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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사퇴했지만 … 종단·개혁파 힘겨루기 계속

설정 총무원장이 21일 조계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대웅전에서 삼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정 총무원장이 21일 조계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대웅전에서 삼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불교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이 21일 사퇴했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을 못 이루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즉각적인 퇴진 의사를 밝혔다.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에 선출되기 전에 방장(총림의 최고 어른)을 맡았던 충남 예산 수덕사로 되돌아간다.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설정 스님은 “종단 개혁의 초석만은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며 ‘즉각 퇴진’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조계종 중앙종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22일 원로회의에서 불신임 의결이 인준되면 설정 총무원장은 해임될 참이었다. 해임 하루 전에 사퇴 발표를 한 것이다.
 
설정 스님의 사퇴 발표로 ‘총무원장 퇴진 시점’을 둘러싼 조계종단의 공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조계종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비제도권은 종책모임이란 이름의 정치적 계파 중심으로 꾸려지는 종단을 근원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도권은 “승려대회는 종헌종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비제도권은 26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 앞마당에서 ‘청정승가 회복을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국승려대회추진위원회 상임대표 원인 스님은 “승려대회가 종헌종법에 위배되는 게 아니다. 승려대회는 가장 큰 규모의 대중공사(절집의 민주적 집단 의사결정 방식)다. 청정승가 회복을 위해 총무원장 직선제, 총무원장에 대한 견제 시스템, 사찰 재정 투명화, 재가자의 사찰 운영 참여 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전국승려대회추진위 대변인 허정 스님은 “승려대회 참가 인원은 우리도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종단 정치판이 총무원을 장악하고, 금권으로 승가를 어지럽히는 일은 막고자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맞서 제도권인 조계종 본사주지협의회는 26일 같은 장소에서 ‘참회와 성찰, 종단 안정을 위한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당초 23일 개최 예정이었던 전국승려대회가 태풍으로 인해 26일로 날짜를 바꾸자, 교권수호 결의대회 역시 23일에서 26일로 일정을 변경했다. 맞불 집회이자, 세력 싸움인 셈이다. 종단 안팎에서는 물리적 충돌로 인한 불상사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장 궐위 시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조계종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야권은 현재 마땅한 후보가 없다. 나름 지명도가 있는 야권 인사는 대부분 징계로 인해 출마 자격에 문제가 있다. 차기 총무원장 역시 기존의 종단 주류 정치권에서 지지하는 인물이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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