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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란보다 핵 협상력 높아 … 핵물질 재고 등 검증해야”

이란 핵협정 자문한 핵과학자 스콧 켐프
이란 핵협정 협상에 미국 정부에 자문한 스콧 켐프 MIT대 교수. 그는 인터뷰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원자로의 과거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핵고고학)은 존재한다. 우라늄 농축시설을 대상으로 한 건 현재 없다“며 ’이 부분이 나의 현 연구 관심사“라고 밝혔다. [사진 MIT]

이란 핵협정 협상에 미국 정부에 자문한 스콧 켐프 MIT대 교수. 그는 인터뷰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원자로의 과거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핵고고학)은 존재한다. 우라늄 농축시설을 대상으로 한 건 현재 없다“며 ’이 부분이 나의 현 연구 관심사“라고 밝혔다. [사진 MIT]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시설 신고를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의 시작으로 본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러나 “신고가 필요하다는 가정은 오류”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이란과의 핵 협정(JCPOA) 협상 당시 미국 정부에 과학기술 자문을 했던 세계적 전문가인 스콧 켐프 (Scott Kemp)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원자력과학공학과 교수다. 그는 “무릎 꿇고 모든 죄를 고하면 그 뒤에 무엇을 논의할지 생각해보겠다는 식의 접근은 외교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며 “지금은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할 인센티브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를 케임브리지 소재 MIT 연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북한 핵 문제는 이란 핵과는 다를 터인데.
“차이가 크다. 북한은 우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에 실존하는 안보 위협이며 이란보다 협상의 우위를 점한다. 북한은 또 이란보다 경제 제재에 잘 견디고 있다. 이란은 수십 년간 미국과 단교된 상태였지만 국제 경제엔 편입되어 있었다.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은 이란보다 그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핵 프로그램에 투자해왔다. 마지막으로 외교적 배경도 다르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국 중 하나인 한국이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후 북한의 핵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주장했는데.
“김정은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북한의 핵무기 수와 그 제조시설의 위치를 알지 못한다. 단 하나의 핵탄두도 분해되지 않았으며 핵무기 제조 시설 또한 해체되지 않았다. 우라늄 농축 시설과 미사일 제조 공장도 해체되지 않았다. 상징적이고 가역적인 행동들만 취해졌을 뿐이다. 이미 망가진 것으로 알려진 핵 실험장 입구를 폭파한 것처럼 말이다. 트럼프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성공 선언은 정치적 계산으로 봐야 한다.”
 
미 정부에선 핵 시설 신고를 최우선으로 하는 듯하다.
“신고가 필요하다는 가정은 오류다. 지금처럼 이른 시기에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북한이 거짓말을 하거나 불완전한 정보를 줄 것이다. 이란과의 JCPOA 협상은 신고 절차 없이 진행됐다. 미국은 이란이 신고했더라도 그 내용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신고는 검증을 원활케 하는 높은 수준의 원칙과 목표가 정해진 뒤 이를 연계하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해왔다. 그렇지 않다고 믿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북한을 믿지 못하면서 신고를 바라는 것은 매우 순진하며 실제 안보 맥락을 전혀 개선하지 못한다.(※실제 미국은 이란과의 핵 협정 당시 이란의 핵시설 신고에 의존하지 않고 미 정보당국의 정보에 기반, 검사관들의 미신고시설 접근권을 부여했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나.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핵무기를 미래 세대에게 남겨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한국과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한·미의) 정치적 관여의 대가로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적대감의 발산을 일시중단하고 있다.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북한의 불가침 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비핵화엔 (일시중단보다) 더 많은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북한이 바라는 비핵화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과제다. 지난 4월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 노선의 완성을 선언한 건 인상적이다. 이제 경제발전만 남았다는 뜻이다. 미 정부가 북한에 경제적으로 관여하며 북한의 적대감 발산 중단을 영구화하는 점진적 진전을 이루길 기대한다.”
 
4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 [연합뉴스]

4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 [연합뉴스]

결국 검증이 문제일 것이다.
“북한이 먼 미래에 핵을 포기한다고 가정하면 과학적으로 네 단계의 검증이 있어야 한다. 첫째, 북한이 제조한 핵무기 수를 알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이 핵탄두 사용을 위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얼마나 생산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둘째, 얼마나 많은 양의 플루토늄, 고농축우라늄을 핵실험에 사용했는지 알아내야 한다. 핵물질의 재고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셋째, 북한의 핵무장 가능성이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기하더라도 향후에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그렇다’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재개 과정을 길어지게 함으로써 재개된 핵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넷째,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미신고시설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은 원자로가 필요하고 원자로는 많은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비교적 찾기 수월하나 우라늄 농축시설의 경우 훨씬 어렵다. 이들 네 가지 검증 문제에 대해 답을 낼 수 있는 건 1~1.5개 정도다. 영변 원자로에서 얼마나 많은 핵물질을 생산했는가는 답할 수 있다. 과거의 핵실험에서 얼마나 많은 핵물질을 사용했는지는 핵무기 생산과 감시 경험이 있는 국가들이 아마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접근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나머지 두 가지 즉, 고농축우라늄 생산량 추정과 미신고 우라늄 농축시설의 존재에 대한 답변은 알려진 것이 없다. 연구만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비핵화가 북·미 양자 간 문제라는 관점이 강하다. 한국 정부가 비핵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이해는 하지만 유감스러운 관점이다. 한국은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자국 보호를 위한 우려를 하는 게 당연하다. 이 문제를 제쳐놓고 양국 (경제 등)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할진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한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관점과 전문성을 지니고 자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남북 대화를 통해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 이 방법이 통할까.
“김정은은 선대의 지도자들과는 다르며 수년간 발언과 정책을 통해 경제 개혁에 관심을 표명했다. (남북 관계가) 북한의 안정을 돕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며 향후 비핵화를 포함한 다른 의제 협상에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근본적인 접근법이 맞다고 본다. 다가올 남북 정상회담을 기대하며 점진적으로 더 많은 내용을 논의하게 되기를 바란다.”
 
보스턴=김동현 중앙SUNDAY 통신원(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 Dong-Hyeon_Kim@hks.harva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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