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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미화, 여성성 왜곡…웹툰 '외모지상주의'가 전체이용가?

지난 9일 올라온 박태준 작가의 웹툰 '외모지상주의' 195화.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온다. [그림 네이버]

지난 9일 올라온 박태준 작가의 웹툰 '외모지상주의' 195화.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온다. [그림 네이버]

 
여성은 잘생기거나 소위 ‘잘나가는’ 남성 뒤만 쫓아다니고, 남성들은 그런 여성을 병풍처럼 끼고 다닌다. 피 튀기는 폭력과 욕설이 수시로 등장하는 이 만화는 싸움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학교 일진이 ‘영웅’처럼 그려진다. 처음 보는 이들이라면 이 만화, 당연히 ‘19금’이겠지 싶겠지만, 아니다. 이 웹툰은 포털 네이버에서 로그인도 없이 누구나 손쉽게 볼 수 있다.

 
웹툰 마니아라면 벌써 눈치챘을지 모르겠다. 박태준 작가의 웹툰 ‘외모지상주의’다. 지난 2014년 11월부터 연재 중인 웹툰으로, 조회 수 기준 금요 웹툰 1위를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는 인기 만화다. 특히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여러 작품이 안티테제를 제목으로 걸고 실제 내용에선 그것을 비판하듯 이 웹툰도 ‘외모지상주의’라는 제목을 내걸고 이를 비꼬는 게 아닌가 싶지만, 전혀 아니다. 이 웹툰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폭력 미화를 주저하지 않는다.
 
줄거리 자체는 나름 기발하다. 뚱뚱한 몸매와 소심한 성격 탓에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왕따 ‘박형석’이 전학을 앞두고 하나의 몸을 더 가지게 된다. 이 몸은 키 크고 잘생겼으며, 운동 신경도 뛰어나다. 찌질했던 원래의 박형석이 잠이 들면, 누가 봐도 멋지게 보이는 박형석이 잠에서 깬다. 몸만 두 개일 뿐, 이 몸들로 24시간 살아가는 박형석의 의식은 하나다. 원래의 박형석은 주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잘생긴 박형석은 전학 간 학교에 다니며 화제의 인물이 된다.

 
네이버웹툰 '외모지상주의'

네이버웹툰 '외모지상주의'

 
큰 줄기는, 잘생긴 박형석의 몸을 통해 숱한 사건을 겪으며 원래의 박형석이 ‘찌질함’을 극복하는 성장스토리다. 좋게 본다면, 작가는 아마 이 과정을 통해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잘생긴 박형석만 쫓아다니던 인기 여학생 ‘하늘’이 자신을 구해준 찌질한 박형석을 좋아하게 된다는 설정도 이러한 장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이 웹툰이 보인 문제점을 덮기에는, 이는 너무도 미약한 장치다.

 
지난 9일 올라온 195화. 악랄한 일진 이태성은, 자신의 고백을 거절한 여고생 하늘에게 “나와 10번 만나면 박형석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제안한다. 하늘은 태성이 무섭지만 제안에 응하게 되고, 태성은 그런 하늘을 종 부리듯 끌고 다닌다. 태성은 하늘을 골목으로 끌고 가 강제로 키스하려 하기도 하는데, 이를 거부 당하자 하늘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욕설과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이 와중에도 작가는 하늘의 가슴 부위가 부각되게끔 그린다.

 
더 큰 문제는, 작가는 이런 태성의 행위를 ‘순정’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태성의 본 모습에 대해 몰랐던 하늘은 태성의 다친 오른손에 반창고를 붙여준다. 태성은 이 모습에 마음을 뺏기고, 이후 싸움에서 왼손만 쓴다. 오른손에 붙은 반창고가 떨어질까 걱정해서다. 그러더니 이후 태성은 하늘과 만나기 위해 욕설과 협박 등 갖은 수를 다 쓴다. 그렇게 해서라도 좋아하는 이성을 옆에 두고 싶은 '순정' 때문이라고 성폭력을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모양새다.
 
박태준 작가의 웹툰 '외모지상주의' [그림 네이버]

박태준 작가의 웹툰 '외모지상주의' [그림 네이버]

 
폭력성 또한 ‘일진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웃어넘길 수준이 아니다. 지난 5월 31일 올라온 ‘소년교도소’ 에피소드에서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박지호가 소년원에서 ‘사이코패스’가 된다. 지호는 교도소에서 한 재소자와 싸우는데, 묘사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얼굴이 피범벅이 되고,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이로 코를 물어뜯는 장면까지 묘사된다. 이 에피소드 외에도, 칼을 이용해 몸에 글자를 새기거나(53화), "잘못했다"고 얘기할 때까지 귀에 압정을 계속해서 꽂는 등(103화) 자극적인 장면이 여러 차례 묘사된다. 이를 다루는 방식 또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폭력은 매번 미화되고 정당화된다. '찌질한' 대상에 대해 악랄한 폭력이 행사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멋지게 그려지는 인물이 등장해 폭력를 휘두른다. 결국 사건은 해결되고, 주위 학생들은 이를 영웅시 하며 우러러본다. '왕따'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찾는 듯한 대사도 적지 않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다. 이 작품 속 여성 캐릭터는 대부분 무능하다. 잘생긴 남성이나 힘센 남성을 따라다니며 잘 보이려 애쓴다. 작가는 잘나가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항상 그 옆에 여성 캐릭터를 그려 넣고, 그걸 부러워하는 '찌질남'을 배치한다. 이때 여성의 가슴 부위는 항상 두드러지게 그려 넣는다. 남성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 캐릭터를 활용하며 주체성을 거세하고, 왜곡된 여성성을 묘사한다.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여성성 왜곡.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가 소위 '잘나가는' 남성만 쫓아다닌다. 가슴 부위는 매번 과장돼 표현된다. [그림 네이버]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여성성 왜곡.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가 소위 '잘나가는' 남성만 쫓아다닌다. 가슴 부위는 매번 과장돼 표현된다. [그림 네이버]

 
네이버 웹툰 측은 "일부 자극적인 상황이나 악역에 대한 묘사가 불가피한 연출로서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모자이크, 불투명 처리 등으로 상세 묘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까지나 악역에 대한 묘사로, 미화 의도는 절대 없다. 우려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작가와 깊이 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하기에 이런 문제점은 지난 3년여간 꾸준히 반복되고 지적돼왔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이용등급 구분이 '전체 이용'과 '19세 이상 이용' 두 가지뿐이다. 5가지 분류로 이용 등급을 세분화하고 있는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과는 차이가 있다. '19세 이상 이용' 등급을 정하는 기준 또한 플랫폼과 작가의 자율 협의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기준이 불명확하다. '외모지상주의'의 경우 전체 이용 등급을 받았고, 로그인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다.
 
박태준 작가의 웹툰 '외모지상주의' [그림 네이버]

박태준 작가의 웹툰 '외모지상주의' [그림 네이버]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독자(r351***)는 댓글을 통해 "반 남자아이들 다수가 이 웹툰에 빠져 있어서 가끔 본다"며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릇된 관념을 옳다고 생각할까 봐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독자(siy***)는 "이거 초등학생도 보는 공개 사이트인데, 지나치게 자극적인 장면은 내용상 필요하지 않으면 빼거나 모자이크 처리해야 한다"며 "작가가 영향력 큰 공인인 만큼 책임을 의식하고 수위를 조절해 달라"고 밝혔다.
 
박석환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작가가 이용 등급을 직접 결정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이를 분명하게 고시하는 방식의 자율이용등급제 등 이용 등급을 세분화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최소한 이용 등급을 세분화하고 이를 명확히 고시해 독자들이 비판적으로 웹툰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네이버에서도 디지털 콘텐트 문해력 교육에 기여해, 단순히 콘텐트가 소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웹툰은 산업적, 문화적 영향력이 계속 커지는 추세다.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논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감당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10대가 즐겨 보는 웹툰은 책임감이 더 무거워야 하지 않을까.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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