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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교도소 850만·초등교 550만원, 부끄러운 한국 건축

[도시와 건축] 건축 8대 난맥상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 10위 안에 든 선유도공원. 한강시민공원양화지구에 있으며 시민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이다. [중앙포토]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 10위 안에 든 선유도공원. 한강시민공원양화지구에 있으며 시민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이다. [중앙포토]

우리나라는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다. 경제규모는 세계 12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건축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국민의 대부분은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 살고 있고, 그나마 그것도 너무 비싸서 젊은이들은 집장만을 포기할 정도다. 국민의 세금으로 많은 공공건축물을 짓고 있지만 그 많은 공립학교를 비롯한 공공건축물들은 제대로 된 건축상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건축가들이 인정한 국내 10대 건축물에 유일한 공공건축물은 선유도공원 하나뿐이었다. 대신 흉측한 건축물 국내 10위 안엔 공공건축물이 휩쓸었다. 왜 국민 혈세로 이런 수준의 건축만 양산하고 있을까. 필자는 지난 13년 동안 학교에서는 학생을 가르쳤고, 건축물을 설계해서 지어봤고, 공모전의 심사위원을 했고, 공모전에 출품도 해보았다. 다양한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건축 실상을 접하면서 몇 가지 제도적인 문제점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첫째, 뿌리 깊은 유교사회가 망쳤다. 조선왕조는 세계사에서도 드물게 오랫동안 왕조가 유지된 사례다. 500년이 유지된 유교중심의 사회는 ‘사농공상’이라하여 상업과 공업을 천대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건축기술은 점차 퇴보했다. 어느 절에 가면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탑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통일신라시대가 가장 정교하고 뒤로 갈수록 허접해진다. 불국사 다보탑보다 더 정교한 조선시대 탑은 보지 못했다. 숭유억불 정책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석굴암과 불국사를 만들었던 삼국시대의 기술력은 조선시대 건축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10대 건축물 중 ‘공공’은 선유도공원뿐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수용돼 있는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웬만한 독서실보다 시설이 쾌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수용돼 있는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웬만한 독서실보다 시설이 쾌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스1]

둘째, 주거환경의 획일화가 문제다. 전체 국민의 60%가 아파트에 살고 있고 대도시로 가면 그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러한 아파트가 LH와 몇몇 대형건설사로 구성된 공급자 중심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우리나라 주거의 표준을 정하고 대량생산으로 공급한다. 다양성이 다 파괴됐다. 우리나라 국민은 모델하우스만 보고 집을 결정한다. 지금도 주거환경 개선으로는 인테리어만 고칠 뿐 건축 공간구조 자체를 바꿀 생각은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는 건축은 없고 인테리어만 있다.
 
셋째, 공모전의 심사위원 수준이 낮다. 우리나라의 공공건축물은 모두 공모전을 통해서 선정된다. 그런데 공모전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심사위원의 수준에 달려있다. 훌륭한 심사위원은 훌륭한 제안서를 뽑는다. 미국의 베트남전쟁기념관의 공모전 당선작은 대학교 2학년 학생의 출품작이다. 대충 그린 파스텔화와 글뿐이었다. 그럼에도 심사위원은 그 가능성을 알아보고 뽑았고, 지금 세계 최고의 전쟁기념관이 됐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도 원래 낙선작이었던 것을 뒤늦게 도착한 심사위원장인 세계적 건축가 에어로 사아리넨이 강력히 밀어서 당선이 됐고 지금은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되었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해서 이러한 사례는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좋은 안이 제출돼도 그것을 골라주는 심사위원이 적다. 우리나라 공모전 심사위원은 대부분 대학교수로 구성이 돼 있다. 그런데 많은 대학교수들은 건축 실무 보다 연구를 한 분들이다. 심지어 최근에 나온 세종시 공모전의 경우에는 7명의 심사위원 중 건축디자인을 해본 심사위원은 두 명뿐이다. 나머지 5명은 고시 공부한 공무원 2명, 시공회사 임원 1명, 건축이론 교수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 공무원의 갑질도 대단하다. 필자의 경험을 나누자면, 서울 어느 구 주최 공모전에 어렵게 당선이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당선작의 주요 개념은 한옥의 중정 개념을 도입해서 가운데 중정을 사이에 두고 노인들을 위한 시설과 어린이 도서관이 어우러진 개념이었다. 당선작 발표를 구청장에게 했는데, 구청에서 중정을 없애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유는 구청장이 중정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향후 서울시 심의에서 당선작의 주요개념을 유지하라고 서면으로 권고했지만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재료도 마음대로 바꾼다. 구청장의 논리인즉 이 건물은 세금으로 지어지는 것이기에 주인이 없어서 결국 자신이 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어이가 없다.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한 초등학교 교실. 교도소 짓는 데 든 단위 면적당 공사비는 초등학교를 짓는 공사비 보다 많이 나간다. [뉴시스]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한 초등학교 교실. 교도소 짓는 데 든 단위 면적당 공사비는 초등학교를 짓는 공사비 보다 많이 나간다. [뉴시스]

인맥이 중시되어서 심사위원 중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출품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우리나라 건축설계사무소는 대형화돼 있다. 전 세계에 프로젝트를 하는 미국의 세계적인 기업보다도 규모가 더 크다. 그 이유는 사무실 규모가 500명 이상은 되어야 회사임원들이 공모전 심사위원 후보자 풀 전원을 모두 만나서 안면을 틀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9명의 심사위원 중 3명이 똘똘 뭉치면 자신들이 미는 작품을 당선시킬 수 있다. 이 3명은 경쟁작이 될 만한 좋은 안은 초반에 떨어뜨린다.  
 
과거 L모 공기업의 공모전에는 자사 출신의 심사위원이 3명이 들어갔다. 그래서 그 공모전에선 자사 출신이 차린 설계사무소나 퇴직한 자사출신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가 당선된다. 아직도 그 공기업 공모전엔 심사위원 중 두 명은 직원이 들어간다. 비슷한 문제는 H공기업과 교육부 프로젝트에서도 많이 보인다. 그래서 제대로 된 건축가들은 이들 공모전에 출품하지 않는다.
 
넷째, 공모전 출품요건이 너무 많다. 투시도에 보고서에 제대로 출품을 하려면 수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보고서 인쇄비만 수백만원이 든다. 소형 설계사무소는 몇 번 낙선하면 폐업 위기에 처할 정도다. 공모전은 뻔한 대형사무소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시가준)제도가 문제다. 어떤 프로젝트는 이전의 실적이 있는 회사만 일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실적이 없는 회사는 기존의 회사와 컨소시엄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자리 잡은 사무실은 힘도 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실적을 키울 수 있다. 기존 사무실과 신흥 사무실의 격차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빈익빈부익부의 현상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여섯째, 설계자와 감리자가 분리되는 것이 문제다. 건축은 설계도면만으로는 완성하기 어려운 종합예술이다. 실제 도면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재료선정과 디테일의 느낌 등은 공사가 진행이 되면서도 계속해서 세심하게 선정돼야 한다. 지금처럼 설계자가 감리를 못하게 되는 것은 마치 고흐가 그림을 설명서로만 써놓고 직접 못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심지어 시공자가 공사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감리자와 결탁해서 설계를 바꾸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자의 경우에도 설계만 하고 감리를 못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때 설계에는 없는 기둥을 시공자와 감리자끼리 합의해서 넣은 경우도 있었다.
 
 
자칭 최고 건축가도 툭하면 설계비 덤핑
 
일곱째, 최저가 입찰제가 문제다. 가장 싸게 지을 수 있는 시공사에게 일을 주다 보니, 실제로 일을 잘하지만 조금 비싼 시공사는 문을 닫는다. 무조건 싸게만 하다 보니 단가가 조금 높은 솜씨 좋은 기술자들은 업계를 떠났다. 현재 우리나라 벽돌공의 수준은 70년대보다 못하다. 이는 시공기술자뿐 아니라 설계자도 마찬가지다. 자칭 최고 건축가라는 자도 설계비 덤핑을 한다. 부족부분을 커버하기 위해서 뒤로 시공회사로부터 리베이트도 받고, 완공 후 넣는 그림을 추천하면서 수수료를 챙기기도 한다.
 
여덟째, 비현실적인 공사비와 재하도급이 문제다. 우리나라 교도소의 3.3㎡당 공사비는 850만원이다. 반면 초등학교의 3.3㎡당 공사비는 550만원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교도소보다 못한 질의 건축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받은 공사비도 최저가입찰과 기존 실적으로 따낸 시공사가 자신의 이윤을 떼고 재하도급을 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2단계 정도 내려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높은 공사비가 책정돼도 실제로 지어지는 경우는 원래 공사비보다 훨씬 못한 수준으로 시공된다.
 
대충 살펴보아도 8가지 정도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한다면 우리도 지금보다 더 좋은 건축과 도시에서 살 수 있다. 지금 고치기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에도 우리의 건축과 도시를 보기 위해서 찾는 해외관광객은 없을 것이다. 향후 우리에게는 북한이라는 새 도화지 같은 기회가 놓여 있다. 북한에도 제2의 판교, 제2의 세종시 같은 뻔한 도시를 만들고 나서야 후회를 하겠는가.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버드·MIT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젊은 건축가상 등을 수상했고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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