 길에 있다. 손민호 기자

부산 해파랑길 2코스의 대숲길. 해동용궁사 가는 길에 있다. 손민호 기자

부산은 의외로 걷기여행의 도시다.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해파랑길’이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고, 부산 시민이 낸 트레일(걷기여행길) ‘갈맷길’이 부산의 구석구석을 헤집는다. 부산에선 트레일만 걸어도 어지간한 명소는 다 들른다. 
해동용궁사. 절집이 들어앉은 터가 바닷가여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좋아한다. 손민호 기자

해동용궁사. 절집이 들어앉은 터가 바닷가여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좋아한다. 손민호 기자

부산의 신흥 명소 해동용궁사도 길 위에 있다. 해파랑길 2코스와 갈맷길 1코스가 갯바위 자락에 들어앉은 절집을 들른다. 해동용궁사는 1376년 창건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건물은 76년 중창됐다. 바닷물이 경내에 들이칠 정도로 바다와 바투 붙어 있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도 유명하다.  
기장군 연화리 '해풍가마솥'의 전복죽 상차림. 해동용궁사 근처에 있는 맛집이다. 기장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기장 갯마을의 해녀식당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부산 맛집' 하면 제일 많이 검색되는 상차림이다. 아직 전복죽과 해물 구이는 상에 오르지 않았다. 손민호 기자

기장군 연화리 '해풍가마솥'의 전복죽 상차림. 해동용궁사 근처에 있는 맛집이다. 기장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기장 갯마을의 해녀식당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부산 맛집' 하면 제일 많이 검색되는 상차림이다. 아직 전복죽과 해물 구이는 상에 오르지 않았다. 손민호 기자

걷기여행의 본령은 두 발로 걷는 일이지만, 부산관광공사가 해파랑길 2코스와 3코스를 대상으로 체험 상품을 마련했다. 이를테면 전체 길이 16.3㎞의 해파랑길 2코스를 중간중간 약 8㎞만 걷고, 송정 해안에서 해양생물을 관찰하는 테마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파랑길 체험 상품을 운용하는 ‘자연과 사람들’ 백윤하(39) 대표가 투망을 던져 숭어·복어 같은 생선을 잡아서 바로 보여준다. 한 번 투망질에 꽤 많은 물고기가 올라온다. 펄떡이는 물고기 앞에서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좋아한다. 전체 체험시간은 6시간. 체험비는 1인 1만원. 점심밥도 준다. 
 
 부산=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