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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 멸치(메릴린치)에 뿔난 개인, 한국거래소 모니터링 나서

“멸치가 떴다.”
올해 들어 인터넷 주식 게시판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문구다. 멸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된 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를 뜻하는 단어다. 회사명과 유사한 발음의 멸치가 국내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메릴린치를 가리키는 은어가 됐다. 
 
메릴린치 로고. [중앙포토]

메릴린치 로고. [중앙포토]

소액을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사이 메릴린치는 경계의 대상이다. 빠른 시간 안에 ‘치고 빠지는’ 특유의 투자 방식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메릴린치는 특정 종목에 대량으로 ‘사자’ 주문을 한 다음, 주가가 오르고 다른 투자자의 추격 매수가 시작되면 다시 파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투자가 단시간 내에 여러 종목에 걸쳐 이뤄지면서 피해를 보는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에서 ‘멸치가 뜨면 피하라’는 조언이 오갈 정도다.
 
 
한국거래소가 이런 메릴린치의 투자 행태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정석호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은 “외국계 금융사인 메릴린치 창구를 통한 매매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22일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대량으로 단타 매매에 나서는 메릴린치의 투자 방식이 불공정 거래 행위, 시장 교란 행위 등 관련 법규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주식을 짧은 시간 안에 사고팔아 수익을 챙기는 매매 기법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개인 투자자가 소액으로 단타 매매를 한다고 해서 처벌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메릴린치가 문제가 된 건 메릴린치 단일 창구를 통한 거액의 단타 매매가 지난해부터 올해 들어서까지 여러 종목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져서다.  
 
특히 제약ㆍ바이오주(株),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 등 변동성이 큰 업종을 대상으로 메릴린치의 매매가 집중됐다. 코스피 대형 종목보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코스닥 종목의 경우 메릴린치 매수와 매도에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일이 잦았다. ‘개미’ 투자자의 피해가 불거졌고, 청와대 게시판에 ‘주가, 시세 조종을 하는 메릴린치를 제재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한국거래소는 잦은 단타 매매로 개인 투자자 불만을 산 메릴린치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는 잦은 단타 매매로 개인 투자자 불만을 산 메릴린치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 한국거래소]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메릴린치는 시스템 매매, 퀀트 투자 등으로 불리는 알고리즘 매매 투자를 국내 증시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특정 투자 신호가 나오면 자동으로 매수ㆍ매도하는 알고리즘 매매 방식”이라고 말했다. 퀀트 투자 기법을 쓰는 대규모 헤지펀드가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한국 증시를 교란한다는 의혹이 개인 투자자 사이 일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내 일반 투자자들은 메릴린치 같은 대형 증권사의 초단기 매매 행태를 따라잡지 못해 손실을 보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런 한국 투자자의 불만에 당국이 점검에 나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간) 전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의 점검이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표면적 행위만으로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고 불공정 행위, 시장 교란 행위 여부는 실제 점검 결과가 어떤지 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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