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판도라의 상자' 국민연금 건드린 정부…국회 논의 어떻게 되나

“약사발(보험료율 인상)은 엎어 버리고 사탕(기초노령연금)만 먹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07년 4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 개편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내뱉은 말이다. 유 전 장관의 말처럼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때 보험료율 인상은 애써 외면했다. 지금 구조상 돈을 더 내도록 할 수밖에 없는데, 지지율이나 표에 도움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회원들이 17일 오후 보건복지부 주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회원들이 17일 오후 보건복지부 주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17일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정치권에서 논의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기준 소득대체율(45%)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낮추는 방안 모두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일단 여야 모두 국민연금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지금은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복지위 간사인 김명연 의원도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은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정부ㆍ여당에서 확정된 안을 제출하면 연금재정 등을 고려해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안을 확정해 국회로 넘기더라도 전망은 불투명하다. 애당초 다수의 국민이 국민연금 자체를 불신하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원칙으로 논의하되, 사회적 합의 없는 보험료 인상은 없다”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도 변수다. 익명을 요구한 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 후퇴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다면 여당의 협상 여지가 줄어들고, 그만큼 논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려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대해 기동민 의원은 “존중해야겠지만 금과옥조는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현재 여야는 국민연금 개편 자체보다 '곁가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민주당은 "확정도 되지 않은 내용이 전해져 큰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복지부는 반성해야 한다"(홍영표 원내대표)며 21일 열릴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를 벼르고 있다. 현안질의에선 여당 의원들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질타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국민연금의 운영수익률이 1% 이하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났다”(김성태 원내대표)며 연금 운용과 관련해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장기간 기금운용본부장을 임명하지 못하는 등 공격할 포인트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바른미래당도 비슷한 입장으로, 김관영 원내대표는 전날 청와대 오찬에서 문 대통령에게 “기금운용 본부장을 서둘러 임명하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방침과는 별개로, 20대 국회엔 국민연금 관련 법안이 몇 건 계류돼있다. 그런데 대체로 ‘그대로 내고 더 받는’ 내용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45% 그대로 유지하는 법안을, 같은 당 정춘숙 의원은 소득대체율을 매년 0.5%p씩 올려 2028년에는 50%가 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소득대체율을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2028년엔 40%까지 낮추게 돼 있는데, 이를 바꾸자는 거다. 권 의원의 안은 2060년까지 539조7630억원이, 정 의원의 안은 같은 기간 1076조 7900억원이 더 들지만 두 법안 모두 모두 보험료 인상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2007년 4월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기도 고양시 자택앞에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2007년 4월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기도 고양시 자택앞에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앞선 국회도 대동소이해 국민연금 개혁은 ‘고양이 목 방울 달기’처럼 진행됐다. 그나마 가장 적극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건 17대 국회였다.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반드시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며 보험료율을 12.9%까지 올리고 소득 대체율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2007년 4월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여야는 4월 말 ‘그대로 내고(9%) 덜 받는(40%)’ 방식을 택해 법을 통과시켰다. 대신 2028년까지 노인 60%에게 평균소득액의 10%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다. 이때는 대선이 있던 해로, 보험료를 그대로 둬 표를 깎아 먹지 않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거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효성ㆍ김경희 기자 hyoza@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