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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말로는 교자채신, 실제론 무대책

염태정 내셔널 팀장

염태정 내셔널 팀장

1980년대 초반 중학생 시절 타고 다녔던 205번(당시 북부운수, 서울 북가좌동~면목동) 버스는 콩나물시루도 그런 콩나물시루일 수가 없었다. 특히 서울여상·덕성·중동·풍문 학생이 많이 탔던 홍은동~안국동은 지옥의 구간이었다. 몸을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그땐 남학생 가방이 모두 비슷했는데, 한번은 운전기사 옆 엔진룸 커버에 놨던 가방을 다른 학생이 바꿔가 며칠 동안 애를 먹었다. 그런 버스라도 놓치면 안 되니 기를 쓰고 탔다. 지금도 만원 버스를 탈 때가 있지만, 그때 비하면 양반이다.
 
지하철 노선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나 버스는 여전히 가장 보편적인 대중교통 수단이다. 이런 버스를 둘러싼 갈등이 요즘 곳곳에서 벌어진다. 인천의 6개 광역버스 업체는 경영난을 이유로 운행 중단을 선언했다가 철회했다. 강원도 춘천의 시내버스 업체와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목포에선 버스 노선 감축으로 지역민의 불만이 상당하다.
 
운행 중단까지 가는 건 인천시나 춘천시 모두 막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없다. 인천의 경우는 시가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버스업체를 그저 억누른 것 아닌가 싶다. 인천시는 지난 16일 “업체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폐업허가 민원서류를 철회했다. 시에서는 당초 이들의 폐선 신고를 처리하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폐선 처리돼 21일부터 버스 운행이 중단됐으면 업체에 연말까지 연장운행을 요청하고, 이 기간에 공영제를 준비할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버스 업체는 준공영제를 요구했는데, 그보다 돈이 더 많이 드는 공영제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천시는 공영제 시행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지도 못한다. 더구나 인천시는 대표적인 ‘부채 도시’다. 공식 부채만 10조원이 넘는다. 행정안전부의 재정위기 ‘주의’ 지자체였다가 올 초에야 ‘정상’이 됐다.
 
버스는 정부(지방자치단체)가 국민(지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필수 교통 서비스다.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현 시스템에선 갈등 요소가 상존한다. 갈등 요인을 제거하고 시민에게 안전하고 튼튼한 발을 제공하는 건 정부·지자체의 의무다. 하지만 이번 인천시의 대응을 보면 제대로 하는지 의문이다. 교통 시스템은 인천만의 문제도 아니다. 서울·경기·인천의 교통 문제를 다루는 광역교통청 필요성도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는데 역시 진전이 없다. 인천시는 버스 문제를 교자채신(敎子採薪)의 자세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자식에게 땔나무 캐오는 법을 가르치라는 뜻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근본 처방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만 교자채신이지 근본 대책은 없었다. 앞으로 나오기나 할지 모르겠다. 하긴 입으로만 교자채신을 외칠 뿐 근본 대책 없는 게 어디 인천시 버스뿐인가.
 
염태정 내셔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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