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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방치하면 자식 세대 보험료는 소득의 24.6%

SPECIAL REPORT 
김상균

김상균

“위원회가 제시한 안대로 가면 앞으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라는 말은 사라질 겁니다.”
 
김상균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은 17일 공개된 국민연금 재정 추계 및 개선 방안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연금 분야의 원로 전문가다. 국민연금·기초연금·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의 주요 고비 때마다 전면에 나서 개혁을 이끌었다. 2013년 국민행복연금위원장을 맡아 기초연금을 설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이후 28차례 회의를 열어 10명의 위원을 다그쳐 단일안을 만들려고 애썼다. 그에게 이번 위원회 개선안의 의미와 한계를 물었다.
 
진짜로 기금이 고갈된다는 얘기가 다시는 안 나올까.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70년 후 1년치 연금지급액 보유’라는 목표를 정한 점이다. 70년 후, 즉 2088년에 연금 지급액이 100조원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100조원이 남도록 재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 지급률을 조정하면 된다. 2003년 이후 1~3차 재정재계산에서 이런 목표를 정하지 못했다. 위원들의 생각이 모아지지 않았다. 이제는 망망대해를 헤매지 않고 어디로 갈지 알게 됐고 정확하게 배를 몰게 됐다.”
 
그게 그리 중요한가.
“이번에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가지 길을 제시했다. 어느 길을 가더라도 70년 후에 1년치 지급액이 남는다. 70년 동안 기금 고갈은 잊어도 좋다. 2023년에는 2093년, 2028년에는 2098년에 ‘1년치 지급액’을 남기기 위해 제도를 개선할 게 있으면 해야 한다. 그렇게 가면 기금 소진 우려가 반영구적으로 없어진다.”
 
내일도 모르는데 70년을 봐야 하나.
“20세 청년이 90세가 됐을 때를 가정해 70년을 따지는 것이다. 일본은 100년을 따진다. 미국·캐나다·스웨덴은 75년, 영국은 60년이다.”
 
 
보험료율 한국 9%, OECD 평균은 23%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왜 연금개혁을 해야 하나.
“보험료 내는 측과 연금 받는 세대가 다르다. 지금 쌓인 돈은 이미 사망한 선대(先代)가 낸 돈이라 볼 수 있다.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기금 634조원이 2057년 순식간에 소진된다. 그때 어떡할 거냐. 내버려두면 그 무렵에 후세대가 소득의 24.6%(2088년 29%)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개혁을 늦출수록 올라간다. 보험료를 현재 9%에서 11, 12%로 올리는 것도 힘든데 29%는 도저히 말이 안 된다. 장기간에 걸쳐 세대 간에 책임을 공유하도록 개혁해야 한다. 지금도 시한폭탄 소리가 째깍째깍 들린다.”
 
정부 예산을 넣으면 되지 않나.
“정부 재정을 넣으려면 국내총생산(GDP)의 9%를 투입해야 한다. ‘그 정도는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리하다 칠레·아르헨티나·그리스처럼 망한다. 이들은 구렁텅이에 빠졌다가 간신히 헤어났다.”
 
634조원이 있는데 엄살 부리는 거 아닌가.
“‘보험료 29%’라는 태풍이 안 올 수 있다고 믿는데, 글쎄 노르웨이처럼 석유가 터지면 모를까. 노르웨이는 석유 판 돈으로 연금기금으로 쓴다. 그런 노르웨이도 휘발유와 자동차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다. 일부에서 우리가 대비 안 해도 된다고 하는데 그건 시대착오적이다.”
 
어떤 안을 만들었나.
“국민연금을 논할 때는 소득대체율(연금지급률)이나 보험료 중 한쪽만 말하면 안 된다. 소득대체율이 낮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비교하지만, 보험료율은 얘기하지 않는다. 한국의 보험료율(9%)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앞으로는 둘을 묶어 패키지로 다루기로 이번에 합의했다. 한국은 복지국가 비슷하게 흉내 낸다. 진짜 복지국가로 가려면 ‘조금 더 내고 조금 더 받는’ 개혁으로 가야 한다.”
 
김 위원장은 ▶70년 후 1년치 연금지급액 보유 ▶소득대체율-보험료율 같이 손보기 ▶사각지대 축소 등 세 가지 성과를 강조했다. 80점의 점수를 매겼다. 1~3차 재계산 개선안보다 높다고 봤다.
 
 
수령연령 67세 연장안은 우선순위 뒤에
 
어떻게 합의했나.
“1안은 ‘소득대체율 45%+보험료 2%포인트 인상’이다. 2안은 2단계로 돼 있다. 1단계는 ‘소득대체율 40%+보험료 4.5%포인트 인상’이다. 2단계는 수령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춘다. 어느 안이든 간에 보험료는 두 자릿수로 올라간다.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20년간 손대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두 자릿수 인상에 합의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
 
1, 2안의 특징을 설명하면.
“2안은 ‘2088년 연금지급액 1년치 보유’를 달성한다. 1안은 당장 2%포인트의 보험료를 올리고, 2034년 12.31%로 올린다. 이후에는 5년마다 고쳐 나가자는 것이다. 그때 가서 하자는 뜻인데, 이 점은 1안의 약점이다. 그때 가서는 보험료 인상폭이 훨씬 가팔라질 것이다. 1안은 평균소득자(월 소득 218만원)의 월 연금이 8만~9만원 올라간다. ‘국민연금=용돈연금’이라는 비난이 컸는데,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령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추는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는데, 이번 개선안은 여기에 부합하나.
“대통령이 68세(연금발전위는 67세) 상향 조정에 국민 불만이 많은 것으로 해석한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대통령이 보험료를 9%에서 두 자릿수로 올리는 것은 받아들이되 수령개시 연령 상향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문 대통령은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강조했는데.
“그러면 1안으로 가면 된다. 소득대체율이 40%로 내려가는 걸 45%에서 중단하는 것만 해도 노후소득보장 강화다. 대통령이 소득대체율 상향과 보험료 인상의 패키지 안을 국민이 받아줄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67세 연장은 2안의 2단계 조치에 들어 있고 1안에는 없다. 위원회도 67세 연장은 다른 권고안에 비해 우선순위가 뒤에 있다고 봤다.”
 
가입상한 연령을 65세로 늦추기로 했나.
“가입상한 연령(60세 미만)과 수령개시 연령(62~65세)이 따로 논다. 아주 이상하다. 1998년 법을 개정할 때 수령개시 연령을 2033년까지 65세로 늦추면서 가입상한 연령은 손대지 않았다. 워낙 은행이자가 높아 60세 이후에 보험료를 낼 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번에 가입상한 연령을 65세로 늦춰 둘을 맞추려고 했다. 그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정책이 안 먹힐 때가 있다. 그래서 65세 연장을 도입하라고 적극 권고하지 않았다. 게다가 평균적으로 55세에 주로 직장에서 퇴직한다. 이 문제를 같이 풀어야 한다. 법정 정년(60세)도 같이 늦춰야 하는데,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 강제가입을 자율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연금을 도입한 세계 170개국 중 강제가입이 아닌 데가 없다. 노후준비는 장기간 해야 한다. 20, 30세 젊은이는 노후를 보지 못한다. 50대에 준비하면 늦다. 국민연금에는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을 도와주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상당히 들어 있다. 이만한 제도를 가진 나라가 없다. 아끼고 키워야지 폐지하는 것은 반(反)복지다. 평생 국민연금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최대 30%다. 더불어 사는 나라에서 자기 입장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금운용본부 서울사무소라도 둬야
 
연금 개혁을 두고 정치권에서 입장이 벌써 엇갈린다.
“외국의 연금 개혁에서는 정파가 없다. 스웨덴도 90년대 초반 여야가 합심해 9년 만에 개혁을 완수했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면 연금은 이백년대계다. 정쟁 수단이 되면 교육처럼 엉망이 될 거다. 연금 전문가들이 연구만 해야 하는데 정치랑 혼돈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국회가 연금 개혁을 주도할 터인데, 정파에 초연한 전문가의 제안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치권 근처의 연구자를 멀리하라.”
 
기금운용본부가 엉망이다.
“현재 기금의 절반가량인 304조원이 운용수익이다. 운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법을 개정해 서울로 옮기는 게 맞다. 일본은 도쿄의 기금본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다 그대로 뒀다. 서울로 옮기기 힘들면 서울사무소라도 두고 실질적인 기금본부 역할을 해야 한다. 외국 손님이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오는 것과 전주로 가는 것은 천지 차이다. 금융허브로는 서울이 좋다. 전주에 근무한다고 생각하면 우수 인재가 안 온다. 국제시장에서 C급 수준인 인재를 A급으로 올리려면 외국과 자주 접촉해야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 기자 ssshin@joongang.co.kr
김상균 위원장 경남고-서울대 사회사업학과를 나와 미국 애버딘대에서 석·박사를 했다. 1982년 이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서 재직하다 2011년 정년퇴직했다.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장·국민연금운영개선위원장·국민행복연금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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