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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 긴 이별..."건강해야 해" "통일되면 다시 만나자"

끝내 잡고 있던 손을 놔야만 했다.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상봉의 시간을 가졌던 남북 이산가족들이 22일 오전 작별상봉과 점심을 끝으로 기약 없는 이별을 했다. 65년 전 헤어진 사연은 각자 달랐지만 ‘예정된 이별’의 순간을 받아들여야 했다. 남과 북의 가족들은 “통일이 되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겠냐”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에 해가 뜨고 있다. 남측 이산가족은 북측 가족들과 점심을 함께 먹은 뒤 이날 오후 1시 28분 금강산을 떠났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에 해가 뜨고 있다. 남측 이산가족은 북측 가족들과 점심을 함께 먹은 뒤 이날 오후 1시 28분 금강산을 떠났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작별상봉이 열린 금강산호텔 2층 대연회장은 눈물바다 그 자체였다. 팔순이 넘은 북측 여동생 김순옥(81) 할머니는 “오빠, 울지마. 울면 안 돼…”라며 달랬지만 허사였다. 오빠인 김병오(88) 할아버지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결국 오빠도 여동생도 모두 울었다. 이를 지켜보던 김병오씨의 아들 종석(55) 씨는 “평생 끝이니까…아무래도 많이 착잡하신 것 같다”며 “아버지가 저렇게까지 우실 줄 몰랐다. 지금 저렇게 우시면 잇다가 진짜 헤어질 때 어떠실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김병오(88)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동생 김순옥(81)할머니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김병오(88)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동생 김순옥(81)할머니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북측 조카들과 만난 송영부(92) 할머니도 북측 가족들이 “간밤에 안녕하셨느냐”라고 인사하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남측에서 함께 온 가족들은 할머니의 등을 쓰다듬으며 달랬다. 배순희(82)씨는 북측 언니와 여동생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지금은 100세 시대니까 오래 살고, 서로 다시 만나자”라는 배 씨의 말에 언니도 “다시 만나자”라고 재회를 기약했다. “통일 되면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이어졌다. 

이산가족들은 건강을 당부하며, 서로의 주소와 가계를 다시 한번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신재천(92) 할아버지는 북측 동생 금순(70)씨에게 “서로 왕래하고 그러면 우리 집에 데려가서 먹이고 살도 찌게 하고 싶은데…라며 슬퍼했다. 경기 김포에 사는 신 할아버지는 개성에 산다는 북측 동생에게 “차 가지고 가면 40분이면 가”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첫날 아들의 이름 “상철아~”를 부르며 두 팔을 벌려 칠순의 아들을 안았던 이금섬(92) 할머니는 상철씨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별을 준비했다.  

 
일부 가족들은 A4 용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가족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교환하며 훗날을 기약했다. 또 일부에선 즉석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이용해 마지막 순간을 담았다. 북쪽의 아들(강선ㆍ75)을 만나면 “너도 술 좋아하냐”고 묻겠다고 했던 애주가 이기순(91) 할아버지는 미리 준비해간 남측 소주를 물컵에 따라 나눠 마셨다.

 
오전 11시 시작된 식사에선 남과 북의 가족들이 서로 음식을 챙겨 먹였다. 한신자(99) 할머니의 남북 네 자매인 김경복(南ㆍ69), 경식(南ㆍ60), 경실(北ㆍ72), 경영(北ㆍ71) 씨는 식사가 나오자 서로 크림빵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며 챙기는 모습이었다. 북측 딸이 젓가락으로 빵을 잘 집지 못하자 한신자 할머니는 옆에 놓인 포크를 집어주며 “이거로 먹어라”고 내밀었다.

 
점심 메뉴로 나온 ‘오징어 튀김’은 또 다른 얘깃거리를 만드는 소재가 됐다. 김진수(87) 할아버지는 북측 조카며느리가 오징어 튀김 하나를 집어주며 “낙지예요”라고 말하자, “오징어지”라고 가볍게 반박했다. 그래도 조카며느리는“예? 낙지예요”라고 수긍하지 않았고, 김진수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가로로 긴 모양으로 만들면서 “낙지는 이렇게 긴 거지”라고 했다. 그러자 조카며느리는 “아아. 거기서는 낙지가 오징어군요”라며 웃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공동 오찬을 끝으로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2박3일 간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남측 가족들은 점심식사 후 버스로 휴전선을 넘어 귀환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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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