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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서른이 넘도록 아직 꿈을 찾는 당신에게

정여울 작가

정여울 작가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꿈=성공’이라는 무언의 등식이 각인되어 있다. 어떻게 ‘꿈꾸다’라는 아름다운 동사가 곧장 ‘성공’이라는 지극히 편협하고 고정된 목적어와 동급이 되어가는 것일까.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 속에는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통해 성공하고 싶습니까’라는 뉘앙스가 묻어 있다. 하지만 꿈은 본래 그렇게 평면적이고 단순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일장춘몽일지라도,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은 편견이나 매너리즘에 갇히지 않는다. 아직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은 ‘먹고사니즘’의 덫에 걸려 스스로의 가능성을 마비시키지 않는다.
 
삶의 향기 8/18

삶의 향기 8/18

진정한 꿈이라는 것이 ‘성공’이나 ‘직업’에 국한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아름답게 증언하는 대표적인 문학작품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다. 산티아고 노인의 원래 꿈은 최고의 월척을 낚아 아직 자신이 건재함을 온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어부였던 산티아고 노인은 사실 과거에는 꿈을 이미 이뤘던 사람이다. 문제는 그 명성을 노인이 되어서도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산티아고 노인은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형편없이 가난해졌으며 끼니조차 이웃 소년의 힘을 빌려야 하는 처량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천신만고 끝에 한평생 잡아본 물고기 중 가장 거대하고 아름다운 청새치를 잡는 순간, 즉 꿈을 이룬 순간부터 거침없는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드디어 꿈을 이룬 줄 알았는데, 꿈을 이룬 순간 ‘꿈의 결과물’을 사수해야 하는 더욱 무시무시한 미션이 시작된 것이다. 엄청난 괴력을 지닌 청새치를 잡는 것도 목숨을 건 일이었지만, 몰려드는 상어떼로부터 청새치를 지켜내는 것은 이미 진을 다 빼버린 산티아고 노인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뼈만 남은 청새치의 잔해를 배에 묶은 채 다녀온 다음 날, 사람들은 드디어 산티아고 노인의 위대함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뼈의 길이를 가늠해보는 것만으로도 그 마을 어부들은 산티아고 노인이 겪은 간난신고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산티아고 노인은 젊었을 때 자주 꾸곤 했던 ‘사자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다. 눈부신 갈기를 휘날리며 푸르른 초원을 달리는 사자 꿈을 다시 꾸는 것, 그것은 아직 그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거대한 청새치를 잡을 수 없어도, 아직 그가 ‘사자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그의 무의식이 여전히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용기를 발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꿈을 찾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뒤늦은 감정의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당신이 새로운 삶의 찬란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아름다운 내면의 신호탄이다. 나는 서른이 넘어서야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깨달았다. 그전에는 ‘직업’이나 ‘직장’을 가져야만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진정한 꿈이 ‘작가’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서른이 넘어서야 내 꿈을 깨달았지만 그것은 결코 늦은 것이 아니었다. 꿈을 이루기 필요한 것은 야망이나 적극성이 아니라, 완연한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몸짓이다. 나는 남들보다 대학을 1년 더 다니며 오히려 철이 들었다. 박사과정을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고, 논문도 남들보다 엄청나게 늦게 쓰면서 오히려 더욱 성숙해졌다.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림은 전혀 남들에게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당신이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남들에게 뒤지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매번 새로이 발견할 용기를 잃지 않은 것이다. 서른이 넘도록, 심지어 팔십이 넘어서도, 아직 매 순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평생 열어놓을 줄 아는 지혜롭고 용감한 존재가 아닐까.
 
정여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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