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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사또 피해 도망가는 춘향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해요”

“춘향이가 방자가 끄는 가마에 타고 변 사또를 피해 도망가는 장면입니다.”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만성동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최훈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ICT융합본부장이 진흥원 1층 콘텐트 테스트베드존에서 VR(가상현실)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최훈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ICT융합본부장이 진흥원 1층 콘텐트 테스트베드존에서 VR(가상현실)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1층 콘텐트 테스트베드 존에서 박정호(38) ICT 사업팀장이 방문객 앞에서 『춘향전』을 각색한 ‘성춘향 VR(가상현실)’ 게임을 시연했다. 박 팀장은 “4D(4차원) 시뮬레이터에서 바람이 나오는 등 실제 가마를 끄는 듯한 체험이 가능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콘텐트 테스트베드 존은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에 입주한 기업들이 만든 VR 게임을 전시·체험하는 공간이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머리에 쓰고, 조종 장치를 손으로 작동하면 누구나 최무선이 돼 화약을 만들고, 이순신 장군처럼 활을 쏠 수 있다. 현재 비공개 공간인 콘텐트 테스트베드 존은 오는 10월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전북 지역의 문화 산업은 “작지만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분야의 사업체 수나 종사자 수, 매출액은 전국 중하위권이지만, 아이디어나 기술력은 대기업에 밀리지 않아서다.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 등 특색 있는 관광지와 풍부한 문화유산도 장점이다.
 
전북도는 지역 문화자원에 게임·음악·출판 등을 접목한 문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6년 1월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을 출범시켰다. 진흥원은 문체부 공모로 선정된 지역 거점형 콘텐츠기업육성센터 및 글로벌게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춘향전』을 각색해 만든 ‘성춘향 VR’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시민들이 『춘향전』을 각색해 만든 ‘성춘향 VR’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전북콘텐츠기업육성센터는 국비 48억원 등 123억원을 들여 만성동(1695㎡)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조성됐다. 진흥원은 콘텐츠기업육성센터가 문을 연 지난 4월 만성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콘텐트 전시관 및 창작소, 다목적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된 진흥원에는 VR·AR(증강현실)·AI(인공지능) 등 주로 ICT 분야에 속하는 기업 21개가 둥지를 틀었다. 전체 직원은 200명에 달한다. 알짜배기 기업도 적지 않다. 올해 초 이곳에 지사를 낸 ‘예쉬컴퍼니’는 전국에 120여 개 VR존 매장(오프라인 테마파크 매장)을 둔 회사다. 전국 300여 개 PC방에 VR 게임을 유통하는 ‘TBK’(테크노 블러드 코리아)도 지난해 지사를 냈다.
 
진흥원을 찾은 어린이가 승마 MR(혼합현실)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진흥원을 찾은 어린이가 승마 MR(혼합현실)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진흥원이 각 지역 문화유산을 VR 등으로 구현한 ‘1시·군 1사업’도 인기다. 부안 청자박물관에 있는 VR 콘텐트는 청자를 만드는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순창에선 전통장류 발효 과정을 VR로 재현했다. 성춘향 VR은 남원 광한루에 들어가 있다.
 
진흥원은 최신식 시설을 갖췄지만, 임대료는 시세보다 저렴하다. 기업 입주 공간은 10평(33㎡)~40평인데, 월세는 1㎡당 2000원이다. 보증금(3개월 치)은 40평 기준 약 100만원이다. 진흥원은 창업 지원과 수요처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훈(43)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ICT융합본부장은 “전북은 3~4년 전부터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만들던 회사들이 VR 게임으로 업종을 전환함으로써 앞선 기술 수준을 확보했다”며 “VR 콘텐트를 전통문화나 관광자원을 활용한 사업과 연계하면 관광객과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해외 바이어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기업도 늘고 있다. 성춘향 VR을 만든 ‘모아지오’의 이경범(45)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콘텐트 싸움”이라며 “전북의 풍부한 문화자원을 디지털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들면 문화 산업과 관광 산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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