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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나를 알기에 늦은 때는 없다

김경희 정치팀 기자

김경희 정치팀 기자

“나 요새 심리상담 받고 있어.”
 
친구의 한마디에 걱정이 앞섰다. 원래 성격이 밝은 편이었는데 우울증이라도 생긴 건가, 자살 충동이 들 정도인 거면 어떡하지. 별의별 생각이 다 스쳐 갔다.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는데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거든.”
 
상담사는 어떤 주제가 나왔을 때 꼭 이렇게 물어본다고 했다. “그럴 때 어떤 감정이 들었어요?” 친구는 자주 말문이 막혔다. 그런 건 왜 자꾸 묻느냐고 쏘아붙인 적도 있다고 한다. 그냥 아무 생각도 감정도 없을 때가 많은데, 자꾸 되물으니 화가 날 정도였다는 거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착각이었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너무 살피지 않고 살아온 거였다. 어쩌면 모르고 싶었던 감정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내 안을 들여다본다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상담이 정말 효과가 있긴 한 거냐고 의심하던 친구는 이제 상담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소요 시간은 50분에서 1시간, 비용은 회당 10만원. 친구는 이미 10회 가까이 상담을 받았고 30회까지는 받아 볼 생각이라고도 했다. 연 300만원이라, 월급쟁이에게 적지 않은 돈이다. 물론 유럽이나 남미로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투자할 만한 액수다. 돈을 들여 이런 계기를 마련해야만 비로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 싶어서, 씁쓸한 감도 있지만 말이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들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한다. 미국의 세대 전문가인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이름 붙였다. 이 세대를 관통하는 표현으론 ‘욜로족’ ‘포미족’ ‘소확행’ 등이 있다. 미래를 위한 희생보다 현재를 즐기는 데 집중하고, 건강이나 여가 등 자신의 가치관에 과감히 투자할 줄 알며,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대전제가 하나 깔려있다. 우리 세대는 자신이 뭘 할 때 즐거운지 알고, 어떨 때 행복한지는 더더욱 잘 안다는 전제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은 것 같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심리상담소의 문을 두드린 내 친구, 그런 친구의 경험담이 부럽기만 한 나, 그리고 이 글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는 당신처럼. 이제라도 나를 탐구하는 비용을 아끼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나를 알기에 이미 늦은 때는 없다.
 
김경희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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