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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식히기 전쟁' 양양 전복 양식장선 35kg 얼음 퍼붓는다

대한민국 바다가 달라졌다 
지난 9일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부산시 기장군에서 양식물고기가 떼죽음당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넙치를 기르는 어민이 물고기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부산시 기장군에서 양식물고기가 떼죽음당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넙치를 기르는 어민이 물고기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남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 윤병선 연구사는 지난 4월 멸치 산란 조사에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멸치 알이 있어야 할 시기에 1~2㎝ 미만의 새끼 멸치들이 돌아다녀서다. 윤 연구사는 “멸치는 통상 4월에 알을 낳고 5월에 치어로 자라는데 수온이 올라가면서 알 낳는 시기가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월 바닷물 온도 8년 새 2.9도 올라
여수선 고수온·적조 동시 발생

10년 전 1400t 잡히던 조기 작년 1t
서해 만나는 임진강엔 참게 급감
남해 살던 감성돔 서해로 올라와

강원도 양양에서 전복과 조개를 양식하는 이증녀(57·여)씨는 올여름 얼음덩어리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양식장 물이 뜨거워지면 전복과 조개가 집단 폐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35㎏ 크기의 대형 얼음을 만들어 양식장에 던져 넣는다. 이씨의 양식장에는 수조가 54개나 된다. 얼음을 아무리 던져 넣어도 올여름 전복 10만여 개가 폐사하는 걸 막지 못했다.
 
한반도 주변 바다의 생태계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어업 환경도 따라서 달라지고 있다. 모두 온난화가 바닷물 온도를 높이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7월 바닷물 온도는 8년 새 2.89도나 높아졌다. 연평균 0.34도씩 상승한 것이다.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해역 표층 온도는 1.23도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바다 온도 상승 폭(0.48도)의 2.6배다.
 
수온이 오르자 어종이 달라졌다.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할 정도로 인천 지역의 대표 어종이었던 조기(참조기)와 민어·청어는 최근 자취를 감췄다. 2007년만 해도 연간 1400t씩 잡히던 참조기는 지난해 1t 미만으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1960년대 조기 어장으로 유명했던 연평도에선 현재 조기를 보기 힘들다. 인천수협 관계자는 “남해가 주 서식지인 능성어나 감성돔이 종종 경매에 올라올 정도로 서해 생물종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남해안과 제주도에선 아열대성 어종인 백상아리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열대 먼바다에서 사는 고래상어는 지난해 9월과 10월 경북 영덕, 강원도 삼척 앞바다까지 올라왔다. 아열대 해양생물 지표종으로 주로 필리핀이나 대만에 서식하는 그물코돌산호는 제주 앞바다에 정착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제주 연안에 출현한 아열대성 어종은 어획된 전체 어종의 40%를 넘었다.
 
산란 시기를 당길 정도로 수온에 민감한 남해 멸치도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멸치 전문가’인 통영수산자원연구센터 유준택 박사는 “멸치는 수온 15~25도에서 산란하고 30도 이하에서 서식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한때 수온이 31도까지 치솟을 정도로 고수온이 계속돼 개체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남해안 멸치는 2015년엔 21만t가량 잡혔으나 2016년에 14만t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고수온으로 새끼 멸치 수가 줄어서다. 지난해엔 21만t으로 어획량을 회복했으나 어민들은 올해 ‘2016년의 충격’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동해안에서는 대표적 수산자원인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오징어 개체 수가 줄어든 게 아니라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면서 오징어의 생활반경이 넓어진 탓에 조업환경이 나빠졌다.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동해 일부 구역에서만 어군이 형성됐지만 3~4년 전부터 수온이 올라가면서 동해 전역으로 분포가 확산됐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중진 박사는 “특정 수역에 밀집해 살 때엔 어군탐지기를 동원해 손쉽게 어획량을 늘릴 수 있지만 최근에는 수온이 오르면서 넓은 지역에 퍼져 살기 시작해 잡히는 양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바닷물의 온도가 오르면서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도 생태계 변화가 오고 있다. 서해와 만나는 임진강이 대표적이다. 제철을 맞았지만 숭어와 참게가 크게 줄어들었다. 21일 오전 어민 장석진(54·전 파주시어촌계장)씨가 자망 3통을 걷어올려 잡은 숭어는 5㎏(3마리)에 불과했다. 지난해 이맘때 반나절 조업으로 50㎏(30마리)을 잡았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참게는 통발 500개를 올려 7㎏(100마리)을 잡는 데 그쳤다. 역시 예년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전남 남해안에선 올해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전남 여수 해역에는 고수온 주의보와 적조 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됐다. 여수 해역에 고수온과 적조 주의보가 같이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바닷물 온도가 28도를 넘는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면 적조의 활동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올해는 반대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전남도와 해수부가 함께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양식 어민들은 폭염 속에 ‘수온 낮추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양양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권정숙(76·여)씨는 “육지에서 400m 떨어진 바다로 나가 7m가량 깊이에서 물을 끌어다 양식장에 대고 있다”며 “올해는 바닷물 온도가 27~28도까지 치솟아 전복 20만 개가 폐사했다”고 말했다. 전복은 통상 22~23도 수온에서 잘 자란다.
 
자치단체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은 고수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종 교체를 권한다. 수온에 민감한 조피볼락(우럭) 대신 숭어나 대왕범바리 등을 키우도록 유도하고 있다. 육상에선 전복이나 대합을 해만가리비로 바꿀 것도 권한다.  
 
하지만 어민들은 “양식에도 노하우가 필요한데 수십 년 길러온 어종을 갑자기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권장하는 어종 중 일부는 가격이 낮고 수입산에 비해 수산품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경제성이 낮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서산·통영·파주=신진호·위성욱·전익진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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