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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한국 태권도 자존심 지키다

이대훈(왼쪽)이 결승전에서 이란의 바크시칼호리를 상대로 발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훈(왼쪽)이 결승전에서 이란의 바크시칼호리를 상대로 발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스터 태권도’에게 아시아 무대는 좁았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26·대전시체육회)이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하며 태권도 역사를 새로 썼다.
 
68㎏급 세계랭킹 1위 이대훈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태권도 결승에서 이란의 신예 아미르모함마드 바크시칼호리(19)를 12-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대회를 시작으로 2014년 인천 대회를 거쳐 이번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3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아시안게임 태권도에서 3연속 우승한 건 국내·외를 통틀어 이대훈이 처음이다.
 
준결승전까지는 압도적이었다. 16강전부터 준결승전까지 만나는 상대마다 모두 20점 차 이상으로 물리쳤다. 결승전은 이대훈이 유일하게 접전을 벌인 경기였다. 상대 선수 바크시칼호리는 4강에서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아흐미르 아부가우시를 10-8로 꺾는 파란을 일으킨 19세의 신예였다.
 
이대훈은 결승전 초반엔 바크시칼호리의 특성을 파악하느라 애를 먹었다. 경기 스타일과 주요 기술이 모두 노출된 이대훈과 달리 바크시칼호리는 국제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낯선 선수였기 때문이다. 1회전에는 잇달아 몸통 공격을 허용하며 먼저 4점을 주고 끌려가다 한 점을 만회하고 마쳤다. 이대훈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냈다. 2회전 중반에 접어들며 눈에 띄게 움직임이 느려진 상대를 체력과 기술로 압도하며 점수차를 좁혔다. 2회전에서 점수를 주고 받으며 6-7, 한 점 차까지 따라잡았다.
 
이대훈의 역전 드라마는 마지막 3회전에 완성됐다. 몸통 지르기로 동점을 만든 뒤 돌려차기로 상대 얼굴을 가격해 10-7로 역전했다. 경기 종료 45초를 남기고 한 점을 내줬지만, 2점짜리 몸통 공격을 성공시켜 점수차를 벌렸다.
 
어린 시절 이대훈은 ‘올림픽 3연패’를 도전 과제로 정했다. 중학생 시절 자신의 묘비명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고 “태권도 국가대표로 2012년과 2016년, 2020년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고 99세에 눈을 감았다”고 적었다. 오른손·오른발잡이지만 왼쪽도 잘 쓰고 싶어 왼손으로 밥을 먹고, 왼발로 공을 차며 1년 넘게 노력한 끝에 왼손과 왼발을 더 잘 쓰게된 ‘악바리’다.
 
아쉽게도 올림픽은 ‘소년 이대훈’의 꿈을 받아주지 않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은메달에 머물렀다. 4년 뒤 리우올림픽에서는 신예 아부가우시에게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그쳤다.
 
이대훈은 올림픽 금메달의 아쉬움을 아시안게임 3연패로 달랬다. 이대훈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어떤 대회든 최선을 다 하려는 마음은 똑같다”면서 “금메달을 따는 것 못지 않게 태권도가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어떤 무대에서 누구를 만나도 빠르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3연패로 ‘최강’을 확인한 이대훈의 시선은 다시 올림픽 무대를 향한다. 이대훈은 태권도 인생을 걸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이대훈은 "3연패를 떠나 아시안게임 우승을 했다는 것이 굉장히 기쁘다. 스스로 영광이다. 게다가 3연패라는 타이틀까지 주어지니 기쁨이 더 크다”며 “운동선수를 하면서 1등도 많이 하고 지기도 하겠지만  단점을 보완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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