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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복규의 의료와 세상] 우리나라 최초의 간호사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정규 간호사는 1908년 보구녀관(普救女館) 간호원 양성소를 졸업한 이그레이스(李具禮)와 김마르타(金瑪多)이다. 보구녀관은 미국 감리교 여성 해외선교회에 의해 1887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병원으로 현 이화의료원의 전신이다. 보구녀관은 여성 진료뿐 아니라 여성 의학교육 및 간호사 양성에도 진력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도 이화학당 재학 시절 기초적인 의학교육을 이곳에서 받았다. 1903년에는 미국 간호사 마가렛 에드먼즈(Margaret Edmunds)가 이곳에 ‘간호원 양성소’를 개설하였는데 지금은 간호사라 부르지만 중국의 호병인(護病人), 일본의 간호부(看護婦) 대신에 간호원(看護員)이라는 표현을 정착시킨 곳도 보구녀관이다.
 
의료와 세상 8/20

의료와 세상 8/20

이그레이스는 원래 노비였는데 어린 나이에 다리에 골염이 생겨 일을 못 하고 죽어가자 주인이 내다 버렸다. 보구녀관의 여의사 로제타 홀이 이를 치료하여 목숨을 구했고 이후 이 병원의 자잘한 일을 돌보게 하다가 간호사로 교육한 것이다. 김마르타는 기혼 부인이었는데 남편에게 학대를 당하던 끝에 코와 손가락을 잘리고 쫓겨났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사진을 보면 김마르타는 코가 없다. 이를 로제타 홀과 메리 커틀러 여의사가 구하여 치료한 후 역시 간호사로 키운 것이다. 애초 한글도 제대로 몰랐던 이들은 간호학과 간호실무는 물론 해부학과 생리학, 위생학 등 당시로는 첨단 교육을 실습을 병행하며 하루 12시간씩 6년을 받은 끝에 정규 간호사가 되었다. 이그레이스는 졸업 후 이하영 목사와 결혼하여 평양에서 일하게 되는데 이 결혼은 매파를 통하지 않고 남성이 직접 청혼하여 남녀가 동등하게 맺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연애결혼 사례이기도 하다. 그녀는 공부를 계속하여 1914년 일종의 준의사 면허라 할 수 있는 총독부 의생 자격을 취득하기도 하였다.
 
한국 간호사의 역사는 이렇듯 잔혹한 신분 차별과 성차별을 넘어서는 인간 승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간호문화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그 대부분은 열악한 간호수가와 의료환경의 탓이 크다. 열악한 와중에도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간호사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이런 훌륭한 선배들이 계셨다는 사실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한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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