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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의 ‘서른 즈음에’ … 떠나간 내 피아노는 어디에

다음 달 모차르트, 베토벤, 드뷔시, 브람스로 전국에서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 빈체로]

다음 달 모차르트, 베토벤, 드뷔시, 브람스로 전국에서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 빈체로]

만 서른을 갓 지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작곡가들이 30세 즈음에 만든 작품을 골라 연주한다. 지난 3월에 이어 다음 달 독주회를 여는 김선욱은 “전성기일 수도 과도기일 수도 있는 시기에 만든 작품을 테마로 연주곡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소나타 9번(1777년),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1802년),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1890년),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1861년)다. 각각 작곡가가 21세, 32세, 28세, 또 28세에 쓴 곡이다.
 
김선욱은 3세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10세에 첫 독주, 12세에 첫 협연 무대에 섰다. 18세에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고 런던 심포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고 BBC 프롬스, 위그모어 홀, 파리 살 플레옐 등의 무대에 초청받으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처럼 김선욱은 “뭐든지 빨리 성취한” 연주자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입학했고 영국에서 지휘 석사과정도 마쳤다. 30대에 접어들면서 그는 “세상과 사물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음악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며 “내게 30대는 새로운 것을 많이 하고 싶은 때”라고 덧붙였다.
 
콩쿠르 우승 이후 20대를 보내며 음악은 하나의 직장이 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연주 곡목을  매주 바꿔 무대에 서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생활의 일부가 됐다. 오늘 연주회가 있어도 특별하게 생각되지 않고, 회사원이 회사에 가듯 저녁이 되면 까만 옷 입고 연주하고 집에 와서 잠을 잤다.” 30대에 접어들며 연주는 안정적이 됐지만 “음악을 너무 사랑했던 어릴 때의 감정을 잃어버리고 있었다”고 했다.
 
작곡가들의 청년 시대 곡들은 그가 음악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택한 도구인 셈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 17번인 ‘템페스트’는 초기와 말기 스타일의 과도기에 있는 작품이다. 천둥소리, 바람의 소리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베토벤의 시도가 보인다. 또 28세 브람스는 옛날에 쓰인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는 데 경계가 없었다.”
 
김선욱의 독주회 프로그램은 본래 만만치 않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2012년부터 2년 동안 했고 50여분짜리 대곡인 디아벨리 변주곡도 연주했다. 전에 그는 “관객이 단지 즐기는 것을 넘어서 나와 함께 애써서 어떤 감정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독주회의 프로그램은 이전보다 유희적이다. “어려운 주제를 던지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곡들”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끊임없이 내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었다”는 그는 “지금은 좋은 연주를 하고 그걸 전달하는 일만으로도 내 존재 가치가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김선욱의 독주회는 31일 하남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다음 달 1일 화성, 6일 인천, 7일 대구, 8일 여주를 거쳐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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