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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디자이너] 공익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최혜진 '글자와 기록사이' 대표가 자신이 디자인한 영등포지역자활센터의 누룽지 제품 '구수미' 포장재를 머리 위에 올려 보여주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혜진 '글자와 기록사이' 대표가 자신이 디자인한 영등포지역자활센터의 누룽지 제품 '구수미' 포장재를 머리 위에 올려 보여주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혜진(41) ‘글자와 기록사이’ 대표는 ‘공익’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다. “디자인의 어원인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는 ‘계획하다, 설계하다’라는 뜻”이라며 “우리 삶과 주변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도록 계획ㆍ설계하는 것이 디자인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10여 년 동안 디자인 에이전시, 잡지사, 출판사 등에서 일했던 최 대표는 2015년 ‘글자와 기록사이’를 차렸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콘텐트인데 디자인이 나빠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어요. ‘전문 디자인’의 문턱이 너무 높아서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디자인 값을 낮춰주면 시장 질서가 흐트러질테고…. 그래서 사회적기업으로서의 디자인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글자와 기록사이’는 2016년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그의 바람대로 공익 사업을 펼치는 기관ㆍ단체에 낮은 가격으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공익 단체의 기획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비주얼 컨셉트 도출을 돕는 무료 디자인상담소도 운영한다. 서울 영등포지역자활센터에서 생산하는 누룽지 제품 ‘구수미’의 패키지는 ‘글자와 기록사이’  사업의 성공사례다. 최 대표는 “정말 맛 좋은 제품인데 처음엔 시골 장터에서도 팔리기 힘든 상태로 포장돼 출시됐다. 패키지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바꾼 뒤 이젠 백화점에도 납품이 돼 잘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천지역자활센터의 홍보물과 파일홀더 디자인도 ‘글자와 기록사이’에서 맡아 했다. 그는 “좋은 일 하는 사회적기업이 ‘불쌍해서 돕는곳'이 돼선 안된다. 사회적기업의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여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돕는 데 디자인의 힘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문화 자체를 공익적으로 디자인하는 일도 ‘글자와 기록사이’의 주요 사업 영역이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본 도쿄의 서점 소개서 『동경책방기』와 문학작품 필사책 『읽다, 쓰다』를 출간했고, 한국 근현대 문학을 소재로 만든 문구류를 제작했다. 『마포 이야기』『양천 이야기』 등을 펴내 잊혀져 가는 일상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1인 가구의 고독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도 요즘 최 대표의 관심사다. 이를 위한 묘책은  ‘스마트 약 보관함’이다. 이미 개발돼 있는 기술들을 ‘계획’과 ‘설계’라는 디자인 감각으로 엮어 실용화시킬 아이디어를 짜고 있다.  
 
“약 보관함에 센서를 부착해 매일 약을 먹어야하는 사람이 약을 먹지 않았을 경우 미리 지정해둔 사람에게 문자가 가는 시스템입니다. 사물인터넷망을 활용한 서비스지요.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왜 약 안 먹었냐’란 안부 연락을 받을 수 있다면 혼자 사는 사람들도 훨씬 덜 외로워질 겁니다. 고독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테고요.”  
 
디자인이 바꿀 수 있는 세상은 무궁무진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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