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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최빈국 라오스에 '희망의 꽃' 피운 헐크 이만수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겸 라오스 국가대표 야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21일 라오스-태국 전을 관전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겸 라오스 국가대표 야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21일 라오스-태국 전을 관전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사실 1회 말 수비가 안 끝날 줄 알았어요."
 
씨익 미소를 짓는다. '라오스 야구의 아버지' 이만수(60)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의 첫 아시안게임 소감이다.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 첫 참가한 라오스는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1라운드 1차전에서 태국에 0-15, 6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이 부회장은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선수단장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권영진 감독이 팀을 지휘하지만, 이 감독도 유니폼을 갖춰 입고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유니폼에는 현역 시절 사용했던 22번을 그대로 달았다. 이 부회장은 "그래도 나는 처음 야구할 때 스윙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들어왔다. 우리 선수들이 나의 어릴 때보다 낫지 않나"며 "우리 팀이 6회까지 경기를 했다. 예상보다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라오스 사랑은 전부터 잘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4년 한 지인의 부탁으로 라오스에 1000만원 상당의 야구 용품을 후원했다. 라오스와 첫 인연을 그렇게 맺었다. SK 감독을 그만둔 뒤에는 아예 라오스로 건너가 '라오 브라더스'라는 팀을 창단했다. 처음에 공을 제대로 잡기 조차 어려웠던 선수들은 실력이 부쩍 늘었다. 이 감독은 "한국의 중2 엘리트 선수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손에 꼽을 만큼 적었던 야구 인구도 150명을 넘어섰다.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날이 갈 수록 느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이만수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만난 이낙연 총리   (자카르타=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1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선수촌에서 이만수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2018.8.19   [자카르타=연합뉴스]

이만수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만난 이낙연 총리 (자카르타=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1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선수촌에서 이만수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2018.8.19 [자카르타=연합뉴스]

  
아시안게임까지 오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 부회장은 "나는 아시안게임에 나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원해서 참가를 결정한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국제대회 참가 자격을 갖추기 위해 여기저기 돌며 서류를 참 많이도 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7월 라오스 야구협회가 창립했고,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으로부터 정식 가입국 승인도 받았다. 참가국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할 수 있었다. 
 
실력차가 큰 라오스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태국, 스리랑카와 1라운드를 치른다. 이 중 한 팀만 2라운드에 나선다. 태국, 스리랑카와의 실력 차도 크다. 이 부회장은 "태국의 야구 역사는 48년, 스리랑카는 24년이지만 라오스는 4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라오스는 아시안게임이란 큰 무대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태국에 콜드게임으로 패한 뒤 이 부회장은 "당연히 콜드게임으로 질 거라 생각했다. 아마 내일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아직 목표는 1승이라고 말한다. 
 
이 부회장은 현역 시절 홈런포를 펑펑 터뜨려 '헐크'라고 불렸다. 홈런을 친 뒤 양손을 들고 방방 뛰는 독특한 세리머니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부회장은 "라오스가 1승을 하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상의를 벗고 팬티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진짜로 벗겠느냐"고 진짜 묻자 이 감독은 "만약 1승을 한다면 그보다 더한 것도 하겠다"며 웃었다. 그는 SK 수석코치 시절이었던 지난 2007년 5월 홈 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 팬티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 적이 있다. 
 
이만수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회색 유니폼 왼쪽 네번째)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국과의 자격예선 1차전에서 경기 개시 행사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이만수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회색 유니폼 왼쪽 네번째)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국과의 자격예선 1차전에서 경기 개시 행사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이 감독이 진짜 바라는 건 따로 있다. 국민 소득 3000달러의 동남아시아 최빈국 라오스에 '희망'이 싹트는 것이다. 이 감독은 "라오스는 아시아에서도 최빈국에 속한다. 야구를 통해 라오스 사람들이 많은 경험을 하고, 승리에 대한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6월 이 부회장은 라오스 선수들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한국 고교 야구부와 연습경기도 치렀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야구 선수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 이 무대를 밟은 선수들이 지도자로 성장해 더 많은 선수들을 키워낼 겁니다. 10년은 넘게 걸리겠지만 지방에 팀을 만들고 전국대회도 치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오스 야구의 희망찬 미래를 그리는 이 부회장이 활짝 웃었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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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