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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지는 유리지갑 … 4대보험료 부담, 11년 새 두 배 늘었다

경기도 판교의 한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일하는 강모(35)씨. 그는 매월 월급에서 떼가는 소득세와 4대 보험료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 2010년 입사 당시 세금과 4대 보험료가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8%였다. 3500만원을 벌면 412만원가량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낸 세금과 4대 보험료는 1001만원으로 전체 연봉의 15.9%로 올랐다. 올해 입사 9년 차인 그는 지난해 6290만원을 벌었지만 1000만원이 넘는 돈이 뭉텅 나가는 데 따른 심리적 부담은 컸다.
 
강씨는 “세금과 4대 보험료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며 “결혼과 육아를 시작한 뒤부터 고정적 지출이 많아지다 보니 돈 쓰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세금4대 보험료 국민부담률

세금4대 보험료 국민부담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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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4대 보험료 부담에 소득원이 투명한 일명 ‘유리 지갑’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는 소득세처럼 물가 수준을 따지지 않은 명목 소득에 정부가 책정하는 요율을 적용해 부과된다. 급여생활자들의 연봉이 임금협상을 통해 매년 올랐지만 이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르는 탓에 실질 소득은 지난해 3분기 전까지 8개월 연속 줄었다. 실질 급여가 줄자 평소엔 느끼지 못했던 4대 보험료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국내  가구당(1인 가구 이상) 4대 보험료 지출액은 2006년 연간 147만원에서 지난해 282만1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4대 보험료가 비소비지출(급여 중 생활비 외에 쓴 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5.5%에서 31.0%로 증가했다. 4대 보험료가 늘어난 탓에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도 줄고 있는 것이다.
 
4대 보험료와 세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국민부담률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산정한 지난해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6.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부터 2013년까지는 23~24%대에서 변동이 없었지만 2013년 이후 5년 사이 2.6%포인트 오른 것이다. 전문가 일각에서 조세와 준조세 비용 증가에 따른 내수 침체, 기업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배경이다.
 
세금4대 보험료 국민부담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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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민부담률은 유럽 등 복지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문제는 증가 속도다. 최근 3년간(2014~2016년) 국민부담률 증가 폭(2%포인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여섯 번째에 달한다. 국민부담률 증가 속도가 빨랐던 건 소득세 증가와 함께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징수액이 빠르게 늘어난 탓이 컸다. 한국납세자연맹 집계 결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부담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 항목을 순위별로 꼽아보면 건강보험료가 1위였고 소득세·취득세·국민연금이 뒤를 이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세금 등은 세원이 투명한 사람은 과하게 내고 기여가 적은 사람도 혜택을 받기 때문에 사회 갈등 요소를 안고 있다”며 “국민부담률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이런 문제도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료율은 2007년 4.77%에서 지난해 6.12%로 꾸준히 올랐다. 최근 요율 인상 문제로 논란이 된 국민연금은 그동안 보험료율은 오르지 않았지만 월 소득액의 9%를 걷는 국민연금 상한액을 꾸준히 높이는 방식으로 연금 징수액을 늘려왔다. 예를 들어 월급 5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은 월 449만원의 상한액을 적용하면 매달 40만4100원(449만원×9%)의 보험료를 내지만 상한액이 월 468만원으로 오르면 매달 42만1200원(468만원×9%)의 보험료를 내게 되는 식이다.
 
다른 나라보다 빠른 고령화로 노인 환자가 늘고 연금 지출액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4대 보험료가 느는 건 자연스러운 측면은 있다. 또 전반적으로 국민 소득이 늘고 보험료 부과 대상자 소득 파악 범위도 확대되면서 전체 보험료 징수액이 늘어났다. 문제는 보험료 부담이 경제성장률 증가율보다 더 빨리 늘어나는 데다 보험료율도 불투명하게 결정된다는 점이다. 2006년 4대 보험료 징수액은 총 46조1625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110조6946억원을 기록해 GDP 대비 6.4%에 이르렀다. 4대 보험료 징수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도 2010년 이후 계속해서 GDP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세율은 국회에서 결정되다 보니 국민적 동의 절차라도 거치지만 4대 보험료율이나 국민연금 상한액 등은 시행령으로 정하기 때문에 관료 집단의 결정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회·시민사회의 감시가 없다면 국민이 보험료율 인상을 잘 체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의료보험 등은 질병·실업·산업재해 등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사회보험료로 충당하려고 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8월 시행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가 대표적이다. 미용·성형을 제외한 병원비의 건강보험 부담을 늘리는 이 제도로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환자 1~3인이 들어가는 상급 병실 사용료나 틀니·임플란트 치료 비용까지 보험료로 보장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에 사용되는 모성보호 급여도 고용보험 기금보다는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는 게 맞다는 주장도 있다. 모성보호 급여 지출액은 2016년 기준 8733억원으로 실업급여 지출액의 14.9%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 예산 지원은 700억원에 불과했다. 모성보호 사업을 위한 예산 지원이 늘지 않으면 정작 실업 문제 해소에 써야 할 기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실업급여를 받던 실직자가 빨리 직장을 구했을 때 지급되는 조기재취업 수당도 실업자 지원 재원을 줄일 수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연금을 공공주택 건설, 공공보육·요양시설 확충, 혁신성장 등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는 점도 대표적인 우려 사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11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사회보험을 근로소득에 의존하게 되면 시장 전반의 고용을 5~6% 줄일 수 있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더 많이 나눠주기 위해 더 많은 돈을 걷다 보니 투자와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소득주도 성장의 역설’이 발생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4대 보험료 누수를 막기 위한 감시를 강화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율 책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닥친 현안에 따라 ‘땜질 처방’으로 운영되면 국가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4대 보험료는 기업·가계 등 부담 주체가 적정 부담액을 예측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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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