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아편의 땅에서 커피 명산지로 … 치앙라이 희망 로드

태국 치앙라이 고산지대에서는 고품질의 아라비카 원두가 생산된다. 양보라 기자

태국 치앙라이 고산지대에서는 고품질의 아라비카 원두가 생산된다. 양보라 기자

 태국 76개 주(Province) 중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치앙라이(Chiang Rai)는 고봉에 둘린 산간지방이다. 덕분에 우리나라 가을 날씨처럼 선선하고 건조하다. 이러한 기후 조건에 꼭 들어맞는 특산물이 ‘커피’다. 태국의 명물 커피 코끼리 똥 커피를 마시며 향긋한 커피 여행을 즐기기 제격이다.

  
 
도이창 커피를 생산하는 아카족 마을. 양보라 기자

도이창 커피를 생산하는 아카족 마을. 양보라 기자

고산족 마을, 희망의 커피 농장 변신 
치앙라이주 최대 도시 치앙라이시에서 북동쪽으로 약 90㎞ 떨어진 곳에 태국·미얀마·라오스 세 나라의 접경지대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이 있다. 지금은 월경(越境) 체험 관광지로 이름난 곳이지만, 1980년대까지만 대규모 마약 재배 단지였다. 2016년 서거한 태국 푸미폰 국왕의 어머니 스리나가린드라(1900~95) 대비가 커피 재배를 독려하는 ‘로열 프로젝트(Royal Project)’를 주도하면서 여러 소수민족이 아편 대신 커피 농사로 전업했다.
수확한 커피 열매를 보여주고 있는 고산족. 양보라 기자

수확한 커피 열매를 보여주고 있는 고산족. 양보라 기자

 치앙라이 시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매사이(Mae Suai) 마을에 사는 아카(Akha)족도 90년대 커피나무를 생존 수단으로 선택했다. 아카족이 기대 사는 도이창(Doi Chiang·2175m)산에서 이름을 따 2003년 사회적기업 ‘도이창 커피’를 발족했다. 2008년 유명 커피 평론가 케네스 데이비즈 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전 세계 1% 커피다”라고 극찬하면서 도이창 커피는 태국을 대표하는 커피로 거듭났다.
 은은한 산미가 매력적인 도이창 커피. 양보라 기자

은은한 산미가 매력적인 도이창 커피. 양보라 기자

 도이창 커피의 로스팅 공장과 커피 농장은 도이창산 해발 1700m 부근에 터를 잡았다. 마을 주민은 도이창 커피팜(Doi Chiang Coffee Farm)이라고 부른다. 가이드의 차를 얻어 타고 도이창 커피팜을 찾아 산길을 올랐다. 차창 밖 산골 마을 풍경이 여행의 피로감을 달래줬다.  
 사방이 뻥 뚫린 농장 커피숍에 앉아 산바람을 맞았다. 유려한 능선을 따라 들어선 마을을 바라보며 커피를 맛봤다. 갓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내려서인지 맛과 향이 더 신선한 듯했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이 벽촌까지 찾아드는 이유는 여전히 궁금했다. 
빨갛게 익은 커피 열매. 양보라 기자

빨갛게 익은 커피 열매. 양보라 기자

 도이창 커피 미카 새두 매니저는 “이곳은 희망의 커피 농장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미카는 “무국적 상태였던 아카족이 태국 국적을 얻고, 교육 서비스를 받게 된 것은 모두 커피를 기르면서 생긴 변화”라고 말했다. 
 도이창 커피팜을 기웃거리며 로스팅 장면, 원두 검수 과정을 구경했다. 커피를 다루는 고산족 중에 표정을 찡그린 이가 없었다. 다시 커피를 주문했다. 마을의 사연을 들어서였을까. 두 번째 마신 도이창 커피는 유독 그윽했다. 
 
 달콤한 향이 나는 코끼리 똥 커피
 ‘코끼리 똥 커피’로 불리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black ivory coffee)’는 치앙라이 커피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유희다. 별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코끼리 배설물에서 골라낸 원두로 만든 커피를 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코끼리 똥 커피는 코끼리와 커피,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지역에서만 난다. 이 묘한 교집합에 꼭 들어맞는 곳이 치앙라이가 있는 태국 북부다. 1000여 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있고, 커피도 생산되니까 말이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 정글을 누비고 있는 코끼리.

태국 북부 치앙라이 정글을 누비고 있는 코끼리.

 블랙 아이보리 커피 컴퍼니의 창립자는 캐나다인 블레이크 딘킨(Blake Dinkin)으로, 그는 골든 트라이앵글의 고급 호텔 ‘아난타라 골든 트라이앵글 리조트’에 여행을 왔다가 코끼리 똥 커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호텔에는 대도시에서 구출한 코끼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딘킨은 태국 동북부 수린(Surin)주에 커피 회사를 세우고, 2012년 처음 수확한 코끼리 똥 커피를 아난타라에 공급했다. 코끼리 똥 커피는 현재 태국 5성 호텔 17군데에서만 판매된다. 코끼리에게 33㎏의 열매를 먹이면 단 1㎏의 원두만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 효율이 낮다. 다른 호텔은 재고가 없을 수도 있지만, 아난타라 리조트에는 코끼리 똥 커피가 안정적으로 공급된다. 
사이폰 방식의 추출 기계로 내려마시는 코끼리 똥 커피. 양보라 기자

사이폰 방식의 추출 기계로 내려마시는 코끼리 똥 커피. 양보라 기자

달콤한 향이 나는 코끼리 똥 커피.

달콤한 향이 나는 코끼리 똥 커피.

 리조트에 투숙하지 않아도 호텔 카페에서 누구나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손님이 직접 원두를 갈아 에스프레소로 내려 마신다. 그라인더로 원두를 가는데 달콤한 향이 진동했다. 호텔 바리스타는 코끼리의 주 먹이인 사탕수수와 바나나 향이 원두에 배어 있는 것이라고 일러줬다. 코끼리 배설물을 걸러 만든 커피에서 과일보다 더 단내가 나는 게 신기했다. 
 에스프레소로 짙게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넘기는데 쓴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우유처럼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코끼리의 소화기관을 거치며 커피콩의 쓴맛을 내는 단백질이 분해되기 때문이란다. 커피를 음미하며 창밖을 내려다봤다. 어디선가 커피 열매를 주워 먹었을지도 모를 코끼리가 유유자적 산책하고 있었다. 
여행정보
한국에서 치앙라이까지 한 번에 가는 항공은 없다. 주로 태국 방콕을 경유한 뒤 태국 국내선을 타고 치앙라이 공항으로 이동한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치앙라이를 방문하면 커피 수확 장면을 볼 수 있다. 도이창 커피 에스프레소 50바트(약 1700원).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 코끼리 똥 커피 세트(원두 35g) 1800바트(약 6만원).
 
치앙라이(태국)=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