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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적·악으로만 보는 막말 정치, 존중·배려 없는 ‘불통 사회’ 만들어

김정기의 소통 카페 
세상과 좀 격리되고 싶어서 인터넷을 떠났었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가봤자 세상 안이어서 다시 찾은 메일함에는 벼라별 메일이 산더미였다. 디지털 시대에 대한 적응력은 높아져 삭제 기능을 통해 대부분을 나도 모르는 세상으로 보냈다. 기계 같은 동작으로 아무런 부담감 없이.
 
인터넷 사용 초기에 어떤 메일을 주고받고 생사를 결정하는 건 그렇지 않았다. 첫사랑 같고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인간의 얼굴을 대하는 것 같은 세심한 작업이었다. 1980년대 유학시절 미국 대학 간의 상호 네트워크인 비트넷(Bitnet)을 처음 접할 때는 더욱 달랐다. 지금 인터넷과 비교하면 구석기 시대 쯤의 시스템이었는데도 가슴이 떨릴 정도였다. 먼 곳의 생면부지의 상대와 교통하는 것은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었다. 산더미 속에는 전혀 모르는 이로부터 온 메일 2개가 끼여 있었다. 예의를 잘 갖춘 메일은 석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의사소통’을 측정하는 도구에 대한 문의였다. 간호 대학생들의 업무 부적응과 초기 이직이 전문직 간호사를 통한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간호사 양성에 소요되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의 소모임을 지적하면서, 문제해결의 한 방안으로 ‘환자와 가족, 의료진들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연구하려는 간호학 전공자였다. 의사소통이라는 주제로 의료 상황을 파악하려는 의도가 참 반갑다는 답신을 보냈다. 요청한 측정도구를 만든 맥크로스키(McCrosky)라는 학자는 커뮤니케이션 불안감 연구로 일가를 이루고, 커뮤니케이션학 연구에서 논문 업적이 현재까지 단연 1위인 뛰어난 학자임을 부기했다.
 
지난 50여 년 의료 상황에서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점점 중요한 주제가 됐다. 건강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으로 불리는 이 분야는 진단, 검진, 치료 등의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환자의 만족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엇보다도 과학을 중시하는 의료분야에서 의료기술 못지않게 의사-환자-간호사-의료정책 등의 요소가 의학공동체를 구성하는 동일한 파트너이고, 이들 간의 원활한 소통이 치료와 건강에 핵심임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적이나 악으로 규정하고 막말을 일삼아대는 정치인과 진영논리 때문에 사회적 차원의 다양하고 중요한 소통이 설 곳이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 탓에 개인적 차원의 소통 가치도 부실해졌다.
 
소통의 기본 원리는 다원주의이다.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대화를 통한 화합과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다. 통일신라시대의 고승, 원효는 화합의 원리를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이라는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로 설명하였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타자존중과 배려( 『원효와 의상의 통합사상』, 박태원)가 본질이다. 세상 안에서 진정하게 사는 보통사람들은 하고 있는 일이다. 입만 열면 소통을 얘기하는 세상밖을 사는 진영논리의 포로들이 문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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