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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 바위·계곡 질주 아찔 … 몸은 편했다

바바리코트·스티로폼·나일론…. 특정 브랜드 이름이 일반명사가 된 것들이다. 가장 먼저 제품을 출시했거나, 혁신적인 성능ㆍ디자인을 선보인 브랜드들이 이런 영광을 맛볼 수 있다. 자동차 중엔 ‘지프’가 있다. 넓게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체를, 좁게는 군용이나 오프로드용 사륜구동차를 아울러 ‘지프차’로 부른다. 전쟁터에서 탄생한 만큼 모든 라인업이 단단한 몸체와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자랑하지만, 최강자는 언제나 ‘랭글러’였다.
20일 국내 출시된 지프 '올 뉴 랭글러'. 지난 15~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루비콘 트레일'에서 올 뉴 랭글러 글로벌 시승 행사가 열렸다. [사진 FCA그룹]

20일 국내 출시된 지프 '올 뉴 랭글러'. 지난 15~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루비콘 트레일'에서 올 뉴 랭글러 글로벌 시승 행사가 열렸다. [사진 FCA그룹]

 
랭글러가 11년 만에 완전변경 돼 ‘올 뉴 랭글러’로 돌아왔다. 국내 공식출시를 한 주 앞둔 14~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루비콘 트레일(Rubicon Trail)’에서 신형 랭글러를 시승했다.
 
포장도로와 오프로드 등을 포함해 총 35㎞ 거리인 루비콘 트레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프로드 코스 중 하나다. 미국 지프 잼버리(Jeep Jamboree)의 오프로드 트레일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10점을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길이기도 하다. 1953년 150여 명의 도전자가 최초로 길을 개척한 이후 수만 명의 오프로드 마니아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바위가 깔린 험로를 돌파하는 올 뉴 랭글러. [사진 FCA그룹]

바위가 깔린 험로를 돌파하는 올 뉴 랭글러. [사진 FCA그룹]

 
취재진은 국내에 출시된 신형 랭글러 ‘스포츠’와 ‘루비콘 하이’, 루비콘 하이에 ‘원터치 파워 소프트탑’이 더해진 최상위 트림 등을 나눠타고 루비콘 트레일에 들어섰다. 최상위 트림은 내년부터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우선 1시간가량 포장도로를 거쳐 오프로드에 진입, 크고 작은 돌과 나무뿌리 등이 깔린 흙길을 다시 2시간가량 달렸다. 도심형 SUV나 세단이었다면 차 밑바닥이 다 다칠 정도로 울퉁불퉁한 길이긴 했지만, 이때까지는 그래도 길이라고 부를만했다. 그러나 조금 더 가자 경사가 훨씬 가팔라졌고, 바위라고 부를만한 큰 돌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도저히 길이라고 표현하기 힘든 험로였다.
 
그러나 신형 랭글러의 오프로드 돌파 능력은 기대 이상으로 강력했다. 성인 남성의 몸통보다 더 큰 바위가 여러 개도 손쉽게 타고 넘어갔다. 험지에 특화된 모델인 만큼 계기판을 통해 차량의 기울기와 바퀴가 벌어진 각도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때때로 차체가 30도 이상 기울어져 전복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단단하게 균형을 유지했다. 자칫 차가 조금만 미끄러져도 밑으로 굴러떨어질 수 있는, 낭떠러지 옆으로 난 험난한 길에서도 랭글러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올 뉴 랭글러'. 윤정민 기자

오프로드를 달리는 '올 뉴 랭글러'. 윤정민 기자

시승 차 및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신형 랭글러에는 기존 V6 엔진보다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2.0L 터보차저 직렬 4기통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272마력, 최대토크는 40.8㎏ㆍm다. 랭글러의 최대 약점 중 하나로 꼽힌 연비는 기존 모델 대비 36% 개선됐다. 표준연비는 리터당 8.2~9㎞다. 뛰어나진 않지만, 훨씬 나아진 수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루비콘 트레일'에서 열린 '올 뉴 랭글러' 글로벌 시승 행사. [사진 FCA그룹]

미국 캘리포니아 '루비콘 트레일'에서 열린 '올 뉴 랭글러' 글로벌 시승 행사. [사진 FCA그룹]

코스 중간엔 아예 길이 아니라 암벽을 그대로 눕혀 놓은 것 같은 구간이 등장하기도 했다. 차고가 높은 랭글러에 35인치 타이어를 달고도 튀어나온 바위들이 차량 바닥에 부딪힐 정도였지만, ‘스키드 플레이트’와 ‘락 레일’ 등 지프만의 보호 장치들이 충격을 막아내 주행 자체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또 바퀴와 차체 밑부분이 완전히 잠길 정도로 깊은 물을 건너는 모습도 발군이었다. 랭글러의 최저 차고는 27.7㎝며 깊이 76㎝까지의 물길을 주행할 수 있다.
 
지프 측은 특히 이날 시승에 투입된 차들은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차체를 높이는 등의 튜닝을 거치지 않고, 공장에서 출고된 상태 그대로 타이어만 바꿔 끼운 순정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날 때부터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타고난 제품이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모든 올 뉴 랭글러 모델에는 미국 군용차 평가 기관인 ‘네바다 오토모티브 테스트 센터(NATC)’가 주관하는 혹독한 오프로드 코스 테스트에서 성능이 검증돼야 받을 수 있는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배지가 붙어있다.
 
경사로를 오르는 '올 뉴 랭글러'. 윤정민 기자

경사로를 오르는 '올 뉴 랭글러'. 윤정민 기자

시승 중 가끔 길이 미끄럽거나 장애물이 너무 커 힘이 부족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 코스에선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기능들이 존재감을 발휘했다. 전면의 버튼을 이용해 손쉽게 구동 시스템과 차축의 연결 상태 등을 변경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단번에 힘을 집중시켜 돌파하는 것이 가능했다. 랭글러에는 트림에 따라 지프만의 사륜구동 기술인 ‘록-트랙(Rock-Trac) HD 풀타임 4x4 시스템’ 또는 ‘셀렉-트랙(Selec-Trac) 풀타임 4x4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지프 관계자는 “운전자의 설정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해서 전륜과 후륜에 동력을 전달하며, 2.72:1의 저속기어비로 어떤 장애물도 쉽게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뉴 랭글러 글로벌 시승행사가 열린 '루비콘 트레일'. 윤정민 기자

올 뉴 랭글러 글로벌 시승행사가 열린 '루비콘 트레일'. 윤정민 기자

운전자와 살을 맞대는 부품들도 견고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줬다. 안전띠가 없으면 몸이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거친 오프로드를 10시간 넘게 달렸지만, 가죽 시트는 안락하게 몸을 감싸줬다. 스티어링휠은 여성 운전자도 오프로드에서 조작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적당히 부드럽고 조작감이 뛰어났다.
 
오프로드 주행 후에는 일반도로를 2시간 가까이 달렸다. 신형 랭글러는 험지보다 오히려 일반도로에서 더 놀라움을 안겨줬다. 짧은 거리였지만, 앞선 모델에 비해 일반도로에서의 주행성능도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주행성능뿐 아니라, 정숙성도 평균 이상이었다. 노면소음이나 엔진소음 등은 거의 세단이나 도심형 SUV와 다름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다만 캔버스 소재의 소프트탑을 장착한 만큼 시속 80㎞ 이상의 고속에서 풍절음이 꽤 크게 들렸다.
 
랭글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23만4990대, 국내에서 1425대가 판매됐다. 신형 랭글러의 국내 출시 가격은 4940만∼6140만원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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