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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떠났다, 달라진 나를 봤다

책 속으로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
임수민 글·사진

태평양 요트 횡단 20대 한국인
사진 절반, 에세이 절반 별난 구성
재기발랄한 젊음의 에너지 담겨

숲에서 지낸 40대 노르웨이인
매달 하루씩 1년간 생활한 기록
세상에 대한 진득한 성찰 넘쳐

미메시스
 
숲에서 1년
토르비에른 에켈룬 지음
장혜경 옮김, 심플라이프
 
올해도 여름 휴가는 그저 그랬다. 아니, 휴가는 좋았지만 너무 짧았다. 여름의 한복판, 이런 심정이라면 앞으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진정한 모험이라고 할 만한 일을 찾아 나서는 거다.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닥치고 그런 모험에 나서기는 어려울 테니 우선 대리 체험부터.  
 
소개하는 두 책은 남다른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의 여행기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그렇다고 얘기되듯) 두 사람에게도 여행은 단순한 세상구경이나 대자연의 체험이 아니었다. 일종의 내면 여행이었다. 뭔가 결핍을 느껴 일종의 대반전을 노리고 안온한 집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결국 마주친 건 나 자신! 두 책 모두 이런 식의 구조인데, 착하게도 내용과 메시지에 허세가 없다. 문턱이 낮다. 술술 읽힌다는 얘기다.  
 
바다 위에서도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가 문제였다. 태평양 한복판 누쿠히바 섬 근처에서 찍은 사진. [사진 임수민]

바다 위에서도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가 문제였다. 태평양 한복판 누쿠히바 섬 근처에서 찍은 사진. [사진 임수민]

글의 스타일, 작가의 성향은 딴판으로 다르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로 스스로를 규정한 한국 작가 임수민의 글쓰기가 20대답게 재기발랄하고 통통 튄다면, 40줄에서도 후반인 노르웨이 작가 토르비에른 에켈룬의 글쓰기는 침착하고 무게가 있다. 당연히 두 책 모두 내면 성찰, 세상과 자신에 대한 깨우침이 적절히 뿌려져 있고, 특히 에켈룬의 글에는 인문학적 요소도 적절히 박혀 있다.  
 
이런 책들은 누워서, 심지어 물구나무서서 읽어도 될 것 같다. 유연한 아웃복서처럼 읽는 이를 끌어들인다. 머리 싸맬 필요 없으니,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폭염 속 납량 독서로 제격일 듯싶다.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외교관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3년 주기로 글로벌한 이사를 다닌 터라 국제적인 감각을 두루 익힌 임수민. ‘검은 머리 한국인’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다. 한국적 정서, 한국식 예의범절을 모르는 젊은 것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40~50대 아저씨들 눈에.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생이 된 어느 날 퍼뜩 정신 차리고 보니 집에 돌아왔는데도 가방을 둘러맨 채 뭔가를 해야 하는 청년 신세에 절망한다. 그래서 박차고 떠난 게 5개월간 태평양 요트 횡단이다. 물론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 영문 이니셜, 영문 성으로만 표시되는 주로 늙수그레한 한국인 선장과 크루 아저씨들이 여행의 동반자다. 책은 그 5개월간의 기록이다. 한데 앞뒤로 볼 수 있게 돼 있다. 절반 사진집인데, 사진집은 에세이집 뒤표지를 앞표지로 삼았다. 에세이집을 참을성 있게 다 읽었다면 책을 180도 뒤집어 사진집을 순서대로 감상하면 된다. 산문집의 묘미는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을 만나는 일. 그런 문장이 미사여구로만 가능할 리 없다. 깨달음이 깔려 있어야 할 터. 이런 문장이 그런 문장인 것 같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기계나, 모든 사랑의 움직임은 이렇게도 느리고, 빠르고, 부드럽고, 거칠고, 어지럽게 돌고 돌아 엉키고 설켜 하나 되는 지경으로 흔들리는구나.”(82쪽)
 
출렁이는 파도 위, 삐걱대는 배 안에서 든 생각이다.
 
숲에서 1년

숲에서 1년

◆숲에서 1년=에켈룬의 책은 부제가 길다. ‘떠나고 싶은 도시인을 위한 자발적 휴식 프로젝트’. 거창한 것 같지만 여행의 내용은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프로젝트가 의미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에켈룬은 숲에 관한 한 흔하디흔한 통념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한다. 숲 나들이가 고통을 잠재우고 숲에는 뭔가 치유 효과가 있으며 사람을 처음으로(처음이 뭔지는 모르지만) 돌려놓을 수 있다는 통념 말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숲을 동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막상 숲을 찾아가면 놀라울 만큼 불편하고,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무의미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런데도 숲을 향한 동경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불현듯 그 해답을 찾아 나선 기록이 책이다.  
 
한 달에 하루만 숲속에서 혼자 지내기. 점심 먹고 휴대폰도 닿지 않는 노르웨이의 대자연 속으로 들어가 그다음 날 아침에 돌아오기. ‘마이크로 탐험’이다. 책은 그래서 12꼭지로 이뤄져 있다. 매달 숲속에서 보낸 하루들에 한 꼭지씩을 할애했다.
 
1월, 자연에서 위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거라고 구시렁거리며 1년짜리 여정을 시작한 에켈룬은 12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때로는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위대해질 필요가 있다.”(257쪽)
 
누구나 특별하고 의미 있는 존재라며 개인을 이상화하고, 자아실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21세기의 계몽주의가 다분히 인간적인 신화이며, 인간은 실은 대자연에 비추면 하찮은 존재라는 것, 여행을 통해 그걸 깨달을 만큼 스스로를 반성하는 일이야말로 위대한 일이라는 얘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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