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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 병역거부자 "전쟁 때 사람이 내 앞에 쓰러져 있으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석방된 김정로씨. 오른쪽 사진은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 캡처 [사진 김정로씨]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석방된 김정로씨. 오른쪽 사진은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 캡처 [사진 김정로씨]

“교도소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소식을 들었어요. 뉴스는 틀어주거든요. 그땐 나갈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전혀 못 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으로 구속됐던 김정로(23)씨는 지난달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대법원 재판을 받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규정을 두지 않은 병역법에 헌법불합치 결정(6월 28일)을 내린 지 일주일 만에 대법원이 직권으로 김씨의 석방을 결정하면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김씨는 4월 25일 대전지법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그 자리서 구속됐다.
 
“최근 몇 년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법정에서 구속하는 일은 없어서 수감된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법정에 갔는데…."
 
김씨는 "판사님께서는 제가 ‘도망갈 우려’가 있다고 하셨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며 "그래도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에 간신히 부모님께 문자를 보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수감 생활을 견뎌내며 두 달의 시간을 보내던 김씨는 갑자기 교도소 관계자로부터 "증거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동의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망설임 없이 "예"라고 대답하고 문서에 서명을 한 김씨는 두시간쯤 뒤에 석방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대법원에 묶여 있는 205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피고인 중 유일한 구속자였다. 최근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을 구속한 데 대한 원망보다는, 석방을 결정한 법원에 고맙다고 말했다. 김씨는 "(구속된 사람이) 저 한 명밖에 없는데 저를 생각해 이런 결정을 내려 주신 거니 감사하다"면서 "대법원 판결에서도 나 같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타일을 붙이는 등 기술 관련 일을 해왔다. "하던 일을 다시 하면서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것이 앞으로 김씨의 계획이다. 그에게 법정 다툼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저로 인해 갑자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둘러싼) 상황이 바뀌진 않아도, 저와 같은 생각들이 표출되고 모이면 조금씩 힘이 세지고 나중에는 달라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대체복무제가 마련되면 좋겠느냐'고 묻자 김씨는 말을 아꼈다. 그는 "법을 만드시는 분들이 잘 아실 거고, 국제적 표준 등을 참고해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 주시리라 믿는다"고만 답했다.
 
'전시(戰時)에 다친 사람을 돌보는 일도 전쟁을 지원하는 일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군 복무와 관련된 일은 하지 않겠지만“이란 단서를 붙여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제 앞에 쓰러져 있다면, 그게 저의 종교를 욕하는 사람이든 저를 예전에 때렸던 사람이든, 저는 그 사람을 구할 것 같아요.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니까요.”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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