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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괴성 지른 어미 개, 왜 그랬나 들여다보니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39)
지금 키우는 개는 지인이 집들이 선물로 보내준 족보 있는 정통 순종 삽살이 복실이다. 원래는 털이 눈도 안 보일 만큼 덥수룩한데 미장원 하는 친구가 오더니 이발을 싹 해줘서 더 잘생겨 보인다. [사진 송미옥]

지금 키우는 개는 지인이 집들이 선물로 보내준 족보 있는 정통 순종 삽살이 복실이다. 원래는 털이 눈도 안 보일 만큼 덥수룩한데 미장원 하는 친구가 오더니 이발을 싹 해줘서 더 잘생겨 보인다. [사진 송미옥]

 
안동으로 이사 나오기 전 시골에 살 때 우리 집에는 노루나 멧돼지의 습격을 지키라고 2000평 되는 밭 가장자리에 개를 5마리나 키웠다. 어느 해엔 열세 마리의 강아지가 태어난 적도 있어서 흥부네라고도 불리곤 했다.
 
어느 해 한 녀석이 여섯 마리 새끼를 낳았다. 그런데 새끼 낳고 하루가 지난 저녁에 어미 개가 사람 우는소리를 하며 괴성을 질러댔다. 듣기가 거북해서 나가서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똑똑한 놈이라 그렇게 말하면 더는 짖거나 울지를 않는데 이번엔 그러거나 말거나였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벌떡 일어나 후레쉬를 들고 올라가서 끈이 어디 감겼는가 확인해보니 별 이상이 없었다. 들어오면서 짓지 말라고 구시렁거리며 내려왔다. 그 후로도 그렇게 밤새 울고불고하는 소리를 들으며 잔 듯 만 듯 아침을 맞았다.
 
아침 개밥을 들고 올라가니 나무판자로 만든 개집 바닥 아래 땅굴을 파놓았다. “집이 좁아 지하실을 만드는 거냐~” 꿀밤을 쥐어박으며 밥을 주고는 내려오는데 무언가 느낌이 이상하고 기분이 묘했다. 다시 올라간 나는 아직 눈을 못 뜬 강아지를 보려고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런데 헉! 강아지가 네 마리뿐이 아닌가? 두 마리가 밖에 기어나갔나? 두리번거리며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이놈이 잡아먹은 건가…? (인간은 생각하는 것이 참 못됐다.)
 
아직 눈도 안 떨어진 녀석들인데 개집 안을 들여다보니 주먹이 들어갈 만큼 합판 바닥이 물어 뜯겨 있었다. 저 구멍으로 강아지가 꼬물거리다가 빠진 것 같았다. 죽었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애잔하며 가슴이 뭉클했다.
 
복실이는 마음이 착해서 고양이도 같이 데리고 잔다. 내가 밥을 주면 고양이가 다 먹고 난 후 자기가 먹는다. [사진 송미옥]

복실이는 마음이 착해서 고양이도 같이 데리고 잔다. 내가 밥을 주면 고양이가 다 먹고 난 후 자기가 먹는다. [사진 송미옥]

 
밤새 새끼를 위해 널빤지를 얼마나 힘들게 물어뜯었는지 제 손이 들어갈 만큼 공간을 만들어 한발로 땅을 파다 보니 새끼들은 점점 밑으로 빠져들어 가고, 그렇게 허우적거리며 계속 어루만지며 ‘괜찮아, 괜찮아’ 했을 어미 마음이 느껴져 왔다. 쉬지 않고 버둥댔는지 개 앞발의 털이 다 빠지고 벌겋게 헤져있었다.
 
남편과 함께 허술하게 만들어 놓은 개집 판자를 해체하고 들어 올렸다. 다행히 개집 바닥 밑에 주먹만 한 어린것 두 마리가 살아 있었다. 저것들을 살리려고 엄마는 밤새 SOS를 치듯 울어 댔구나. 세상이 내려앉아 캄캄한 어둠이 짓눌러도 나를 구해줄 엄마 목소리에 저 어린것들이 살아있을 힘이 생긴 거였다.
 
꺼내어 엄마 품에 넣어주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엄마’라는 존재는 바쁘신 하느님의 명을 받아 이 세상 모든 만물에 내려온 기운과 힘과 사랑을 주는 수호 천사다.
 
그날 남편은 시장에서 북어 대가리 한 포대를 사와서는 푹 고아 산모 바라지를 해주었다. 때로 흔하게 이용하고 천대하는 개를 비유하는 욕지거리가 나도 모르게 나올 때면 그때를 생각하면서 자제하곤 한다.
 
얼마 전 우리 집 개가 생리를 하더니 내가 출근한 사이 어떤 개 총각이 다녀갔는지 입덧을 한다. 이번엔 개집을 벽돌로 튼튼하게 지어주어 저번처럼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너의 족보가 특출한 집안이니(족보 있는 토종 삽살개다) 가문이나 종가가 비슷한 놈이랑 연애하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이런 개노무시키!
 
그러나 어쩌겠는가. 동물이나 내가 데리고 있는 것은 다 내 새끼들이니 닥치면 또 개 수발을 들고 이쁜 놈들이 살아 꼬물거리는 것에 기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낮에 잠시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다가 풋 하고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자식이 왜 있는가?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 주려고 자식이 있는 거란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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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