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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어 치즈 케이크, 그 순백의 정갈한 유혹

빵요정 김혜준의 빵투어: 서울 서교동 ‘미카야(MICHAYA)’  
마메마차 판나코타

마메마차 판나코타

 
 폭염의 테러에도 꿋꿋이 채워나가고 있는 여름의 일상. 그래도 가끔은 현실에서 잠시 비켜나 오롯한 나만의 시간을 향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서교동 조용한 길목에 위치한 ‘미카야’다.  
마케팅이나 홍보 이벤트는커녕, 되레 주목 받는 것을 꺼려하는 이 곳을 소개하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사람들의 북적임을 피해 있는, 맛과 퀄리티가 보장되는 어른의 공간을 많은 이에게 공식적으로 알린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꼭꼭 감춰둔 히든 카드를 마침내 꺼내드는 아쉬움이랄까. 게다가 매체 촬영을 좀처럼 하지 않는 터라, 취재 의뢰를 하는 것 자체가 내게도 어려운 모험이자 영광이었다.  
 
녹차 티라미수

녹차 티라미수

 
 한자리에서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업력’이라는 단어로 차곡차곡 채워가는 에너지를 볼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외식업계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홀로 미카야를 운영해오고 있는 이연이 대표를 보면서 ‘옳은 고집’이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파급력과 완성도를 새삼 느끼게 된다. 재료에 대한 차별성, 철저한 위생, 공간에 대한 작은 규칙들이야말로 미카야라는 이름을 점점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레어 치즈 케이크

레어 치즈 케이크

 강북 최고의 치즈 케이크를 꼽으라는 질문을 받으면 분명 미카야의 이름이 입에 오르곤 한다. 디저트라는 것이 화려함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아이콘으로 인지되고 있지만, 실제로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부각하며 신선함을 유지해 나가는 일은 완벽에 가까운 맛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케이크와 음료를 이 대표 혼자 매일 새로이 만들어 준비한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표선수인 ‘레어 치즈 케이크’는 심플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불을 사용하지 않는 치즈케이크의 형태인 레어 치즈 케이크와 불을 사용해 구워내는 뉴욕 치즈 케이크 두 가지 종류를 구비해놓고 있지만 단연, 오랜 기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품목은 레어 치즈 케이크이다. 순백의 아찔한 청순함이 눈 앞에 놓여지면 포크를 들고 어느 쪽부터 공략을 해야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노아스로스팅(Noah’s roasting) 원두로 내린 진한 커피 한 잔이나 곱게 우려낸 TWG의 게이샤 블로썸 티를 곁들이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이 외에 녹차 티라미수, 당근 케이크, 쌉쌀한 쇼콜라 타르트, 라즈베리 브라우니, 카라멜 머랭 등도 당당히 자리 잡고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밀크빙수

밀크빙수

 
 5월부터 9월까지 선보이는 계절한정 빙수들의 퍼레이드도 놓칠 수 없는 선택이다. 특히 벚꽃이 필 무렵에는 절인 벚꽃이 올려진 연한 분홍빛의 벚꽃빙수, 벚꽃 몽블랑이 단연 인기다. 지금은 호지차와 밀크 빙수가 준비된다. 곱디 고운 빙질을 스푼으로 조심스레 떠 먹다보면 어느새 직접 쑨 국내산 팥이 입속으로 쏙 들어온다. 그릇이 비워져 갈 때쯤 나오는 한 잔의 따스한 백차는 섬세한 주인장의 작은 배려이자 마음에 은은히 스며드는 감동이다. 오랜만에 재등장했다는 이탈리아식 밀크 푸딩 ‘마메마차 판나코타’는 교토산 우지차와 교토 장인 할머니의 졸인 콩과 화이트 초콜릿이 기특한 조화를 이룬다.
  
 북카페라는 콘셉트도 함께 갖고 있는 매장 특성상 15세 미만의 어린이들 또는 6인 이상의 단체손님은 입장이 어렵다. 그리고 그 외에 몇 가지 작은 룰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것을 미리 알아두고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우선 케이크류를 제외한 1인 1음료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원칙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올리기 위한 쇼케이스 또는 카페 내부 사진 촬영은 어렵다.  
 
 유난스레 까다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사소한 규칙 덕분에 이 작은 북카페이자 디저트 공간이 정체성과 콘텐트의 퀄리티를 잃지않고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는 게 아닐까. 흔들리지 않는 규칙 안에서 자유로움과 콘텐트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오랜 시간 단골들의 발걸음을 이끌어 내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빵집이 맛있다』 저자. ‘김혜준컴퍼니’대표로 음식 관련 기획·이벤트·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 숙명에서 프랑스 제과를 전공했다. ‘빵요정’은 그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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