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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성급했던 문재인의 피자 선물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요즘 미국 워싱턴의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는 단연 와프(Wharf) 지역이다. 와프(부두)라는 명칭에서 보듯 수산시장이 있던 흑인 빈민가였다. 2년여 전 꽃게를 사러 이곳을 찾았을 때 주변의 음산한 분위기를 기억한다. 최근 이곳을 찾곤 깜짝 놀랐다. 상전벽해였다. 인터콘티넨털호텔 등 세계적 호텔이 들어서고 아파트·주상복합단지·쇼핑센터·아트센터 등이 건설됐다. 포토맥 강가를 끼고 들어선 수십 개의 유명 레스토랑과 브랜드 매장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워싱턴의 명물이 된 것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와프 재개발에는 무려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5년에 걸쳐 주변 커뮤니티와의 연계성 등 5개의 목표가 마련됐고, 이어 15년 동안 워싱턴 시정부가 내무부·주택도시개발부 등 연방정부, 개발업자, 주민 등과 총 600여 회의 미팅을 했다고 한다. 집값 상승, 재원 마련 등 복잡한 문제를 사전 해소하기 위해 1주일에 한 번꼴로 숙의를 거듭한 결과 얻어진 성공이다.
 
일본 도쿄의 대표적 주거·문화 공간인 ‘롯폰기힐스’도 그랬다. 1986년 도쿄도가 재개발 유도 지역으로 지정한 뒤 지주 500명을 설득하는 데 14년이 걸렸다. 일본인 특유의 집요함과 원칙 우선주의도 있었지만, 이 기간에 장장 1000번이 넘는 간담회가 있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주민들도 “관청도 개발업자도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싱가포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용산·여의도 통합 개발’을 언급한 이후 해당 지역 집값은 한 달 사이 2억원 이상 뛰었다. 박 시장은 19일 강북구 옥탑방에서 한 달을 지내고 나오면서는 “1조원을 들여 강북 우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 단위 개발계획이 한 달이 멀다 하고 튀어나온다. 비강남권 집값이 꿈틀거린다. 그렇다고 강남 집값이 내려가지도 않는다. 집값이 뛰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집값 합동 단속에 나섰다. 자기들이 사고 치고, 자기들이 사고 단속까지 하는 코미디다.
 
그동안 박 시장은 대규모 재개발에 부정적이었다. 스카이라인 운운하며 35층 이상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 박 시장이 하루아침에 딴사람이 된 듯한 발언을 내놓는 배경이 궁금하다. 게다가 자신은 디자인만 하고 완성은 차기, 차차기 시장 몫이란다. 차기 대권을 겨냥한 선심성 행보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이명박의 청계천이나 오세훈의 무상급식도 시민 개인의 재산권을 갖고 장난치진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출범 후 일곱 번이나 고강도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같은 당 소속 지자체장의 집값 띄우기 발언은 방관했다. 그리곤 공시가격을 올리겠다 한다. 54조원을 증발시킨 충격적인 고용 참사에 부동산까지 요동치면 현 정부의 경제운용 능력에 대한 신뢰는 급속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김동연 부총리에게 약속했었다. 그리고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350판의 피자를 기획재정부에 보냈다. 이제 와 물릴 수 없는 노릇이지만 요즘 집값을 보면 피자를 보낸 사람도, 먹은 사람도 무안케 됐다. 피자를 너무 빨리 보냈다.
 
우리 모두 워싱턴 와프의 600번, 도쿄 롯폰기힐스의 1000번의 미팅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박원순 시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그저 책임 있는 이들끼리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만나 손발 맞춰서 일 좀 하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청와대의 말을 믿어 볼 생각이라도 하지 않겠나.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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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