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주석(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국방부 차관이 20일 육군회관에서 12개 대학 총장 및 학교 주요관계관이 참석한 가운데 '군 복무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미국 등 해외에서 이미 시행 중… 미복무자 차별과 거리 멀어”
국방부는 이들 대학과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연내 학점인정과목과 학점수, 인정절차, 학칙 개정안 등을 마련한 뒤 내년 1학기부터 학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번 제도로 내년부터 군 복무 중인 대학생 1만여 명이 6~9학점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회봉사나 리더십 등 군 복무 중 축적되는 개인의 교육적 경험을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해 학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장병들은 군 복무 중 국토방위의 임무와 함께 대민 지원 활동도 한다.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장병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20/fc269b9f-769f-427a-8757-af42bbc3b15d.jpg)
장병들은 군 복무 중 국토방위의 임무와 함께 대민 지원 활동도 한다.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장병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중앙포토]
하지만 장애인 단체 및 여성 단체는 반대 입장을 뚜렷이 하고 있다. 군 가산점제의 위헌결정 원인으로 지목된 평등권 침해 및 비례원칙 위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혜택에서 어쩔 수 없이 배제되는 소외계층이 있다면 차별을 통해 보상하는 개념에선 변함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군 복무 학점제에서 배제된 계층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여성과 장애인뿐 아니라 고졸 학력으로 군 복무를 한 남성도 역차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복무 학점 인정제는 박근혜 정부가 도입에 나섰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다. 2014년 12월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는 군 복무자 전원에게 대학 학점 9학점을 주도록 정부에 권고했고, 국방부도 2016년 공청회를 여는 등 해당 제도를 추진했다. 당시 학외 연수활동에 대한 학점 부여 형식으로 군 복무를 6학점 이내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군 가산점제의 ‘아류작’이라는 비판이 힘을 얻으면서 정부는 뜻을 접었다.
![2017년 11월 경기도 여주시에서 열린 육군의 K-2 전차 훈련[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20/60566693-37b3-43d1-bed0-29d7b6d2abf2.jpg)
2017년 11월 경기도 여주시에서 열린 육군의 K-2 전차 훈련[중앙포토]
국방부는 이번엔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군 복무 학점 인정제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데다 국민 여론도 우호적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방부는 여론전에 나섰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군 복무 경험 학점인정'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해 평균 71% 이상이 '적절 또는 찬성'으로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제도가 시행됨으로써 미복무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대다수(67%)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해외사례를 봐도 군 복무 학점 인정제가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군 경력 인증서(VMET·Verification Military Exercise & Training) 제도가 대표적이다. 군 경험과 군에서 받은 교육 훈련을 대학 학점이나 돈으로 환산하는 제도가 이미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기존에 인정받지 못한 학습경험을 제도 정비를 통해 인정하는 것”이라며 “과거 군 복무 가산점 논쟁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졸 병사의 경우 취업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1월 교육부의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면서 제도 정비에 나섰다. 모든 대학이 학칙에 따라 학교 밖의 학습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면서 군 복무경험도 대학의 판단에 따라 학점 인정이 가능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12개 대학과 실제 업무협약까지 이르렀다는 건 과거 논의보다 진일보한 것”이라며 “군 복무 제대군인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