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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방백서 ‘북한은 적’ 삭제 전망, 정권 따라 바뀌는 북한 표현

2016 국방백서의 '제2장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정책' - '제2절 국방정책' - '1. 국방목표'에서 북한을 '적'으로 표현한 부분(빨간 줄).

2016 국방백서의 '제2장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정책' - '제2절 국방정책' - '1. 국방목표'에서 북한을 '적'으로 표현한 부분(빨간 줄).

국방부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발간하는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문구는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난 뒤 나온 ‘2010 국방백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국방백서 담당팀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초안을 만들고 있다”며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한 사항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이날 출입 기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적’ 표현 삭제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발간시 결정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군 안팎에서 사실상 삭제를 기정사실화하는 전망이 다수다.
 
2016 국방백서 표지

2016 국방백서 표지

정부의 국방 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국방백서는 2004년부터 2년 단위로 짝수해에 발간된다. 2018년 판은 올해 12월 간행된다. 2016 국방백서는 국방정책(34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은 (…) 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며 “이 같은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했다.

 
국방부가 국방백서에서 ‘적’ 표현 삭제를 검토하는 이유는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책자에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해놓고 북한과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적대행위 해소 조치를 협의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적이라는 표현 대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문구나 단어로 대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국방백서에는 ‘위협이 지속되는 한’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단서의 상황이 바뀐 점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사적 위협’ 등과 같이 ‘적’을 대신해 북한의 위협을 표현할 수 있는 문구를 찾고 있다.
 
남북간 특사 교환을 위한 1994년 3월 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쪽 회담 대표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중앙포토]

남북간 특사 교환을 위한 1994년 3월 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쪽 회담 대표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중앙포토]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 또는 주적으로 규정하느냐를 놓고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로 갈릴 때마다 국방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국방백서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판부터 ‘주적’ 표현이 들어갔다. 94년 3월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북측의 박영수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긴장을 조성하며 위협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 진보 성향의 김대중 정부 전반기인 98년, 99년, 2000년에도 ‘주적’은 국방백서에 그대로 남았다. 그러나 2000년 6월 15일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인 그해 10월 사전배포된 국방백서 2000년판을 놓고 북한은 ‘주적’ 표현이 있는 걸 문제삼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당시 북한은 ‘대화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한 남측과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며 “결국 그해 11월 평양에서 열기로 남북이 합의했던 제2차 국방장관 회담을 북한이 보이콧했다”고 말했다. 이 여파로 88년 이후 매년 출간하던 국방백서는 2004년까지 정간됐다.
 
진보 성향인 노무현 정부 때 복간된 2004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규정됐다. 2006년 국방백서에서도 “심각한 위협”으로 표현됐다. 당시 국방백서 작업에 참가했던 당국자는 “국방 목표에 특정한 세력을 주요한 위협으로 단정적으로 말하면 안보에 차질이 생긴다”며 “결국 정상적인 표현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군부대와 민가에 150여발의 포격을 가한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었다.[연합뉴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군부대와 민가에 150여발의 포격을 가한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었다.[연합뉴스]

 
보수 성향의 이병박 정부에선 첫 해인 2008년판에선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었는데,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은 다시 ‘적’으로 바뀌었다. 당시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이었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위협을 명확히 나타내자는 의견에 따라 ‘적’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국방백서에서 ‘적’을 삭제하는 것을 놓곤 찬반이 엇갈린다. 문 센터장은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중단 등 북한이 적대 행위를 중단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적대행위 중단은 적대관계 종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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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