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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과학기술계의 일그러진 민낯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이만큼 한국 과학기술계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난 적이 있을까. 교수 시절 연구비 유용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후에도 결백함을 주장해오던 서은경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서 이사장은 ‘입장문’이란 글에서 “연구비 관리와 관련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개인적인 사익을 위해 그 어떠한 부정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 이사장의 전북대 연구실은 지금 풍비박산(風飛雹散)의 소동 끝에 해체됐다. 학생들의 제보에 따르면, 서 교수의 연구실은 횡령뿐 아니라 맏형 격인 랩장의 폭력 때문에 학교를 옮긴 학생도 있다고 한다. 도대체 그의 연구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서 이사장의 주장이 백번 옳다고 하더라도, 그런 논란이 벌어진 인물을 산하기관의 이사장에 앉힌 정권은 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실 연구비 횡령은 대학가의 단골 메뉴다. 연구재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총 19건 26명이 연구비 횡령 등으로 사법당국에 고발조치됐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연구 참여 제한과 연구비 회수 등의 제재에 그쳤는데, 도저히 고쳐지지 않아서 결국 형사고발까지 하게 된 것이란 게 연구재단 측의 설명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과학기술계에 치욕적인 사건은 또 있다. 서울대와 KAIST 등 주요 명문대학 교수와 학생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정부 출연연 연구원 수백여 명이 지난 10년간 국민 혈세를 유용해 가짜 국제학술대회를 다녀온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들은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형식적 발표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관광을 즐겼고, 또 이런 ‘꿀 같은 출장’을 동료들에게 소개해줬다고 한다.
 
물론, 2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이 성장 엔진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들 탓만은 아닐 것이다. ‘박사 위에 주사’란 말처럼, 연구자들을 종 부리듯 하는 관료와 전 정권의 계획이면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리는 정치권의 탓이 더 클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지금 ‘중국몽(中國夢)’이라는 원대한 미래비전 하에 과학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운다는 ‘과학굴기((科學堀起)’에 국가의 에너지를 모으고 있다. 그들은 미래 에너지와 생명공학, 우주산업 등 전반에 걸쳐 세계 정상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반도체만으로 위기를 얘기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도 한심하다.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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