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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가면 ‘방탄’은 몰라도 ‘쿤 리’는 안다

카바디 국가대표 이장군이 왼팔을 뻗어 공격하는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카바디는 손으로 상대 선수를 치고 돌아오면 점수를 얻는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카바디 국가대표 이장군이 왼팔을 뻗어 공격하는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카바디는 손으로 상대 선수를 치고 돌아오면 점수를 얻는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카바디! 카바디! 카바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바디 경기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가루다 시어터에선 이 말이 자주 들린다. ‘숨을 참는다’는 뜻의 힌두어, 카바디는 인도의 전통스포츠다. 한국에선 생소한 이색 스포츠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카바디 종주국 인도의 콧대를 꺾었다. 한국은 지난 20일 종주국 인도와의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24-23,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카바디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인도는 7연패를 달성한 카바디 최강국이다. 그런 인도가 아시안게임에서 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러시아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꺾은 것만큼이나 큰 사건이었다. 한국은 여세를 몰아 23일 스리랑카를 33-22로 물리치고 A조 1위(4승)로 준결승에 오른 뒤, 이날 오후 열린 파키스탄과 준결승전에서 27-23으로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처음 아시안게임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24일 인도를 누룬 이란과 금메달을 놓고 대결한다.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준결승 한국과 파키스탄의 경기에서 한국 이장군이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어터 가루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준결승 한국과 파키스탄의 경기에서 한국 이장군이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카바디를 이끄는 간판스타는 이장군(26·벵갈 워리어스)이다. 지난 22일 자카르타 선수촌에서 만나 인도를 물리친 소감을 들어봤다. 이장군은 “인도가 세계 최강이라지만 이길 자신이 있었다. 상대 선수들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인사도 안 받더라. 아주 놀라워 했다”면서 “2년 전 월드컵 개막전에서 인도를 처음 꺾었다. 그때 운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실력으로 이겼단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카바디 종주국 인도에서 이장군은 수퍼스타다. 카바디에 입문하지 3년 만인 2014년 인도 프로리그에 진출해 현재 벵갈 워리어스에서 주축 공격수로 뛰고 있다. 그의 연봉은 인도 진출 당시 300만원이었는데 지난 시즌엔 1억1000만원으로 올랐다. 3년 새 40배가량 가치를 높여 인도 프로리그 전체에서도 세 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는다.
 
인도 프로리그 경기에서 활약하는 이장군. [사진 프로카바디]

인도 프로리그 경기에서 활약하는 이장군. [사진 프로카바디]

 
인도에서 ‘쿤 리(Kun Lee)’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는 가는 곳마다 스타 대접을 받는다. 리그 창립자인 인도의 대기업 마힌드라의 아난드 마힌드라(63) 회장도 쿤 리의 열성 팬이다. 2015년엔 그에게 자동차를 선물하기도 했다. 조재호 남자대표팀 감독은 “인도에선 BTS(방탄소년단)는 몰라도 쿤 리는 다 알 정도다. 이장군은 인도 한류의 원조”라고 설명했다.
 
카바디는 언뜻 보면 술래잡기를 연상시키지만, 공격과 수비 상황에선 격투기, 피구, 럭비 등을 섞어놓은 듯한 종목이다. 길이 12.5m, 폭 6.25m의 경기장에서 한 명의 공격자가 적진으로 들어가 상대 선수를 손으로 치고 자신의 진영으로 무사히 돌아오면 점수를 얻는다. 이런 경기방식이 술래잡기나 피구를 떠올리게 한다. 반대로 수비수가 자신의 진영으로 복귀하려는 공격수를 막으면 득점을 올린다. ‘카바디’를 끊임없이 외치는 공격수와 격렬한 몸싸움으로 막아내려는 수비수와의 다툼은 격투기와 럭비를 섞어놓은 듯하다.
 
카바디 인도 수퍼 리그의 주요 선수로 소개된 이장군(왼쪽).

카바디 인도 수퍼 리그의 주요 선수로 소개된 이장군(왼쪽).

 
이장군은 중학교 때 축구 선수, 고등학교 때는 조정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축구는 적성에 맞지 않았고, 조정은 저조한 팀 성적 탓에 고민하다 일반 체대 입시를 준비했다. 그때 우연히 카바디를 접했다. 이장군은 “카바디라는 종목을 접하자마자 반해버렸다”고 했다. 국내에선 2007년에야 협회가 창설됐을 만큼 저변이 취약했다. 실업팀도 없었고, 기껏해야 대학에서 동아리 팀이 활동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장군은 2011년 대학(부산 동의대)에 입학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카바디를 하면서 자신의 모든 걸 걸었다. 그는 “상대 선수와 격하게 부딪히다 보니 박진감이 넘친다. 다같이 손을 잡기에 선수들끼리 마음이 잘 통하는 매력도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인천 실내 무도아시안게임을 통해 이장군의 인생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당시 한국은 동메달을 땄는데 그의 활약을 눈여겨 본 인도 카바디 관계자들이 이듬해 출범한 프로 리그 팀에 오라고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대우가 좋진 않았지만 이장군은 카바디 종주국에서 직접 부닥치겠다는 마음으로 타지 생활을 시작했다. 인도 프로 리그 팀에 입단한 뒤에는 탄산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최적의 몸무게(85kg)를 유지하기 위해 닭가슴살과 견과류만 먹으며 버티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바디 국가대표 이장군 선수가 23일 카바디 경기가 진행되는 자카르타 가루다 시어터 앞에서 인도네시아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바디 국가대표 이장군 선수가 23일 카바디 경기가 진행되는 자카르타 가루다 시어터 앞에서 인도네시아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인도 프로리그에서 뛰면서 자신감을 얻은 이장군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6년 팀 내 공격 1위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인도를 처음 꺾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장군은 “당시 인도에서 열린 개막전이어서 모든 팀의 구단주들이 다 관전하러 왔었다. 그런 경기에서 인도를 물리치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조재호 감독은 “이장군은 몸 관리는 물론 심리적인 면까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현재 한국 남자 카바디 대표선수 중 8명은 인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가 인도 프로리그의 길을 개척한 셈이다. 이장군은 “카바디는 이제 내 인생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후배들이 편안하게 카바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장군은 …
생년월일 1992년 11월 6일(부산 출생)
체격조건 키 1m83㎝, 몸무게 85㎏
출신교 부산 광일초-덕원중-혜광고
동의대-동아대 교육대학원(재학)
소속팀 인도 벵갈 워리어스
카바디 시작 2011년
포지션 공격수
별명 쿤 리
주요 경력 2013 인천실내무도 아시안게임 동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동
2016 월드컵 3위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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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