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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가뭄에 죽어가는 약수터 … 서울 소재 43%가 ‘부적합’

서울 노원구 신장근 주무관이 수질검사를 위해 상계약수터에서 약수를 살균 수통에 담고 있다. 노원구는 수질 관리를 위해 매월 보건소 등을 통해 수질검사를 한다. [김경빈 기자]

서울 노원구 신장근 주무관이 수질검사를 위해 상계약수터에서 약수를 살균 수통에 담고 있다. 노원구는 수질 관리를 위해 매월 보건소 등을 통해 수질검사를 한다. [김경빈 기자]

13일 서울 노원구 상계 3동의 산 중턱에 위치한 상계약수터. 평일 낮임에도 물을 뜨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지난해 9월 ‘총대장균군’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먹는 물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적이 있지만 올 들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곳이다. 노원구 신장근 주무관(44)이 1L 짜리 살균 수통에 조심스레 물을 담았다. 수질검사를 위해서다. 수통에 담긴 물은 노원구 보건소로 보내진다. 5분여에 걸쳐 비슷한 크기의 수통 4개에 물을 채운 그는 다른 약수터의 물을 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신 주무관은 “원래도 여름철엔 약수의 수질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는 유독 더 심한 것 같다”며 “더위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유수량이 줄어 약수터가 마르거나 대장균이 검출되는 등 음용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오아시스’ 현장에 가보니
강남구 26곳 중 2곳만 적합 판정
서대문구 절반 가량인 13곳 폐쇄

대장균 검출 등 못 마시는 곳 늘어
말라버린 곳도 예년보다 30% 많아

“찜찜하지만 마셔도 문제 없을 것”
주민들 부적합 경고문에도 마셔

올 여름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약수터(먹는물 공동시설)의 오염과 고갈이 심해지고 있다. 14일 서울시와 국립환경과학원 토양지하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내 209개소(2분기 기준)의 약수터 중 90곳이 대장균 오염 등으로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나마 2분기 수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지난달 결과는 더 나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약수터의 부적합률은 여름이 가장 높다. 장마로 인해 빗물 등이 약수터로 유입되는 데다, 수온이 높아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어서다. 올해는 여기에 무더위와 부족한 강수량이란 두 가지 변수가 겹쳤다. 서울시 생활보건과 박봉규 팀장은 “올 여름엔 약수터 오염은 물론 물이 아예 말라버린 수원 고갈 현상을 겪는 약수터도 예년보다 30~40%가량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1년간 부적합 판정 4차례 받으면 폐쇄
 
중앙SUNDAY가 둘러본 현장은 우려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서울에서 약수터가 가장 많은 노원구(약수터 27개소)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적합판정을 받은 약수터는 7곳에 그친다. 수질검사를 통과한 약수터가 전체의 26%에 그쳤다. 서울 종로구는 최근 수질검사에서 조사 대상 8개 약수터 중 5곳이 적합 판정을 받지 못했다.
 
은평구는 검사대상인 9곳의 약수터 중 단 한 곳만 음용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서울 강남구도 지난달 개포와 매봉 등 26개의 약수터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2개소(매봉·구룡천2)를 제외한 21개소가 음용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개포와 못골 등 3곳의 약수터는 물이 말라 아예 검사를 하지 못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서울시는 물론 전국적으로 아예 말라버린 약수터가 몇 개나 되는지 구체적인 통계는 잡히지 않는다. 약수터 관리 업무를 해당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는 데다 약수터마다 검사 주기가 연 3~연 8회로 들쭉날쭉하다보니 그렇다. 약수터는 현재 환경부 훈령인 ‘먹는물공동시설 관리요령’에 따라 관리된다. 세균 검출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사용중지 후 주변 오염물을 제거한 뒤 다시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어 다시 부적합이 나오면 이용이 금지된다. 이후 1년간 부적합이 4차례 이상 이어지면 폐쇄토록 하고 있다.
 
약수터 관리를 맡고 있는 기초 지자체들도 최근들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 서대문구는 최근 관내 28개의 약수터 중 13곳(전체의 46.4%)의 약수터를 폐쇄했다. 수질검사에서 ‘음용 부적합 판정’이 나왔거나, ‘수원 고갈’ 등의 이유로 사실상 약수터로서 생명을 다한 곳이 많아서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우리 구는 매년 6차례씩 수질검사를 하며 약수터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민 건강을 위해 약수터 폐쇄를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원구처럼 매월 약수터의 수질을 확인하는 자치구도 늘고 있다. 약수터를 살려내기 위해 다양한 장비가 동원되기도 한다.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는 지난해 일부 약수터에 자외선 살균기를 설치했다. 대장균을 비롯한 미생물들이 지속적으로 검출된다는 고민에 따른 조치다. 강서구는 여기에 오염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정밀여과장치까지 설치했다. 강동구는 약수터용 지하수를 뽑아내는 관정의 오래된 펌프를 교체하고 주변을 정비했다.
 
 
약수터에 자외산 살균기 설치하기도
 
환경부도 전국의 먹는물 공동시설(약수터) 1400여 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이 필요한 약수터를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예산제약 등으로 한해 50곳 가량의 시설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형편이다. 약수터 사정이 나빠지는 건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염과 수원 고갈로 인한 약수터 폐쇄가 이어지면서 2012년 등록 약수터가 14곳이었던 광주광역시의 약수터 수는 현재 8곳에 불과하다.
 
과감히 약수터를 폐쇄한 서대문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장기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약수터를 폐쇄하려 해도 주민들의 반대 탓에 이를 강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일 약수터 사용 인구는 약 20만명 선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십 년째 이 물을 마시고 별 일이 없었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약수터 폐쇄 등에 반대한다. 서울 노원구 등은 부적합 약수터를 폐쇄하려다 지역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이를 포기한 일도 있었다. 약수터 옆 안내판에 대장균 검출 등으로 인해 ‘음용에 부적합하다’는 경고를 적어 놓아도 이를 무시하는 시민들이 상당수다.
 
실제 1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약수터에서는 ‘음수용으로 부적합하다’는 경고문이 붙어있었음에도 이에 개의치 않고 물을 마시는 시민들이 많았다. 일원동 주민 김영호(44)씨는 “찜찜하긴 하지만 운동하고 나서 한입 마시는 정도로 큰 문제가 생길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시민들과 동행한 애완견 등이 약수터를 오염시키는 오염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초 지자체 내부에서 약수터 관련 업무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밀린다. 한 예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올해 약수터 개선 관련 매칭사업에 서울시에 예산지원을 요청한 자치구는 단 한 곳도 없다. 서울시 지원을 받기 위해선 자치구도 일정 수준의 예산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약수터 관련 사업처럼 투입대비 생색이 덜 나는 사업은 올해처럼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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