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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인출기·3D프린터, 함수 y=f(x) 없었다면 불가능

[수학이 뭐길래] 함수
중학교에 들어가서 새롭게 배우는 분야 중 하나는 함수다. 교과서에는 “변하는 두 양 x, y에 대하여 x의 값이 변함에 따라 y의 값이 하나씩 정해질 때 y를 x의 함수라고 하며, 이것을 기호 y=f(x)로 나타낸다”고 소개돼 있다.  

데카르트 해석기하학서 개념 유래
‘함수’ 용어 라이프니츠가 처음 써

열·소리 등 파악하는 함수 고안
기계 제어·프로그래밍에도 활용

 
근대적인 함수와 유사한 개념은 중세의 평균속도 정리에서 처음 발견된다. 평균속도 정리는 어떤 시간 동안 등가속도 운동을 통해 움직인 거리를 나타낸 식인데, 움직인 거리를 s, 등가속도를 a, 그리고 움직인 시간을 t라고 하면 s=½at²으로 표현될 수 있는 정리다. 물론 당시에는 이런 기호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문장으로 장황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근대적인 함수 개념으로 바라보면 s와 t를 변수로 볼 때 이 정리에는 2차 함수가 들어 있다.
 
사실 근대적인 함수 개념은 데카르트의 해석기하학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데카르트는 다양한 직교 좌표 속에서 한 점이 움직일 때 다른 한 점이 연동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x, y 변수 간의 관계를 통해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된 해석기하학은 이후 운동의 문제를 연구하던 학자들 사이에서 곧바로 받아들여졌다. 가령, 라이프니츠는 1673년 곡선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곡선 위의 한 점(P)을 기준으로 접선(그림의 PT)이나 법선(그림의 PG), 접선영(그림의 TN)이나 법선영(그림의 NG) 등을 대응시키면서 ‘함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사진 오른쪽 위 그래프)
 
 
베르누이·오일러 거치며 근대 함수 발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무게·굵기가 동일한 줄을 두 기둥에 고정시킬 때 그 사이에서는 자연적으로 처진 현수선이 만들어진다. 이 현수선 역시 일종의 함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무게·굵기가 동일한 줄을 두 기둥에 고정시킬 때 그 사이에서는 자연적으로 처진 현수선이 만들어진다. 이 현수선 역시 일종의 함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후 라이프니츠는 1694년에서 1698년 사이에 베르누이와 서신을 교환할 때 ‘대수적인 식으로 표현되면서 한 변수에 의존적인 변수’를 의미하는 데 함수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가령, y=2x 같은 식에서 변수 y는 변수 x의 값에 따라 변화하므로 y는 함수라 할 수 있다. 이후 베르누이는 함수를 한 변수와 상수로 구성되는 양으로 정의하였고, 그의 제자였던 오일러는 함수를 변수와 상수, 그리고 연산 기호 등으로 구성된 대수적인 식으로 정의하면서 f(x)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점차 근대적인 함수의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함수를 이렇게 보는 시각은 18세기까지 이어졌다.
 
근대 수학자들이 새로운 곡선에 관해 연구하면서 함수의 개념은 더욱 확장되었다. 가령, 최속강하선(어떤 높이에서 낙하할 때 가장 빨리 낙하하는 경로의 곡선)이나 진동하는 현에 관한 연구 과정에서 수학자들은 함수에 관한 새로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최속강하선이 되는 사이클로이드는 일반적인 수식을 지니지 않고, 대신  x=a(θ-sinθ), y=a(1-cosθ)라는 식을 지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진동하는 현의 식은 복잡한 편미분 방정식으로 표현되었다. 자연히 일반적인 대수식 형태를 지니지 않는 식을 과연 함수라고 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푸리에의 열 전달에 관한 연구 역시 함수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켰다. 푸리에는 온도를 시간과 공간에 관한 함수라고 생각했는데, 이때 온도의 함수는 삼각함수의 급수로 표현되었다. 과연 삼각함수의 급수로 표현되는 것이 함수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해답을 제기한 인물은 독일 수학자 디리클레였다. 그는 1837년의 논문에서 함수를 대수식과 같은 수식이 아니라, 하나의 변수에 단 하나의 변수가 대응되는 ‘관계’라고 보았다. 이 경우 함수는 굳이 수에 관한 식이 될 필요가 없고, 그저 여러 그룹에 속하는 원소 간에 적절한 대응 관계만 만들어지면 된다.
 
이러한 정의 아래에서 디리클레는 함수 y가 반드시 x에 관한 수식으로 표현되거나 혹은 가능한 x의 범위 안에서 항상 동일한 수식을 지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를 설명하고자 디리클레는 0부터 1사이의 x의 값에 대해 x가 유리수일 때 y=0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y=1인 함수를 소개했다. 이때 0과 1 사이의 x의 값에 대해 y의 값은 연속적인 곡선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0과 1 사이의 x의 값에 대해 단 하나의 값이 대응됨은 확실하므로, 디리클레의 함수 정의에 따르면 이 관계가 함수임은 분명하다.
 
 
수학자 클라인 “되도록 일찍 가르쳐야”
 
한편, 이후 집합론이 발전하면서 함수의 개념은 다시 한번 더 확장되었다. 이제 함수는 두 집합 사이의 독특한 관계, 즉, 두 집합이 있을 때 한 집합의 각 원소에 대해 다른 집합의 원소가 오직 하나씩 대응될 때로 확대된 것이다. 이럴 경우 함수는 반드시 수 사이의 관계로 국한될 필요가 없어지고, 보다 폭넓은 변수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중학교 때 함수를 배우면서 제일 먼저 정의역, 치역, 공역 같은 집합들을 배우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함수는 변수 x의 집합(정의역)과 변수 y의 집합(공역)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수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역사적으로 수많은 함수가 새롭게 발견되고 연구되었다. 열과 진동, 소리, 파동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함수들이 고안되었고, 다양한 함수를 통해 기계 제어 기술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 및 활용도 가능해졌다.
 
현금 인출기나 자판기 등의 개발은 물론이고, 전자 거래 등을 위한 전자 서명 기술이나 3D 프린터  역시 함수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던 기술 중 하나이다. 함수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수학을 포함해 과학 및 공학 분야의 풍경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중·고등학교를 통해 삼각함수, 지수함수, 로그함수, 도함수 등 다양한 함수를 가르치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위대한 수학자 클라인이 왜 함수를 되도록 일찍 가르쳐야 한다고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수남 수학사학자 sunamcho@gmail.com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 현 서울대 강사이다. 과학사와 수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에서 연구했으며, 『욕망과 상상의 과학사』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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